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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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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이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중단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한수원 노동조합이 이사회 개최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이날 이사회에서 공사 중단 결정이 나더라도 건설사들의 반발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13일 오후 3시 경상북도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추진기간 중 공사일시중단계획안' 안건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 대한상의 UAE사업센터에서 한 차례 논의를 했던 이사회는 이날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이사회는 이관섭 한수원 사장 등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으로 이뤄져 있다. 총 13명의 이사 가운데 과반이 참석하고, 과반인 7명이 동의하면 안건은 통과된다. 정부의 공사중단 방침이 나온 이후 한수원 쪽은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안건은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노조 '이사회 원천 봉쇄' 선언, 제대로 열릴지 미지수

하지만 이사회가 계획대로 열릴 지는 미지수다.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한수원 노조는 이날 이사회 개최를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본사에 200여명의 조합원이 집결해, 출입구를 막고 이사들의 입장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수원 노조는 앞서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도 조합원 20명이 나와, 이사들의 출입을 막았었다. 당시에는 "의결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출입을 허용했지만, 13일 이사회는 열리게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이사회가 열리는 내일 오후부터 노조원들이 집결해, 이사들이 이사회 장소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면서 "공사 중단 의결을 위한 이사회는 열려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노조는 앞서 이사회가 공사 중단을 결정하면 '배임'혐의로 고소할 방침도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수원은 3개월간 공사 중단을 했을 경우, 설비 유지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해 모두 12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한수원에 '건설공사 일시중단에 따른 노동조합 입장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사회 결정으로 건설을 중단한다면 이사진과 실무관계자 전체를 배임행위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시공사도 "결과 기다리고 있다"지만, 건설 중단시 반발할 듯

7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열리는 대한상공회의소 UAE사업센터 앞에서 한수원 노조원들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노조는 13일 열리는 이사회의 원천봉쇄를 선언했다.
 7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열리는 대한상공회의소 UAE사업센터 앞에서 한수원 노조원들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노조는 13일 열리는 이사회의 원천봉쇄를 선언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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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 결정시 시공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참여하는 두산중공업은 지난 6일 한수원이 '공사중단에 대비하라'며 보낸 협조 공문에 대한 회신을 통해 "공사 중단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만 있을 뿐 이에 대한 법적 계약적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면서 "공사일시 중지를 통보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업무를 중지시킬 만한 합리적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주간사인 삼성물산도 지난 4일 한수원에 보낸 공문에서 "공사 중단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현장 협력업체, 노무자가 동요해 전체 조업이 파행 운영되는 실정"이라면서 "공동수급자가 조치해야 할 업무와 보상범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며, 공문은 단지 한수원에서 보내준 공문에 대한 답변이고 다른 뜻은 없다"면서 한수원 이사회 결정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뿐 아니라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과 공동으로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이사회는 산업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이행 협조 요청 공문에 따른 후속 조치다. 산업부는 '에너지공급자는 국가 에너지 시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에너지법 4조에 따라 한수원이 이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산업부가 근거로 든 에너지법 4조는 해석이 갈릴 수 있다고 본다. 공기업이 정부 시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조항은 '포괄적(추상적) 명령권'으로 본다면 정부가 이번 공사 중단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을 내릴 수 있는지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유권홍 원광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치행정은 구체적인 명령이 있어야 하는데, 산업부의 근거 조항은 추상적인 포괄적 명령권"이라면서 "한수원 이사회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느냐는 해석의 문제로 갈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한수원 뿐 아니고 일을 받아 하는 수많은 회사가 관련돼 있는데, 이들에게는 권리가 생겼고, 이걸 중단하면 손해가 발생한다"며 "이런 경우 국가가 취소할 때는 명백한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게 법치행정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가 '부결'하면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반기 드는 꼴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에서 가까운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후문의 모습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에서 가까운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후문의 모습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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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중단 안건을 부결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 법무실은 정부의 원전 건설 중단 요구를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닌 행정지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사회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사회가 부결시킨다면 공기업인 한수원이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꼴이 된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3개월 공사중단 방침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 국무회의 당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열고, 3개월 공사 중단을 한 뒤 사회적 협의를 거치는 안을 발표했다.

후속조치로 산업부는 지난달 29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에 관한 이행협조요청'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행조치를 신속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사회가 부결하면 정부 최고심의기관인 국무회의와 산업부의 요청을 한수원 이사회가 무시하는 모양새가 된다. '탈원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정부 산하 공기업이 반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한수원 사장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고 했다"면서 "공기업은 국가 정책 결정에 따라가는 것이고 그것에 이사회가 반기를 든다면, 그에 따른 정부 조치가 있을 것이고, 한수원 사장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한수원, #신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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