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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할 국가의 위기 상황이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문재인 정부 앞에 어떤 과제가 놓여있고,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4회에 걸쳐 진단해봤습니다. [편집자말]
문재인 정부의 교육·보육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평등'과 '책임'이다.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다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대입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 과열에 따른 비용 부담과 교육 격차를 줄이고, 아이돌봄시스템을 대폭 확대해 맞벌이 가정의 양육부담을 줄이는 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루고자 하는 기회의 평등이자 국가의 임무다.

[교육] 대입·고교 단순화로 '평등교육' 실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찾아가는 대통령 2편으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교실'에 참석,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찾아가는 대통령 2편으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교실'에 참석,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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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차단'. 문 대통령이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불안한 요소로 뽑은 문제다. 교육은 곧 계층상승의 사다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였지만, 부모 소득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지는 계층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초등학교까지 불어 닥친 특목고 열풍과 비교과 영역을 반영하는 대입 전형의 확대로 사교육 시장이 과열됐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2016년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 사교육비 총액은 18조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 6000원으로 4.8% 증가했다.

교육양극화도 심해졌다. 월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과 1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전년도 6.4배에서 8.8배로 늘었다.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입학은 공정성마저 무너진 한국 교육의 민낯이나 다름없었다. "돈도 실력이야. 능력이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던 정유라의 일갈은 재력이 없어 기회를 상실한 '흙수저'들을 분노케 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 민심을 더욱 타오르게 만든 요인으로 꼽혔다.

문 대통령은 해법으로 평등교육을 제시했다.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대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개혁의 방향은 '단순화'다. 특목고 열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교 체계를 일반고 중심으로 재편하고, 복잡한 대학 입시에 따른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시 전형을 압축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교 체계는 일반고, 특수목적고(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립형사립고, 자립형공립고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 가운데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는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특목고는 유지하되, 사실상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일부 특목고와 자사고 등은 일반고로 바꿔 고교서열화에 따른 사교육 과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궁극적으로는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는 "우수한 학생은 다 특목고로 가버리고 일반고는 희망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 희망이 없는 교육을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정책에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시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등 세 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특기전형이든 이런 것 중 하나만으로 입학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논술, 면접 등의 비교과 항목이 사교육 과열의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시 확대가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해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대입 기회균등전형 역시 의무화할 계획이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의 대학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이다. 이를 위해 기회균형선발을 정원 내외 20%까지 확대하는 대학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는 폐지를 예고했다.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당에서 발표한 공약집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가 아예 '적폐청산' 항목으로 분류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해 교과서 국·검·인정 결정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중·고등학교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부터 점진적으로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보육] 아동수당·돌봄서비스 확대 등 '책임보육' 추진

보육 문제는 5.9 대선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만큼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할 숙제로 대두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국·공립 단설유치원 자제 발언은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흔들 정도로 '부모 표심'의 공분을 샀다. 밖에 나가서 돈은 벌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후보의 말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보육 대책을 갈구하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그야말로 '비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만 5세 이하 영유아들에게 보육비를 일부 지원하고, 가정 양육수당도 확대했지만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출생한 아이 수는 40만 6300명으로, 전년도보다 7.2%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책임보육'을 해법으로 내걸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여성의 경제참여율, 일과 육아의 병행에 지친 워킹맘이 과로사하는 사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겠다는 뜻이다.

아동수당 도입이 대표적이다.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이지만, 국가가 사회 구성원의 성장을 책임지기 위해 비용을 투자한다는 상징성도 담겼다. 초반에는 0~5세를 대상으로 월 10만 원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대상과 금액을 늘리며, 현행 양육수당제도와 상관없이 별도로 시행할 방침이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용률을 4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민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보육시스템을 탈피해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운영이 어려운 민간·가정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들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유치원은 단설·병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설하는 서울시 모델을 벤치마킹한다.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8시간 근무제'나 '보조교사제 확대'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보육 내용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려면 현장 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나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장기적으로는 돌봄 서비스의 전면 확대가 예상된다. 0~11세 아이들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국가의 책임 하에서 돌봐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조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시행되는 방과후 학교를 전학년 연장하고, 학교 밖에도 지방자치단체 단위를 중심으로 '돌봄교실 체계'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아이들을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더불어돌봄제'도 예고됐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최장 24개월 범위 안에서 임금 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연근무를 보장하는 식이다. 다만,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할 경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육아휴직제가 확대될 전망이다. 부모가 소득 걱정 없이 육아를 위해 일을 잠시 쉴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월급의 40%인 현행 육아휴직급여를 3개월간 80%로 올리고, 상한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배우자에 연속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에게는 최장 6개월까지도 소득의 80%를 '아빠 보너스'로 지급하며, 출산휴가도 유급 10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로 논란이 된 누리과정은 국가 책임을 강화키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은 5살까지 맞춤형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정부로 떠넘겨 보육대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누리과정을 위한 특별회계 예산이 기존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그:#문재인, #문재인 교육정책, #문재인 보육정책,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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