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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하이디스테크놀로지(주)가 경영상의 이유로 단행한 정리해고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2015년 1월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사측이 정리해고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2015년 3월 31일 제기한 정리해고 무효소송에 대해 2년만에 법원이 무효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이디스는 LCD생산 회사로, 전신인 현대전자 부도 이후 분사해 2002년 중국 BOE에 매각되었으나 검찰수사 결과 하이디스의 기술 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하이디스는 대만 E-ink에 매각이 되어 국내 기술 개발로 연간 1000억 원대의 기술료 수익을 얻는 등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이디스는 2015년 1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94명을 정리해고 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공장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법원판결이고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히 판단함으로써 사용자가 경영사정을 내세운 정리해고의 남용을 막은 판결"이라며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간 하이디스지회 소속 해고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맞서 쟁의를 했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30여억 원의 손해배상가압류를 포함해 민형사상 고소고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쟁의의 원인이었던 정리해고에 대한 법원의 무효 판결은 해고노동자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하이디스지회 이상목 지회장을 만나 2년만에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승소한 소감과 복직을 위한 계획을 들어보았다.

"고통 씻는 기쁨의 눈물... 회사, 노동자들 원직복직 시켜야"

이상목 하이디스지회장, 국회 앞 하이디스 문제 해결을 위한 선전전
 이상목 하이디스지회장, 국회 앞 하이디스 문제 해결을 위한 선전전
ⓒ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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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이겼다. 소감은 어떤가?
"너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제라도 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해서 기쁘다. 정리해고 이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부당한 정리해고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한 조합원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 정리해고 이후에 사측으로부터 많은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다. 이번 승소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정리해고 후 사측이 제기한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으로 투쟁을 포기한 조합원들이 있었다.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는 만큼 원인제공은 사측이 했기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모든 소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

- 지금 지회 조합원 분위기는 어떤가? 
"법원에 함께 간 조합원들 그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조합원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의 의미는 우리의 투쟁이 정당했고 그간의 고통을 씻는 기쁨의 눈물이다."

- 복직의 길이 열렸다. 사측이 복직시킬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지.
"최근 사측이 공장 건물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공장을 매각하더라도 현재 남아 있는 조합원 73명의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 사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항소와 상관없이 일단 원직복직을 시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하이디스 지회와 면담을 갖고 하이디스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하이디스 지회와 면담을 갖고 하이디스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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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계획은?
"최근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농성장을 옮겼다. 여의도에서는 '프로젝트 300'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의원실을 방문할 계획이다. 하이디스와 유사한 사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지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입법까지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다. 프로젝트 300의 마지막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약속을 지켜달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제, 어떤 약속을 받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국회에서 지회와의 면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고, 서명을 했다. '첫째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즉각 철회하고 고용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촉구, 둘째,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교섭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 마지막으로 외투자본의 비윤리적 경영형태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서면에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서약을 했다."

- 외국투자 자본의 기술먹튀에 대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나?
"하이디스 정리해고 문제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외국투자 자본의 특허기술 먹튀행각이 두 차례나 있었고, 회사가 흑자를 보고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간 해고노동자들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가 있는 대만으로 원정 투쟁을 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대만정부가 입국거부 시키고 있다. 먹튀 자본으로부터 노동자들과 국내기술을 보호해야 할 우리 정부는 사실상 사안을 방치해왔다.

이제는 우리 사안을 잘 알고, 해결을 약속한 바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정부가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지회가 요구하는 바는 문제해결을 힘겹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지울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나라 기술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호하라는 것이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을 비롯해 우리 노동자들이 더 이상 먹튀자본에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

- 쟁의의 원인인 정리해고는 무효 판결이 났는데, 쟁의에 대한 민형사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어떤 소송이 남았나?
"정리해고 소송 이외에 형사소송도 있다. 또 손해배상 가압류를 30억 원 가까이 지회장을 포함한 간부 및 조합원에게 청구했다. 해고노동자가 상상할 수 없는 청구금액이나 부동산 등 가압류로 경제적으로 옥죄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도 비상식적인 이유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어 저도 조합원들도 정신적 고통이 크다. 투쟁과정에서 자결한 고 배재형 열사의 죽음에 대해 사측은 지회장의 기자회견 발언과 언론기사를 문제 삼아 총 4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지난 5월 18일 서울남부지법은 3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달 초 항소장을 넣었다.

또 조합원 2명에게 대만원정 투쟁 중 신발던지기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1심에서 25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 또한 항소심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라는 명목으로 경찰의 간식비용까지 해고된 노동자에게 청구하는 등 22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도 있다. 관련 사건들은 형사소송도 같이 진행 중이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이 암울하다. 노동자들의 인권이 바닥이다. 멀쩡한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목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해 보겠다고 노동조합 만들면 계약해지 하는 등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 노동조합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때 대한민국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 함께 합시다."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승소한 하이디스 지회 조합원 단체사진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승소한 하이디스 지회 조합원 단체사진
ⓒ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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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리해고, #하이디스, #손배가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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