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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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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에서 유권자 699만 8342명(21.41%)의 표를 얻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제보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저를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지 16일 만의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11분의 짧은 기자회견을 통해 거듭 사과하고 앞으로 자숙하겠다면서도, "실망·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라"고 호소했다.

안 전 대표가 "검찰수사를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준비해 온 회견문에는 그의 자책도 담겨있다. "조작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말문을 연 안 전 대표는 회견 서두에 "저를 지지해주신 국민께 사과드린다. 또 선거 때 헌신해준 당원·동료 정치인들께,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에게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를 표했다.

회견문을 '대국민 사과'로 시작한 그는 이어 '자성'과 '책임'을 언급했다. "국민의당은 신생 정당으로 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제 한계이자 책임",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는 게 안 전 대표의 설명이다.

"검증 부실로 인한 사건은 결국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짚은 부분, 또 본인과 국민의당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하겠다. 원점에서, 뿌리까지 제 정치 인생을 돌아보겠다"는 내용에서는 일종의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안 전 대표의 사과는, 앞서 당 지도부가 "젊은 사회초년생들의 끔찍한 발상(김동철 원내대표)", '이유미 단독범행'이라고 자체조사 6일 만에 최종결과를 발표한 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안 전 대표의 사과에 여야 정당들은 입을 모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면서도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때 늦은 사과이나, 사과 자체는 반기는 취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사과회견문·질의응답을 통해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저로서도 충격이었다"라고 말해 조작 개입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의당 전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관련해 "안 후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면서 "이제는 자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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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예상대로 '단독범행' 결론, 국민의당 자체조사 뜯어보니...

모호한 방법·재발방지 빠지는 등 한계도... 거취 묻자 "모든 역할 고민하겠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한 대국민 사과는 한계도 분명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정의당 논평)"는 등 내용이 모호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이날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란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성·성찰하겠다. 당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라고만 답해, '책임'의 구체적 방법은 말하지 않았다. 회견 내용에는 국민의당의 부실한 검증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고쳐나가야 할지,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도 빠져있다.

안 전 대표는 본인의 거취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계 은퇴도 고려하는가'란 질문에, 그는 "제가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모호한 대답에, 기자들은 이후에도 송기석·채이배 의원이 진행한 추가 질의응답에서 '은퇴 가능성을 열어둔 거냐'는 등 질문을 던졌지만 명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발표는 모호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등 안 전 대표는 정치를 계속할 의지가 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앞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사죄하고 책임지는 것일지, 다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은퇴'를 거론하는 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국민의당 선대위 전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았던 이현웅 인천부평구을 지역위원장도 "안 전 대표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라며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동반 탈당했던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안 후보는 국민의당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말하는 등, 안 후보가 정치를 지속하는 것에는 이견이 거의 없는 눈치다.

일부 당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의원직이 있나, 대표직이 있나.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게 없다"면서 모호한 방법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오염된 새 정치' 지적에 "국민 열망 잊지 않았다"는 안철수... "당도 자숙해야"

앞으로 남은 과제는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 둘 모두에게 있다.

안 전 대표가 "당도 혼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한 것처럼, 국민의당은 우선 이번 사태로 인한 탈당자 등 사태 여파와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2018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후보의 책임 통감과도 궤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추미애 대표에) 정치 공세를 할 게 아니라 자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대선평가위원회에 속한 신용현 의원도 앞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태를 어떻게 반전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잘못한 건 잘못한 대로 지적받고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며 "정책 제안과 제3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 등 의원들이 열심히 해서 (지지를) 만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제보조작 사건으로 안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지속해 주창해왔던 '새 정치'가 오염됐다는 지적도 많아, 안 전 대표는 이를 회복해야 할 과제를 껴안게 됐다.

안 전 대표는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는 걸 안다. 큰 실망을 안겨 드려 죄송하다"며 이를 인정하면서도, "국민의당을 3당 체제의 한 축으로 만들었던 국민의 간절한 열망을 잊지 않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재차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안 전 대표 사과 직후 KBS에 출연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이 확정되니 (안 전 대표가) 해명한 것은 시의적절했다"면서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재판에서 꼭 유죄판결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이언주 같은 당 의원은 관련해 본인 페이스북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며 "안 후보의 탓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패배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태그:#안철수 대국민사과, #안철수 입장표명, #안철수 국민의당 사과, #안철수 정계은퇴, #안철수 제보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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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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