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 LA다저스


기분좋은 추억이 함께하는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하는 류현진은 시즌 13번째 선발등판. 한 선발투수가 시즌 내내 로테이션 탈락없이 소화할 경우 30경기 정도 등판을 가지게 되는데, 전반기 남은 두 번 정도의 기회에 모두 등판하면 16경기(15선발)이 된다.

류현진은 부상에서 회복해 '편법적 DL'로 1차례 로테이션을 거른 것을 제외하고는 차례에 맞게 계속 등판해오고 있다. 불펜과 로테이션 한번 빠진것까지 합하면 이번이 15번째 순번이 돌아간 것으로, 몸에 이상없이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뜻이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회복을 증명하며 하프타임을 소화한 류현진과 겨룰 에인절스의 선발투수는 알렉스 메이어. 시즌 10번의 선발등판에서 3승 4패 4.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우완투수다. 최근 1경기 호투-1경기 무너지는 장면을 반복해오고 있는데 오늘 순번으로는 '호투하는 순번'이라 어떻게 될 지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 지역 라이벌 팀을 상대로 씩씩하게 던진 류현진

 칼훈의 2루타(좌)와 시몬스의 홈런(우) 장면. 전부 높은 쪽으로 형성된 행잉커브였다.

칼훈의 2루타(좌)와 시몬스의 홈런(우) 장면. 전부 높은 쪽으로 형성된 행잉커브였다. ⓒ 정강민



류현진은 캐머런 메이빈을 맞아 6연속 패스트볼로 삼진을 뺏어냈고, 칼훈-푸홀스도 각각 땅볼-삼진으로 요리하며 공 12개로 깔끔히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2회에도 삼진 하나를 포함하며 삼자범퇴로 돌려세워 가장 불안했던 1-2회를 깔끔히 막아냈다.

3, 4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3회에는 메이빈에게 2번째 삼진을 뺏고 마무리지었다. 4회에는 타구에 맞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지만, 말도나도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5회에는 포사이드의 송구에서의 아쉬움으로 발빠른 르비어가 출루해 변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됐지만, 메이빈을 3번째 삼진으로 틀어막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이닝을 끝냈다.

6회 칼훈이 커브를 상대로 2루타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푸홀스를 삼진처리, 에스코바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막아내는 듯 했다. 그러나 안드렐튼 시몬스가 좌측에 큰 홈런을 쳐냈다. 커브가 너무 높이 갔고, 이런 행잉 커브는 메이저리그 타자라면 공략할 힘을 갖추고 있었다. 올시즌 좋은 공격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었던 시몬스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말도나도와 마르테도 안타를 때려냈고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내렸다. 6회 이전까지의 기세는 참 좋았지만 끝마무리가 너무나 아쉬웠던 투구였다. 5.2이닝 7피안타 8K 2실점.

후속 투수 데이튼이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푸이그가 집중력있게 타구를 수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14시즌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보여줬던 슈퍼캐치처럼 이번에도 류현진을 수비에서 결정적으로 도와줬다.

▶ 법칙은 어긋나지 않는다? 떨어진 다저스 타선의 타격감, 숱한 찬스 놓쳐
 알렉스 메이어의 최근 성적. 6/13일 경기 이후에는 널뛰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알렉스 메이어의 최근 성적. 6/13일 경기 이후에는 널뛰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 정강민


상대 선발투수 메이어가 계속 볼넷을 이닝마다 내줬지만 다저스가 이걸 살리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1회에도 선두타자 볼넷이 있었고, 2, 3회에는 각각 2개의 볼넷을 메이어에게 뺏어냈지만 후속타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4회 드디어 야스마니 그랜달이 볼넷이 아닌 안타로 출루했다. 그러나 포사이드가 바로 병살타를 때리며 주자를 지워버렸다. 5, 6회에는 아예 출루도 못했다. 정말 법칙에 이끌리듯, 메이어는 꾸역꾸역 호투를 이어갔다.

메이어가 내려간 8회 트레이스 톰슨이 홈런으로 득점을 처음 올렸다. 13타수 무안타 이후 첫 홈런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소득이 없었고, 9회에는 캠 베드로시안이 등판해 벨린저를 삼진, 테일러를 뜬공아웃시키며 류현진의 패전투수는 확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랜달이 이를 놔두지 않았다. 안타와 볼넷으로 2출루를 기록 중이던 그랜달은 베드로시안의 높은 84.7마일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들어올려 홈런을 쳐냈다. 시즌 10호 홈런이자 개인 4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동점 홈런을 기록했던 그랜달이 낫아웃 이후 송구 실책을 기록하며 경기는 범상치 않게, 또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송구 자세가 리듬이 다소 안맞은듯 외야로 공이 허망하게 날아갔다. 어깨 강한 푸이그라도 3루에서 홈으로 대쉬하는 발빠른 르비어를 막을 수는 없었다.

▶ 류현진을 끌어내린 높은 2개의 커브는 아쉬워... 최고의 등판에 큰 흠결 남겼다

5회까지는 무결점 피칭이었다. 볼넷도 1개, 좋은 타구도 억제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그래서 6회가 더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QS와 그 이상도 해낼 기세였는데 6회에 안타 4개를 허용하며 87구라는 다소 적은 투구수로 오늘 마운드에서 퇴장했다.

커브 2개가 발목을 잡았다. 칼훈과 시몬스에게 던졌던 그 실투 2개는 아주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형성됐다. 사실 이 2개의 공은 방망이를 내지 않는 이상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자비를 구하기 어려운 공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칼훈에게도 홈런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고, 시몬스는 대형 홈런을 날려버렸다.

또 피홈런 이후 두 타자를 막지 못한 부분 역시 아쉬웠다. 승리투수는 차치하더라도 QS 요건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도나도에게 초구 커터, 마르테에게 5구 체인지업이 공략당했다. 다소 높은 위치에 공이 들어온 것이 아쉬웠다.

오늘 패스트볼 구속은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88-89마일에 머무른 것은 아니지만, 92-94마일을 오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1회 메이빈 타석을 제외하면 꾸준히 90-92마일을 기록하며 구속은 유지했다. 이 구속을 바탕으로 삼진도 여럿 잡고 에인절스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메인 변화구로 체인지업(에인절스 구종가치 -4.0, 18위)과 커브(에인절스 구종가치 -7.0, 21위)를 적극 활용하는 부분이 있었다. 에인절스가 강한 모습을 보였던 커터(에인절스 구종가치 3.7, 8위)는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제구가 더해지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혁 해설위원이 아주 극찬을 할만큼 볼배합이 아주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단지 2개의 공과 타선의 떨어진 흐름이 또다시 류현진을 울린 것 뿐이다. 부상 이전에는 2실점 정도 하면 대부분 승리를 챙길 수 있을 정도로 득점지원이 좋았는데 부상에서 돌아오니 인색한 득점지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총평: 좋은 분위기에서 QS 못한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봐야

그간 부진에 빠졌던 리치 힐, 마에다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의 경기에서 좋은 호투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둘 모두 7이닝씩 소화했다. 그러나 류현진만 6이닝도 소화하지 못하고 내려갔다. 매카시가 부상자명단에 있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안될 순 있다.

그러나 매카시도 부상자명단 최소기간인 10일을 채우고 머지않아 복귀할 것으로 보이고 카즈미어도 싱글A에서 리햅등판을 목전에 두는 등 복귀 과정을 진전시키고 있다. 계속 6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노출한다면 로테이션 잔류를 낙관할 수 없다. 마에다와 또 자리를 바꾸거나 힐-마에다와 손잡고 불펜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일정도 좋지는 않다. 다음 선발등판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중요한 시리즈 첫 경기 등판이다. 상대 선발투수는 잭 고들리로 예정된 상태인데 이 투수도 페이스가 좋고 팀 성적도 다저스와 호각세이다. 다만,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되는데 애리조나가 원정에서는 타격이 좋지않은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두고두고 아쉬울 투구를 남긴 류현진. 오늘의 QS 실패와 패전의 멍에는 하반기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오늘의 아쉬움은 묻어두고 전반기 애리조나와의 경기와 캔자스시티 전에서 유종의 미를 확실히 거둬야할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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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류현진 다저스 선발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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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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