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내가 죽던날

7번째 내가 죽던날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로렌 올리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원제: Before I Fall)이 지난 5월 31일 개봉했다.

감독은 라이 루소 영이며 주인공은 <에브리바디 원츠 썸> <오마이 그랜파>의 조이 도이치 이다. 제작비 500만 달러가 투여된 저예산 영화로,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북미에선 3월 3일에 개봉하여 1224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거두었다.

 주인공 샘을 연기한 조이 도이치

주인공 샘을 연기한 조이 도이치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여고생 샘(조이 도이치)은 소위 잘나가는 예쁜 아이로 다른 친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2월 12일 '큐피드 데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날. 샘은 역시나 한 아름의 장미꽃을 받고, 남자친구와 특별한 밤을 준비한다. 도이치를 좋아하는 켄트(로건 밀러)가 연 파티에 친구들과 참석해 즐기지만, 절친 린제이(할스톤 세이지)가 '왕따' 줄리엣(엘레나 캠푸니스)과 싸움 벌어지고 만다. 파티를 망친 도이치와 친구들은 예상보다 빨리 집으로 향하던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어떤 영문인지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난 샘은 자신이 죽지 않고, 다시 어제로 돌아왔다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자신이 죽던 날이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계속 자신이 죽는 마지막 날이 반복되고 그녀는 타임 루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반복되는 일상'이란 소재는 익숙함을 넘어 이젠 식상한 소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타임 루프 영화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죽음을 간절히 막기 위한 것들이다. 제이크 질렌한의 <소스코드>나 개봉예정인 국내영화 <하루>가 그러하다. 이런 영화들과 달리 <7번째 내가 죽던 날>의 차별성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죽기를 반복한다는 것이고 영화가 그 죽음으로부터 체념하면서부터 빛을 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7번째 내가 죽던날 스틸샷

7번째 내가 죽던날 스틸샷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마지막 날, 결국 체념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를 고찰하게 된다.

도이치는 계속 반복되는 마지막 날 속에서 불량소녀의 삶은 선택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도이치는 마지막 하루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없어지면 슬퍼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그녀는 그렇게 생애 마지막 날을 단순히 '죽는 날'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날로 만든다.

영화는 이런 도이치의 행동을 통해 죽음은 그저 삶의 끝일 뿐 관계의 끝이 아님을 깨우쳐준다. 그것이 잘 드러나는 장면은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마지막 말을 건네는 장면에서 잘 표현된다.

"너는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해"라는 대사는 여동생에게 평생 간직될 선물이자 두 자매의 관계를 영원히 유지해주는 하나의 장치다.

영화의 타임 루프가 징벌적 개념이라고 할 때 '왕따'의 직접적인 가해자 린제이가 아닌 방관자 혹은 가담자 도이치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 가해자는 아니지만, 방관자 혹은 가담자의 입장에서 '난 그저 내 친구 편을 들었을 뿐이야.'. '난 바라보기만 했어'라는 식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이들에게 영화는 '우리에겐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책임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그렇게 10대들의 가장 큰 악행 중 하나인 '왕따' 문제를 교훈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감독은 10대의 덜 성숙하고 복잡한 심리를 잘 잡아내고 있으며, 10대들의 연애와 우정 그리고 가족에 대한 시선들도 대체로 잘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샘을 연기한 조이 도이치의 연기도 인상적이며 극의 분위기를 잘 유지시켜주는 OST도 준수하다. 하지만 간결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속도감을 내지 못한 전개와 클리셰가 눈에 띄는 영상처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로 원작 소설에선 죽는날이 정확히 7번 반복되지만, 영화에선 그 이상 반복된다. 결국, 한글 제목과 영화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와 포스트 (http://post.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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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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