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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들이 야생성을 입고 들개로 변모해 민가의 가축에 피해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근흥면 마금리에서 가축에 해를 입혔던 들개 2마리 중 한 마리를 포획한 모습. 맨 오른쪽인 태안군수렵인연합회 정형일 부회장으로 주말에도 불구하고 포획에 나서 귀감이 되고 있다
▲ 들개로 변모한 유기견들 유기견들이 야생성을 입고 들개로 변모해 민가의 가축에 피해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근흥면 마금리에서 가축에 해를 입혔던 들개 2마리 중 한 마리를 포획한 모습. 맨 오른쪽인 태안군수렵인연합회 정형일 부회장으로 주말에도 불구하고 포획에 나서 귀감이 되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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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에 사는 최아무개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염소 2마리가 무언가의 습격으로 물려 죽어있던 것. 피해는 최씨 뿐만 아니라 같은 마을에 사는 송아무개씨 집에서도 발생했다. 송씨는 자식같이 키우던 토끼 22마리를 잃었다. 죽은 이유는 최씨 집 염소와 같이 무언가에 물려 죽었다.

같은 마을에 살던 최씨와 송씨집에서 피해가 발생해 마을 아무개집에서 키우던 개의 소행으로 볼 법도 했지만, 가축 피해는 산 하나를 넘어 수 킬로 떨어져 있는 근흥면 안기2리에서도 발생하면서 범인(?)의 행방에 대해 점점 묘연해지기 시작했다. 안기2리의 박아무개씨 집에서도 12마리의 닭이 물려 죽은 것.

하지만, 범인은 곧 여러 주민들의 신고로 실체가 드러났다. 들개였다. 들개의 정체를 확인한 결과 마금리 주민이 키우던 유기견 2마리(황견, 백견)로 밝혀졌다. 주인에 의해 버려진 유기견들이 생존본능으로 야생성이 더해지면서 난폭한 들개로 변한 것인데, 본래 개의 주인이었던 한 주민은 그동안 유기견들이 헤친 염소 5마리, 토끼 25마리, 그리고 어린 개 다수를 물어 죽인 탓에 만만찮은 손해배상비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들개들은 인근 야산에 살다가 먹을 것을 찾아 민가로 내려왔다가 민가에서 키우는 닭과 염소, 토끼 등 가축에 해코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을 버린 인간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역습으로도 보인다.

태안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근흥면 마금리 마을에 피해를 입힌 들개들은 이미 이번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그동안 마금리 일원에서 유기견 2마리가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던 것.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들개의 피해사례가 마금리를 벗어난 안기 1, 2리에서까지 피해신고가 접수되면서 피해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자칫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도 해코지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유기견에 물릴 경우 광견병 등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인근 서산시에서는 떼로 몰려다니는 들개 무리에 의해 송아지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농번기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은 농가에 비상이 걸리는 한편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피해는 들개들이 시골의 특성상 음식물을 집 주변에 버리는 것을 알고 먹을 것을 찾아 민가에 내려와서 허기를 채우거나 집안으로까지 침입해 가축 사료를 먹고 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고라니나 멧돼지 등이 수확 철 먹을 찾아 민가나 농경지로 내려와 농작물을 망치거나 민가로 침입해 해를 끼치는 경우는 허다하게 목격되고 있지만, 들개들로 인한 피해사례가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당 지자체에서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태안군청의 한 관계자는 "유해 야생동물 전담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엽우회 측에 요청해 빠른 포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렵단을 활용한 포획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이제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는데 많이 몰리는 피서객들과 함께 유기견 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들개 포획에 나선 엽사들… 태안군·서산경찰서·태안소방서도 합동 포획 나서

한편, 일각에서는 수렵단을 운영할 경우 들개와 집에서 기르는 개를 구분하지 못해 포획할 경우 추가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수렵 전 엽사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말이었던 지난 9일 마침내 들개 2마리 중 황견 한 마리가 엽사에 의해 포획됐다.

하지만, 아직 백견 1마리와 추가로 피해가 신고된 고남면의 들개들이 남아 있어 태안군에서는 서산경찰서, 태안소방서와 합동으로 들개 포획에 나서고 있다. 특히, 태안군에서는 태안군 수렵인연합회(회장 한영수, 상임부회장 정형일) 소속 7명의 엽사들에게 포획허가를 내주고 들개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해 수렵단 운영을 총괄하는 태안군청 환경산림과 관계자는 "들개로 인해 주민들에게도 위해가 될 수 있었지만, 군과 서산경찰서, 태안소방서 등 행정의 발 빠른 조치로 일단 한 마리를 포획할 수 있었다"면서 "해당 들개들은 마을주민이 풀어줘서 들개로 변한 사례로 들개 포획 시 자칫 주인 있는 개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포획 시에는 전 개 주인과 마을 이장, 엽사가 함께 다니면서 포획하고, 포획하고 난 뒤에는 사진을 찍어 오해가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군에서는 유해 야생동물 포획허가를, 경찰서에서 총기 반출, 소방서에는 측면 지원 등 3박자가 맞아야 포획이 가능한데 이번에 한 마리를 포획하는 데는 이 3박자가 신속하게 맞아 들었다"면서 "고남면에서도 들개 피해 신고가 접수된 바 있어 7명의 엽사들에게 포획허가를 내줬고, 이들이 들개의 습성을 잘 알고 있어 조만간 남은 들개들도 포획해 주민들을 들개의 위협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야생동물 포획허가를 득한 7명의 엽사들은 들개 이외에도 농가에서 유해 야생동물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출동수당을 받지 않고 무료봉사로 포획에 나서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들개,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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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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