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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 등장한 '고용안전호'. 남목고개를 넘어 고공농성이 이어지고있는 북구 성내삼거리로 출발하고 있다. '고용안정호'는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과 하청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만든 모형선박.
▲ 고용안정호 20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 등장한 '고용안전호'. 남목고개를 넘어 고공농성이 이어지고있는 북구 성내삼거리로 출발하고 있다. '고용안정호'는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과 하청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만든 모형선박.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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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87년 7월. 국내 대기업 사업장 중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하며 전국적인 민주노조 설립의 도화선이 된 이들은 바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다. 어용노조와 구사대 등 사측의 방해 공작이 극심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민주노조를 설립했다.

당시를 기록한 글은 "울산에서 6개 사업장의 현대노동자들이 대규모 연합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엔 현대중공업 정문을 출발한 6만여 노동자들이 "어용노조 타도하고 민주노조 쟁취하자"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남목고개'를 넘었다."고 전하고 있다.<노동자역사 한내>

울산 동구 남목동 ~ 북구 염포동을 잇는 '남목고개'는 울산 동구라는 외진 곳에서 울산 시내로 이어진 유일한 도로이자 당시 민주노조를 열망했던 대한민국 모든 민중과 노동자들을 연결하던 길이었다.

당시 십수만 명의 전투경찰병력과 백골단에 맞서야 했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중장비를 앞세우고 오토바이와 자전거, 도보로 이곳을 넘어 울산공설운동장과 울산시청까지 19km를 행진한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목고개를 넘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울산 시내로 진출하기 위해 지게차 등 중장비를 앞세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을 지나고 있다.
▲ 1987년 울산노동자대투쟁 남목고개를 넘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울산 시내로 진출하기 위해 지게차 등 중장비를 앞세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을 지나고 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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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지난 20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과 블랙리스트 철폐,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어 민주노총 조합원, 현대자동차하청지회 조합원, 노동당 등 정당회원 150여 명과 함께 30년 만에 또 다시 남목고개를 넘어 2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북구 염포동 성내삼거리로 향했다.

고공농성 40일째를 맞아 결의대회와 노동당 주최 문화제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30년 전인 1987년 중장비를 앞세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울산 시내 진출을 위해 넘었던 넘었던 남목고개를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고용안정호'를 앞세우고 다시 넘고 있다.
▲ 고용안정호 30년 전인 1987년 중장비를 앞세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울산 시내 진출을 위해 넘었던 넘었던 남목고개를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고용안정호'를 앞세우고 다시 넘고 있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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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와 노동단체, 노동당 회원들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노동계 블랙리스트 철폐를 요구하며 남목고개를 행진하고 있다.
▲ 남목고개 20일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와 노동단체, 노동당 회원들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노동계 블랙리스트 철폐를 요구하며 남목고개를 행진하고 있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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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만에 다시 '남목고개' 넘은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
■ 바뀐 것은 '중장비' 대신 '고용안정호', '노동자' 대신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의 단어

'남목고개'를 넘을 때 30년 전과 비교해 바뀐 것은 '중장비' 대신 '고용안정호'라 이름의 모형 선박과 3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름,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단지 2개의 단어뿐이다. 하지만 이름의 차이는 차별로 이어져 30년 전 노동자대투쟁의 의미마저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의 그늘에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일자리를 빼앗겨 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금까지 2만 명이 해고됐고 앞으로 1만 명이 해고의 벼랑 위에 서 있다.

또 무단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맞서기 위해 2003년부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조선업종 하청업체로부터 재취업을 거부당하고 업체가 매각되더라도 고용승계는 꿈도 못 꾸는 등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20m 높이의 울산대교 염포터널 교각에서 4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2명의 노동자 역시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들은 현대중사내하청지회에 가입 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속 업체가 폐업하자 일자리를 잃었고 이후 다른 하청업체에 재취업하려 했으나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날 거리 행진을 진행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승열 사무국장은 "지금은 정권이 바뀌어 사정이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구조조정 중단과 블랙리스트 철폐, 하청노동자 기본권 보장을 얻을 수 있도록 비정규직 노동자도 단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 2명이 40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성내삼거리 염포터널 교각. '고용안정호'가 교각 아래를 지나고 있다.
▲ 고공농성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조합원 2명이 40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성내삼거리 염포터널 교각. '고용안정호'가 교각 아래를 지나고 있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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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호와 집회 참가자들이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6km를 걸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2명의 노조원이 4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내삼거리에 도착하고 있다.
 '고용안정호와 집회 참가자들이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6km를 걸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2명의 노조원이 4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내삼거리에 도착하고 있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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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인 19일에도 금속노조 영남권 지부와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중공업지부 소속 조합원 등 500여명이 이곳 고공농성을 찾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원·하청 공동투쟁, 민주노조 수수하자', '비정규직도 국민이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만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에 회사는 대량해고를 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올해는 '노동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3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그날의 의의가 더 이상 퇴색되지 않도록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의 단어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동시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울산,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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