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좌타 외야수 정진호(29)가 KBO리그 역대 23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말 2루타, 2회말 3루타, 4회말 단타, 5회말 홈런을 때려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5회말 2사 1루 때 투런 홈런을 치고나서 최해명 코치와 손바닥을 부딪치는 정진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좌타 외야수 정진호(29)가 KBO리그 역대 23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말 2루타, 2회말 3루타, 4회말 단타, 5회말 홈런을 때려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5회말 2사 1루 때 투런 홈런을 치고나서 최해명 코치와 손바닥을 부딪치는 정진호. ⓒ 연합뉴스


두산이 전날의 연장전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지난 7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13안타를 터트리며 9-7로 승리했다. 두산의 선발 유희관은 6이닝 동안 피홈런 1개를 포함해 7점을 내주며 다소 불안한 투구를 했지만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시즌 6번째 승리를 챙겼다.

전날 연장 10회까지 22점을 주고 받는 대혈전을 치른 두산과 삼성은 이날도 유희관과 우규민이라는 에이스급 투수를 투입하고도 5회초까지 7-7로 난타전을 벌였다. 하지만 5회말에 터진 정진호의 결승 홈런이 거친 타격전을 정리해 버렸다. 정진호는 이날 5이닝 4타석 만에 통산 2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는 등 5안타 2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베어스에게도 단 4번밖에 허락되지 않은 사이클링 히트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사이클링 히트는 총 22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프로 원년 삼성 라이온즈의 오대석을 시작으로 지난 4월 넥센 히어로즈의 '서교수' 서건창이 통산 22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때까지 36년이 걸린 셈이다. 1982년 오대석 이후 1987년 빙그레 이글스의 이강돈이 통산 2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때까지 5년이 넘도록 사이클링 히트가 나오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KBO리그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가장 많이 기록한 팀은 삼성이다. 삼성은 통산 1호 사이클링 히트를 비롯해 작년 시즌의 최형우(KIA 타이거즈)까지 총 5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은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통산 2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까지 더하면 2015년의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한 시즌 2회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두산의 경우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을 포함해 작년까지 총 4번의 사이클링히트 기록이 나왔다. 1992년8월2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임형석이 프랜차이즈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17년 후 이종욱(NC다이노스)이 2009년 4월11일 LG트윈스전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이종욱은 그 해 시즌 홈런이 단 1개에 불과했는데 그 1개의 홈런이 터진 날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것이다.

2014년은 오재원의 차례였다. 오재원은 2014년5월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타수5안타5타점3득점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그 경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며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오재원은 그 해 타율 .318 5홈런40타점33도루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 시즌엔 박건우가 두산의 사이클링 히트 행진을 이어 받았다. 박건우는 6월16일 KIA전에서 4안타3타점4득점으로 통산20번째, 베어스 역대 4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박건우 역시 작년 시즌 타율 .335 20홈런83타점95득점17도루를 기록, 두산의 1번타자로 맹활약하며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박건우 대신 선발 출전해 사이클링 히트 달성한 정진호

호타준족 외야수 박건우는 번외로 치더라도 이종욱과 오재원의 경우엔 호쾌한 장타력을 가진 선수와는 거리가 있다. 베어스의 첫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던 임형석도 통산 도루 26개, 통산 3루타 14개에 불과할 정도로 주력이 아주 좋은 선수로 보긴 힘들다. 결국 사이클링 히트는 상황과 컨디션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날, 속된 말로 '그 분이 오신 날'에만 나올 수 있는 진귀한 기록이다.

7일 경기에서도 전날 퓨처스리그에서 갓 올라온 정진호가 2번 우익수에 배치됐을 때 이런 대기록이 나울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진호는 시즌 초반 박건우의 부진을 틈 타 올 시즌 타율 .233 2홈런5타점을 기록했지만 수비나 주루플레이에서는 조수행에게 밀리고 펀치력에서는 국해성에게 밀리는 다소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백업 외야수였다.

하지만 정진호는 이날 최형우나 구자욱(삼성), 나성범(NC)이 부럽지 않은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정진호는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 2회 두 번째 타석에서 3루타,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으로 흘러 가는 바람에 정진호의 활약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정진호는 두산이 7-7로 동점을 허용한 5회 4번째 타석에서 삼성의 두 번째 투수 최충연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5이닝, 4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5이닝 만에 사이클링 히트가 나온 것은 정진호가 역대 최초다. 정진호의 홈런은 두산의 결승타가 됐고 6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한 유희관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정진호는 7회 5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5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정진호는 지난 6일 주전 외야수 박건우가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경기 중 교체되면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건우의 대체 선수로 출전한 정진호는 작년의 박건우에 이어 두산에게 2년 연속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안겨 줬다. KBO리그 정규리그는 팀마다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러야 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정진호처럼 준비가 된 선수라면 그 변수를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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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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