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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삼다리대숲의 대나무들. 하늘로 쭉쭉 뻗은 모습이 눈과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
 담양 삼다리대숲의 대나무들. 하늘로 쭉쭉 뻗은 모습이 눈과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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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덥다. 이제 5월의 초순인데, 한낮엔 여름을 방불케 한다. 반바지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어린 아이들이 바닥 분수를 헤집고 다니며 물놀이를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눈이 시원하고, 마음까지도 후련해지는 초록세상이 그리워지는 때다.

댓잎에 스치는 바람소리 청량하고, 댓잎이 들려주는 소리까지도 감미로운 담양 대숲으로 간다. 대숲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시원해지는 것 같다.

대숲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대숲에는 사람의 피를 깨끗하게 해주고, 공기까지 맑게 해주는 음이온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숲의 산소 발생량도 많다. 대숲의 기온이 숲 바깥보다 4∼7℃가량 낮은 것도 이런 연유다.

초록세상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대숲.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의 대숲 풍경이다.
 초록세상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대숲.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의 대숲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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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땅속 줄기 지하경. 오래 전 학창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다.
 대나무의 땅속 줄기 지하경. 오래 전 학창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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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올라오는 맹종죽의 죽순이 보인다. 대숲 사이로 지하경도 여기저기 보인다. 지하경은 우리가 흔히 대나무의 뿌리라고 얘기하는, 대나무의 땅 속 줄기를 일컫는다. 지하경이 튼실해야 죽순도 굵게 올라온다.

지하경을 보니 옛 추억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어렸을 때다. 지하경을 들고 다니는 선생님이 정말 무서웠다. 낭창낭창한 그것으로 손바닥이나 발바닥 엉덩이를 많이도 얻어맞았었다. 심지어 팔 어깨 머리 할 것 없이 막무가내로 맞기도 했다.

그것이 무서워 공부하는 척 했었다. 억지 공부였다. 지금 생각하니 추억이지만, 그때는 학교에 가기 싫을 정도로 무서웠다.

대나무의 땅속 줄기 지하경. 낭창낭창한 몸매와 마디로 내려칠 때면 머리카락까지 쭈뼛쭈뼛 섰다.
 대나무의 땅속 줄기 지하경. 낭창낭창한 몸매와 마디로 내려칠 때면 머리카락까지 쭈뼛쭈뼛 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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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삼다리 대숲의 산책로. 호젓한 숲길에 지하경이 땅 위로 솟아 있다.
 담양 삼다리 대숲의 산책로. 호젓한 숲길에 지하경이 땅 위로 솟아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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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의 고향이 담양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담양은 죽세공예의 고장'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왜 담양을 죽세공예의 고장이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을 따져 묻다가 얻어맞기도 했다.

담양의 죽세공예는 담양읍을 중심으로 무정, 월산, 금성, 용면에서 많이 했다. 필자가 나고 자란 곳은 담양과 광주·장성의 접경지역인 대전면이었다. 대전면에서는 죽세공예를 거의 하지 않았다. 대밭도 많지 않았다.

생활권도 광주에 속했기에, 죽세공예의 본고장인 담양읍 쪽으로 가볼 기회도 없었다. 하여, 담양이 죽세공예의 고장이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가 없었다.

담양이 죽세공예의 고장이라는 걸 피부로 느낀 건 성년이 돼서였다. 필자가 담양읍내에 처음 가본 것도 대학교에 다닐 때였다. 군청의 위치도 몰라서, 물어물어 찾았었다. 그 정도로 담양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대나무 밭에서 이슬을 먹고 자라는 차나무. 죽로차의 재료가 되는 차나무다. 담양 삼다리 대숲에서다.
 대나무 밭에서 이슬을 먹고 자라는 차나무. 죽로차의 재료가 되는 차나무다. 담양 삼다리 대숲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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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사이로 차나무가 줄지어 자라고 있다. 그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다. 담양 삼다리 대숲 풍경이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사이로 차나무가 줄지어 자라고 있다. 그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다. 담양 삼다리 대숲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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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바람이 무섭다'고 했던가. 뒤늦게 알게 된 담양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그 담양의 대숲을 또 찾았다. 지난 5월 3일 석가탄신이었다. 담양여행은 올해만도 벌써 여러 차례다.

담양의 '대숲'을 생각하면 죽녹원이 먼저 떠오른다. 부러 조성한 관광형 대밭이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징검다리 연휴에다 대나무축제까지 열리는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죽녹원에 가지 않는 편이다. 죽녹원 앞에까지는 가는데,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숲은 호젓해야 좋은데, 죽녹원은 너무 북적대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내야하는 입장료도 입장료지만, 대밭에서 줄지어 다니고 싶지 않아서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대숲. 담양 삼다리 대숲 풍경이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대숲. 담양 삼다리 대숲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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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삼다리 대숲 산책로 입구. 숲길이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사이로 나 있다.
 담양 삼다리 대숲 산책로 입구. 숲길이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사이로 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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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은 죽세공예의 본고장이다. 전국 대나무의 40% 가까이가 담양에서 자라고 있다. 죽녹원 외에도 그만큼 대숲이 여러 군데 있다. 삼다리 대숲이 있고, 대나무골 테마공원도 있다. 담양대나무숲과 태목리 대숲도 있다.

삼다리 대숲과 담양대나무숲, 태목리 대숲은 죽녹원과 다른 멋을 지니고 있다. 입장료도 따로 내지 않는다. 이 대숲 어디를 가든지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가 빼곡하다. 대나무 특유의 냄새도 온몸을 감싸준다. 청량한 대숲바람을 쐬며 죽림욕을 즐기다 보면 온갖 시름 다 잊혀진다.

삼다리 대숲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대숲과 소나무숲이 숲길로 연결돼 있다. 죽림욕과 송림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태목리 대숲은 영산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대나무가 이색적인 담양 삼다리대숲. 죽림욕과 송림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대숲이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대나무가 이색적인 담양 삼다리대숲. 죽림욕과 송림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대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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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담양 삼다리대숲. 숲 사이로 난 산책로도 단아하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담양 삼다리대숲. 숲 사이로 난 산책로도 단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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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리 대숲은 담양읍 삼다리에 있다. 면적이 33만7000㎡로 죽녹원과 비슷하다. 대나무가 삼다마을 뒤편 산비탈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대밭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다. 죽림욕과 송림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대숲에서 자라는 차나무도 무성하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사이로 난 산책로도 다소곳하다. 길이가 1600m 가량 된다. 지난 3일에도 이 길을 따라 혼자 싸목싸목 걸었다. 걷는 동안 오가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무서우리만치 호젓했다. 대숲을 독차지할 수 있어 오지기까지 했다.

삼다리는 담양읍에 있는 담양소방서 사거리에서 수북·대치 방면으로 조금 가면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대숲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다. 천천히 가면서 마을 표지석을 보고 들어가야 한다.

7일까지 열리는 대나무축제 기간에는 무료 투어버스가 다닌다. 축제의 주무대인 관방천변의 실내체육관 주차장에서 삼다리 대숲으로 가는 투어버스가 출발한다. 대나무로 장식된 친환경 전기버스다. 이 버스를 타면 편하게 찾아갈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해 설명도 해준다.

담양군이 대나무축제 기간 운영하는 친환경 전기 시티투어 버스. 지난 3일 삼다리대숲 입구에서 우연히 만났다.
 담양군이 대나무축제 기간 운영하는 친환경 전기 시티투어 버스. 지난 3일 삼다리대숲 입구에서 우연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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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의 대숲. 텔레비전 드라마 세트로 지은 초가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의 대숲. 텔레비전 드라마 세트로 지은 초가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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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골 테마공원은 담양군 금성면에 있다. 죽녹원보다도 먼저 생긴 대나무공원이다. 고 신복진씨가 심고 가꿔왔다.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밭이다. 죽녹원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호젓하다. 소나무 숲도 있어서 죽림욕과 함께 송림욕까지 즐길 수 있다. 단체로 뛰놀 수 있는 잔디마당까지 있다.

담양대나무숲은 담양군 대전면에 있다. 개인이 가꿔온 대숲이다. 인공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놔둔 게 특징이다. '대숲에선 휴대폰을 꺼두셔도 좋다'는 초기 휴대전화 광고의 배경이 여기였다. 대숲을 걷다 보면, 내가 그 광고의 모델 한석규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태목리 대숲은 담양군 대전면 영산강변에 있다. 강변 제방을 따라 걸으면서 습지와 여울을 볼 수 있는 대숲이다. 강물과 강변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다. 강바람에 일렁이는 대숲 소리까지도 정겨운 대밭이다.

영산강 둔치를 따라 이어진 대나무숲이 운치를 더해 준다. 담양군 대전면에 있는 태목리대숲 풍경이다.
 영산강 둔치를 따라 이어진 대나무숲이 운치를 더해 준다. 담양군 대전면에 있는 태목리대숲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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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만난 죽순. 조생종 맹종죽의 죽순이다.
 대숲에서 만난 죽순. 조생종 맹종죽의 죽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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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만나는 죽순도 호사를 선사한다. 죽순은 4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올라온다. 지금 대밭에 올라와 있는 죽순은 조생종인 맹종죽이다. 5월 중순께 올라오는 죽순은 분죽(솜대)이다. 6월엔 왕대가 땅을 뚫고 올라온다. 대나무의 지하경이 튼실해 죽순도 굵게 올라오고 있다.

죽순은 하루에 50∼60㎝씩 자란다. 비 내린 뒤엔 쑥-쑥- 더 자란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죽순이 어엿한 대나무로 자라는 기간은 30∼40일 걸린다. 대나무는 키를 다 키워놓고, 단단해진다. 가늘고 굵고의 차이는 죽순에서 결정된다.

싱그러운 대나무와 죽순이 짙푸름을 더해가는 대밭이다. 햇볕 뜨거운 날, 초록세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 담양의 대밭이다.

하늘로 쭉쭉 뻗은 대나무들. 대숲에 일렁이는 청아한 바람과 대나무 잎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연주음악으로 우리에게 쉼을 준다.
 하늘로 쭉쭉 뻗은 대나무들. 대숲에 일렁이는 청아한 바람과 대나무 잎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연주음악으로 우리에게 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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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나무뿌리, #지하경, #담양대숲, #삼다리대숲, #대나무골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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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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