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으면, 가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들을 수 있다. 하프타임이면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팬들은 떼창을 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8월 13일 수원 삼성과 '슈퍼 매치'에서는 전인권이 등장해 경기장을 찾은 36,000여 팬들과 노래를 부르는 장관을 연출했다.

올 시즌 역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걱정말아요 그대'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리그 우승 트로피는 물론 아시아 챔피언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서울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가 없다.

서울은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초반 3연패로 일찌감치 16강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지난 시즌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머쥐었던 K리그 클래식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6위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2014년부터 3년 연속 결승 무대에 올라섰던(우승 1회, 준우승 2회) FA컵에서도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최악의 졸전', FA컵까지 탈락

 1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의 '2017 KEB하나은행 FA CUP' 16강 경기에서 서울 윤일록 선수와 부산 구현준 선수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1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의 '2017 KEB하나은행 FA CUP' 16강 경기에서 서울 윤일록 선수와 부산 구현준 선수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이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16강전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에서 페널티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다. 서울은 주세종과 윤일록, 오스마르 등 주전급 선수 대부분을 선발 출전시켰지만, 득점은 물론 승리도 챙기지 못했다. 더군다나 부산은 K리그 챌린지 소속이었고, '주포'인 이정협까지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었다. 

내용은 더 최악이었다. 서울은 볼만 오랜 시간 소유할 뿐, 부산의 밀집된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이대일 패스를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패스는 부정확했고, 볼 트래핑은 최악이었다. 윤일록의 드리블은 밀집된 상대 수비 앞에서 통하지 않았고,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은 완전히 고립됐다. 중원을 책임진 이석현이 답답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위력이 없었다.

서울은 오히려 부산의 빠른 역습에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서울 수비 뒷공간을 노린 침투 패스가 최전방의 루키안에게 향하며 슈팅까지 이어졌고, 호물로의 움직임과 슈팅도 위협적이었다. 다만, 주전 스트라이커이자 K리그 챌린지 득점 공동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정협의 부상 공백 때문인지 결정력이 부족했다.

서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19분 박주영 대신 데얀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고, 효과가 있었다. 데얀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위협적인 헤딩슛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연이은 슈팅 시도로 득점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이날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구상민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세종과 윤승원 역시 득점이나 다름없는 기회를 잡아냈지만, 그들의 슈팅은 구상민 골키퍼에게 막혔다.

서울은 연장전에서도 득점에 실패했다. 완전히 내려앉은 부산의 수비를 뚫어내는 데 더욱 애를 먹었고, 결국 페널티킥까지 이어졌다. 부산의 선축으로 시작된 페널티킥 역시 치열했다. 양 팀 모두 첫 번째와 두 번째 키커가 득점에 성공했고, 세 번째 키커였던 허범산과 이석현이 사이좋게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접전이 이어졌다.

페널티킥은 아홉 번째 키커까지 이어졌다. 양 팀 모두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더 이상 실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아홉 번째 키커였던 '에이스' 윤일록의 킥이 허공을 가르면서, 120분간의 경기가 마무리됐다.

리그만 남은 서울, 여름 이적 시장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차라리 젊은 선수들을 시험하는 경기였다면, 핑계라도 있었을지 모른다. 주전급 선수들을 출전시켰고, 승리를 위해 휴식을 취하던 37살의 데얀까지 투입했다. 그럼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우려된 부분들이 현실의 문제로 나타났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진해진다. 노장인 데얀만이 자신의 몫을 해주고 있다. 박주영은 아드리아노가 떠났음에도 지난 시즌보다 활약이 저조하다. '라이벌' 수원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상호는 친정팀과 맞붙은 슈퍼매치 개막전 이후 골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아드리아노의 대체자나 다름없는 마우링요는 여전히 리그 득점이 없다. 선발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돌아온 '상암의 왕' 하대성은 반복되는 부상과 싸우고 있다. 이제 막 훈련을 시작했지만, 과거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신광훈과 김치우 역시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1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의 '2017 KEB하나은행 FA CUP' 16강 경기에서 서울 오스마르 선수가 상대의 태클에 균형을 잃고 있다.

1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의 '2017 KEB하나은행 FA CUP' 16강 경기에서 서울 오스마르 선수가 상대의 태클에 균형을 잃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으로서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전력 보강이 유일한 희망이다. 서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청용의 복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청용은 올 시즌이 끝나면 이적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 무대에 잔류할 확률이 높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친정팀 서울이 그의 목적지가 될 수도 있다.

이청용은 풍부한 대표팀 경험은 물론 유럽 무대에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한때는 볼턴 원더러스의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정상급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감각이 무뎌진 상태지만, 출전 시간만 보장된다면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다.

다만, 그의 높은 몸값을 서울이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은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투자에 매우 인색하다. 심지어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 자리는 아직까지도 비어있다. 물론 이청용의 경우, 자신의 복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총체적 난국, AFC챔스리그 티켓마저 장담할 수 없다

K리그 챌린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의 영입이 현실적이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점이 많다.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정협과 경남 FC의 '에이스' 말컹이 탐나지만, 이들의 영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 임대 이후 올 시즌 부산으로 돌아온 이정협이 반 시즌 만에 이적을 감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말컹 역시 복수의 클래식 구단과 중국 슈퍼리그의 구애를 뿌리치고, 경남으로 완전 이적에 성공했기 때문에 영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영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올겨울 영입한 마우링요를 내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챌린지 소속이라 할지라도 큰 투자를 앞세우지 않는 이상, 시즌 중의 이적은 더욱 어렵다.

서울은 데얀에 의존하는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큰 문제다. 특히, 유현 골키퍼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안정적인 골키퍼와 패스에 능한 미드필드가 절실하다. 이상호와 마우링요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측면 공격 자원도 필요하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대로 가면, AFC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 이어 K리그 클래식에서도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일 수 있다. 변화가 절실하다. 2시즌 연속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장담할 수가 없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상위 스플릿도 확신할 수가 없다.

과연 올 시즌 서울팬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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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 VS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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