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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랑의 한반도, 돌파구는 없는가?

지난 7월 4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의 발사 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는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무기인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강원도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폭격하는 훈련을 전개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북한은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미제의 위험한 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발발 위험은 극한점으로 치닫고 있다"고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포함하는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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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강력한 제재 조치 추진에 대해 미국 국내에서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책임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해왔다"면서 "미국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 핵·미사일의 동결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문제 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담당 국장은 8일(현지시간) 진행된 북한 핵무장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북한의 핵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며,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의 자발적 핵 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세계는 지금 북핵문제 '중국 책임론'에 초점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시험 직전 진행되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북핵문제에 대한 공동성명, 발사 직후 열린 G20 정상회의를 통한 한미일 공동선언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추진 등 일련의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워딩이 있다. '제재와 압박' 그리고 '중국 책임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핵 문제 관련 흐름에서 '제재와 압박'은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점점 더 멀어지는 방식이며, 도리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이다. '제재와 압박'은 수십 년간 반복해 왔던 낡은 단어의 하나일 뿐이고, 이러한 흐름에서 시선이 모아지는 것이 바로 '중국 책임론'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부터 꾸준히 북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과 '쌍중단(雙中斷, 중국식 표현으로 쌍잠정, 双暂停)' 구상을 제안해 왔다.

'쌍궤병행(雙軌竝行)'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 미국과의 정전협정을 영구적인 평화협정체제로 변경하는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쌍중단(雙中斷)'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즉 북한은 핵실험과 로켓 발사 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은 매년 한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구상이다.

올해 4월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 달라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쌍궤병행, 쌍중단'을 문제 해결의 방안이라고 한결같은 뜻을 전했다. 그리고 이후 국제무대에서 중국은 꾸준히 이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화성-14형' 발사 직후에 열렸던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중국의 '쌍궤병행, 쌍중단' 구상에 기초한 한반도 위기 해결책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의 이와 같은 제안에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과 한국의 군사훈련 사이에는 아무런 등가성이 없다"라고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정세를 바탕으로 판단해 볼 때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문제 해결의 방안이 없는 듯하다.

한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 베를린 선언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북한의 반응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고는 하지만 공허한 선언이외에 독자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은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며, 동시에 대북 특사 파견 등의 방식을 통해서 대북 대화 채널을 복구하는 것이다.

국제관계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명분이 중시된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와 협상을 시작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안개속 정국에서 북미 간에 최소한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쌍궤병행'과 '쌍중단'이 당사국 간의 명분 찾기에 적합하다고 본다. 또한 이 방안이 북한과 미국 양측이 최악의 국면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마련해 주는 단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중국 역시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대외적 명분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그:##북핵, ##쌍궤병행, ##쌍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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