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이전까지 가장 많이 활용되던 단기 부상자 명단(Disabled List)의 길이는 15일이었다. 경기에 출전한 마지막 날짜를 기준으로 25인 로스터에서 말소되면 그 날부터 15일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물론 로스터에서 제외되지 않고 상황을 대기하는 데이 투 데이(Day to Day) 명단도 있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선수들을 위한 7일 부상자 명단도 있다. 그러나 7일 부상자 명단의 경우 뇌진탕 증세로 경기에서 빠진 선수만 활용될 수 있으며, 선수의 배우자 출산 휴가로만 활용될 수 있는 명단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가벼운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를 안고 뛰는 선수가 많았다. 타자의 경우 15경기 씩이나 빠지게 될 경우 팀 전력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으며, 선발투수의 경우도 자신의 등판을 2~3번이나 걸러야 했기 때문이다. 213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웠던 루 게릭 역시 달릴 수 없을 몸 상태임에도 한 타석만 출전하고 교체된 경우가 있었다.

1984년에 폐지됐던 10일 DL, 2017년에 부활

물론 메이저리그에도 10일 부상자 명단은 있었지만 1984년에 폐지됐다. 이 때문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선수들은 부상을 참고 경기에 출전하거나,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더라도 며칠 동안 상황을 지켜보다가 소급 등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할 경우 부상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동안 팀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한 명 줄어드는 셈이었다. 예를 들어 5월 1일을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가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다 5일에 등재될 경우, 소급 등재는 5월 1일이지만 그 전까지 팀에서는 가용 인원이 25명이 아닌 24명인 셈이다.

사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역시 2013년에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적은 없었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판한 것은 아니었다. 류현진이 첫 완봉승을 거뒀던 경기 초반에 타구에 발을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른 적이 있었다.

2014년 류현진은 전반기와 후반기에 한 차례씩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이후 9월에 복귀했다가 중순에 어깨 통증으로 조기 강판 당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에는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고 포스트 시즌 등판을 준비했다. 다만 9월은 확장 로스터 시기(최대 40명)였기 때문에 시즌 마감이 아닌 한 포스트 시즌 전력 활용 선수는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일반적인 단기 부상자 명단이 다시 15일에서 10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되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선수, 특히 선발투수의 경우 몸을 아낄 수 있게 됐다. 10일 부상자 명단을 활용하면, 선발투수는 마지막 등판일로 소급 적용하여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순 타박상 입은 류현진, 선발 로테이션 한 번만 휴식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Wiki Commons


류현진은 5월 1일(아래 한국 시각)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이자, 부상 복귀 이후 첫 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 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주루 플레이 도중 과감한 슬라이딩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었다.

투수의 입장에서 타격이나 주루 플레이에서 몸을 망쳐 투구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프로 선수는 투구나 타격 그리고 수비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이 팬들에게 보여주는 기본적인 예의다. 류현진은 최선을 다해 주루를 했고, 이 과정에서 엉덩이 근처에 상처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같았으면 류현진은 2013년 완봉을 거뒀을 상황을 적용했을 것이다. 당시에도 류현진은 5월 29일에 완봉승을 거둔 뒤 9일을 쉬고 등판했다. 정상적인 간격을 계산하면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거른 등판이었기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이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팀의 입장에서는 가용 선수가 25명이 아닌 24명인 셈이었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경기 출전 기회를 얻는 것이지만, 부상 선수를 부상자 명단에 넣지 못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선수 활용에 제한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류현진은 지난 경기에서 투구를 마친 뒤 완봉승을 거뒀던 상황과 비슷하게 된 것이다. 부상 때문에 경기 도중 조기 강판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투구를 마치고 개인 정비 차원에서 옷을 갈아입던 도중 가벼운 상처가 발견된 것이다. 이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가벼운 외상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로테이션을 한 번 쉬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원은 풍부한 다저스 선발진, 아무도 풀 타임 장담 못해

사실 다저스에서 선발투수로 활용이 가능한 인원을 따져보면 선발 로테이션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좌)와 류현진(좌), 리치 힐(좌), 마에다 겐타(우), 브랜든 맥카시(우) 5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다저스에는 스캇 카즈미어(좌), 알렉스 우드(좌), 훌리오 유리아스(좌), 로스 스트리플링(우) 등의 자원이 더 있다.

그런데 지금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부상으로부터 안전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에이스 커쇼도 지난 시즌 부상자 명단으로 인하여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를 힘들게 보냈으며, 지난 시즌 부상자 명단에 들지 않았던 선발투수는 마에다 뿐이었다.

그러나 마에다 역시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마에다와 다저스의 계약 조건에는 류현진과 다르게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이 있었고, 이 때문에 마에다는 선발 등판 일정은 바뀌진 않았지만, 로스터 운영 문제 때문에 잠시 마이너리그 옵션이 적용된 적이 있다.

그리고 마에다 역시 지난 시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마에다가 지난 시즌에 이닝을 그렇게 많이 던진 것도 아니다(2016년 175.2이닝). 다만 마에다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일본 리그 시절의 피로 누적을 염려할 필요가 있었다.

힐의 경우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이번 시즌에도 손가락 물집으로 인하여 벌써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카즈미어는 엉덩이 고관절 통증으로 인하여 아직 정규 시즌 등판을 한 적이 없다. 맥카시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고, 부상 복귀 뒤 올해가 첫 풀 시즌이다.

류현진 역시 부상 복귀 이후 올해가 첫 풀 시즌이고, 이에 따라 이닝이나 투구수를 갑자기 늘리기에는 위험 요소가 따른다. 이 때문에 올 시즌 류현진은 아직 경기당 100구를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투구수 관리를 받고 있다.

가용 선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한 10일 DL

이러한 점에서 보면 10일 부상자 명단은 팀의 입장에서 선수들의 활용이 좀 더 유연해진 셈이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 이상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선수는 총 474명이었는데, 올해는 한 달 동안 벌써 200명이 넘게 부상자 명단을 다녀왔다.

올해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거나 등재 상태인 선수들이 201명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인 123명이 투수였다. 투수 DL의 대부분은 투수들 중에서 경기 출전 간격이 가장 긴 선발투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걸러도 된다는 점으로 인하여 활용되고 있다(2017년 43명).

류현진은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땅에 긁히면서 살에 상처가 생겼고, 이로 인하여 무릎 찰과상 및 엉덩이 타박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로스터의 긍정적 활용 측면에서 본다면, 류현진은 휴식 차원에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셈이다.

물론 10일 부상자 명단을 악용하여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기회를 제한하는 팀들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1.59를 기록한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을 장기적으로 거르는 악용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류현진은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있지만, 약간의 휴식이 추가된 점을 제외하고는 팀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건강한 한 시즌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류현진의 다음 경기 호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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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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