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의 홈런왕 이승엽(삼성 라이온즈)과 타격 천재 2세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같은 올스타 게임 무대에 서게 된다. 그러나 두 선수가 한 무대에 같이 서는 순간은 KBO리그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이승엽의 은퇴 시즌에 치르는 마지막 올스타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전설의 홈런 타자이며,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타격 천재 이종범(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로 데뷔 첫 해에 아버지보다 빠른 안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역대 최고령 베스트 이승엽, 남은 것은 최다 홈런과 최고령 MVP

그 동안 이승엽은 올스타 게임에서 11번 출전하여 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부문에서 역대 1위는 김용희(롯데 자이언츠), 양준혁(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홍성흔(두산 베어스, 이상 은퇴) 등이 보유한 4개이다. 이승엽이 이번 올스타 게임에서 홈런을 날리면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으며, 2홈런을 기록하면 단독 1위가 된다.

한국인 최초의 600홈런 타자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459홈런을 기록하고 있다(한일 통합 618홈런). 올 시즌도 16홈런으로 삼성 타자들 중 다린 러프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여전한 파워를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올스타 게임 통산 홈런에서는 역대 1위에 오른 적이 없는 이승엽이다.

2017년 7월 15일에 올스타 게임에 출전하는 이승엽은 경기일을 기준으로 만 40세 10개월 27일이 된다. 이 날 한 타석이라도 들어서면 이승엽은 김용수(당시 LG 트윈스 선발투수, 40세 2개월 21일)의 기록을 넘어선다.

다만 이 부문 최고령 기록은 팬 투표로 선정된 선수들 중에서 최고령 기록이다. 감독 추천 선수까지 포함할 경우 2010년 올스타 게임에 마지막으로 출전하여 홈런을 날렸던 양준혁(삼성 라이온즈, 만 41세 1개월 28일)이 최고령이다. 이후 양준혁은 9월에 은퇴전을 통해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승엽이 이번 올스타 게임에서 홈런을 추가할 동기는 충분히 부여되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하나의 홈런을 추가하면 통산 기록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올스타 게임이 치러지는 장소는 삼성의 홈 경기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원정을 다니며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은퇴 투어는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 마무리투수)가 처음 시작한 문화인데, 메이저리그와 달리 원정 9경기장을 고르게 방문하는 KBO리그의 운영 특성 상 이승엽은 꾸준히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번 올스타 게임에서 이승엽의 은퇴를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가 리그 차원에서 준비되진 않았지만 이승엽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올스타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최고령 MVP는 2011년 이병규(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당시 만 37세)가 세운 기록이 있다.

역대 최연소 베스트, 타격 천재 2세 이정후

 지난 6월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회 초 넥센 선두타자 1번 이정후가 타격하고 있다. 결과는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지난 6월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회 초 넥센 선두타자 1번 이정후가 타격하고 있다. 결과는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 연합뉴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는 역대 최연소 베스트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7월 15일 기준으로 만 18세 10개월 7일이 되는 이정후는 19세 미만 청소년 신분으로 올스타 게임에 출전한다. 최연소 이정후와 최고령 이승엽의 나이 차는 22세 20일로 이정후의 나이보다도 많은 차이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은 베스트 출전으로만 13번을 출전했는데, 이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데뷔 첫 시즌부터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참고로 통합 최다 올스타 선정은 양준혁(베스트 12회, 감독 추천 3회)이다.

이정후는 신인 드래프트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부자 1차 지명이라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종범은 해태 타이거즈의 연고지 1차 지명을 받았고, 아들 이정후는 넥센 히어로즈의 연고지 1차 지명을 받았다. 이정후는 광주 무등중학교 3학년 시절 아버지의 은퇴 이후 서울 휘문중고등학교로 전학한 이후에 1차 지명이 부활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1차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

원래는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할 듯 보였던 이정후는 임병욱의 부상으로 인하여 졸업 직후 바로 풀 타임 주전 외야수가 되었다. 이정후는 6월부터 주장 서건창과 함께 리그 최강의 테이블 세터가 되었고, 7월 9일 83경기 만에 100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페이스는 아버지 이종범의 데뷔 시즌보다 빠른 페이스(98경기)로, 타율 0.331로 팀내 타율 2위다(1위 0.349 서건창).

사실 고졸 직후 첫 시즌이라 체력적인 부담도 클 만 한데, 현재 넥센에서는 이정후의 컨디션 관리를 위하여 자율 훈련 시간에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배려하며 관리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정후는 올스타 게임에 출전하더라도 풀 타임으로 출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될 이승엽과 이정후의 만남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이 지난 4일 포항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2회말 2점 홈런과 7회말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때 삼성 이승엽이 2점 홈런을 쳐내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이 지난 4일 포항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2회말 2점 홈런과 7회말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때 삼성 이승엽이 2점 홈런을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올스타 게임에 출전하게 될 이승엽과 처음으로 올스타 게임에 출전하게 되는 이정후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무대에 서는 것도 아쉽지만, 아쉬운 요소가 또 하나 있다. 이승엽과 이정후는 올스타 게임에서 서로 다른 팀으로 나뉘어 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 등과 함께 드림 팀으로 올스타 게임에 출전한다. 반면 넥센은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그리고 한화 이글스 등과 함께 나눔 팀으로 출전하게 된다.

올스타 게임에서 다른 팀으로 나눠 출전하게 된다는 것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노하우를 나눌 시간이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같은 팀으로 출전하게 될 경우 공격 이닝 때 함께 더그아웃에 앉아 선배와 후배가 경기 감각에 대한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겠지만, 아쉽게 다른 팀으로 나뉘어 이런 화면은 볼 수 없다.

그러나 일단 같은 경기장에서 올스타 게임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이승엽과 이정후는 특별한 만남이 될 것이다. 경기장에 나와서 몸을 푸는 시간이나 사전행사 때 잠시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게 될 때 천재 루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대선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이승엽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이며, 이정후는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풍미하게 될 스타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올스타 게임은 한국 야구가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볼 수도 있다.

경기에 대한 요소 이외에도 새로운 야구 세대로의 교체가 이번 올스타 게임을 기다리게 되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되고 있다. 자신의 시대를 마무리하는 이승엽의 아름다운 인사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후의 아름다운 인사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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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올스타게임 이승엽은퇴시즌 이정후데뷔시즌 전설과천재의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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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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