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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상경 활동을 벌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상경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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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인권'을 말하려면 먼저 밀양과 청도 주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에 반대하다 온갖 피해를 입은 밀양·청도 주민들이 경찰의 사과를 촉구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오랫동안 싸웠다. 주민들이 송전탑 예정지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하자, 경찰과 공무원들은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움막을 강제철거했다.

김수환 종로경찰서장은 당시 밀양경찰서장,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 이성한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는 당시 경찰청장으로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밀양 문제를 해결해 줄 것"

밀양과 청도 주민 70여명은 이날 상경 활동을 벌였다.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27통의 편지를 전하고, '광화문 1번가' 국민 인수위에 밀양 주민 4대 요구안을 전했다.

주민들은 6·11 행정대집행 3주기를 맞아, 이날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자(62, 밀양 상동면)씨는 "후쿠시마 사태를 벌써 잊었나? 신고리 5~6호기 중단하면 밀양송전탑은 철거할 수 있다"며 "한전이 돈으로 마을을 산산조각 내고, 열심히 투쟁한 우리가 찬성 주민들에게 오히려 욕을 먹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도 우리는 끝까지 가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밀양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은주(51, 청도 삼평리)씨는 "이 작은 마을 삼평리에 송전탑 공사 하면서 열심히 투쟁한 반대 주민들이 찬성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아서 마을회관에도 못 가고, 예전 천막 농성장에 모이는 실정"이라 했다.

밀양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27통, 청도 삼평리 주민들은 7통씩 작성하여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밀양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진상조사, 경찰 폭력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 등 4대 요구안을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접수했다.

이날 오후 주민들은 종로경찰서 앞에서 '밀양송전탑 살인진압 주범 이철성 김수환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고향 할매 할배 때려잡고 종로서장 하니 좋냐"며 김수환 서장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구미현(68, 용회마을)씨는 "행정대집행 그날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책임자 김수환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밀양 출신이 고향의 어른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나. 김수환이 현장에만 나타나면 경찰의 진압은 살인적으로 변했다. 경찰이 아니라 폭력배"라며 분노했다.

주민들은 당시 경찰 책임자 3명을 죄수복으로 묶여 종로경찰서로 넘기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경찰이 인권을 말하려면 밀양 주민들에게 사죄하라'는 주민들의 항의 서한문을 전달했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오는 17일 밀양에서 '밀양송전탑 6.11행정대집행 3주년 기억 문화제'를 열고, 18일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 콘서트'에 참석한다.

다음은 '밀양송전탑 6.11행정대집행 3주년 경찰 항의서한' 전문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상경 활동을 벌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상경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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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인권'을 말하려면 먼저 밀양과 청도 주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

벌써 3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6월 11일이라는 날짜는 특별하게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면 몸서리가 나고, 아직도 그날의 장면을 담은 영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 새벽 일찍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다. 타들어가는 가뭄에 농사일을 밀쳐두고, 70대 80대 노인 수십 명이 왜 서울로 왔겠는가. 우리는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고, 단 한마디 사과도 없는 경찰에 대한 분노가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대신 '인권 경찰'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니, 경찰은 그 다음날 곧장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와 차벽'을 없애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는 경찰이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2014년 6월 11일은 대한민국 경찰 '암흑의 날'로 기억되어 마땅하다. 밀양송전탑 4개 농성장에 머무르던 주민 100명을 몰아내기 위해 2천명이나 되는 엄청난 공권력을 투입했다. 알몸으로 쇠사슬을 묶고 있던 할머니들의 농성장 천막 위로 올라가 천막을 칼로 북북 찢던 경찰을, 쇠사슬을 묶고 있던 목에 절단기를 들이대던 그날의 경찰이 어찌 민주공화국의 경찰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작전을 마친 경찰관들이 V자 기념 촬영을 하고,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노인들이 응급 후송되던 2014년 6월 11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2015년 국정감사에서 2014년 1월~2015년 7월까지 집회시위 유공 포상 경찰관 113명 중 73명, 특진자 14명 중 10명이 밀양송전탑 진압 유공자로 밝혀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또 한 번 분노했다. 그리고, 그들의 최고 우두머리들이 영전에 승진을 거듭하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아야 했다.

현장지휘책임자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은 청와대 22경호대장을 거쳐 지금은 종로경찰서장이 되어 있다. 주민들은 말한다. "고향 어르신들 때려잡고 출세하니 행복하냐?"고. 그리고 또 말한다. "얼마나 잘 되는지 두고 보자"고. 당장 옷을 벗고, 쇠고랑을 차도 시원치 않을 이가 지금 청와대를 관할로 하는 대한민국 최고 심장부의 치안 책임자를 맡고 있다.

당시 경찰청장으로 하루 3천명 연인원 38만 명의 경찰을 투입하여 밀양 주민을 때려잡은 이성한은 퇴임하자마자 한국전력의 상임감사로 취업했다. 38만 공권력의 지휘책임자였던 이철성 경남경찰청장은 지금 경찰청장이 되어 있다.

그런 경찰이 지금 '인권'을 말한다. 경찰에게 묻는다. 밀양 주민들이 6.11행정대집행 이후 불안과 우울증 무려 200여 차례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을 알고 있느냐고.

청도 삼평리 345kV 송전선로 공사 현장에서도 경찰이 고령의 주민들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 한전 돈봉투 심부름을 하다 쇠고랑을 찬 일을 알고 있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이제 말한다. 만약, 경찰이 수사권을 받기 위해 '인권'을 이야기하려면, 경찰이기 이전에 '인간'이고자 한다면, 경찰은 다음 두 가지 과제를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경찰은 밀양송전탑 살인진압 책임자 이철성 김수환을 즉각 파면하라.
둘. 경찰은 밀양과 청도 주민들에게 자행한 인권유린과 폭력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고, 주민 앞에 사죄하라.

2017년 6월 13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상경 활동을 벌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상경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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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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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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