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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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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약비

비가 내립니다. 봄비입니다. 봄비는 약비라고 합니다. 봄 갈수기 때 내리는 비는 모든 식물의 생명력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봄에 씨를 뿌린 농부는 비가 반갑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싹이 트기를 기다리다 비가 내리면 마음이 놓입니다. 비는 생명을 키우는 원천입니다.

오전 중에는 해가 반짝 났습니다.

호미 들고 일하시는 옆집 아주머니께서 차 시동을 거는 내게 묻습니다.

"어디를 그리 부리나케 차까지 몰고 가시나?"
"상추 모종 사려고요."
"상추씨 안 뿌렸남?"
"뿌린 지 며칠 되었는데, 아직 감감하네요."
"오후에 비 오면 어련히 올라올까?"
"좀 일찍 상추를 먹고 싶어서요. 씨 뿌린 것 늦게 먹고요!"


하여튼 잠시 손을 놓지 않고 일을 한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하십니다.

씨앗 가게에서 상추 모종을 사 왔습니다. 나무로 만든 화단에 심을 셈입니다. 수돗가가 가까이 있어 물 주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삽으로 화단을 일구고 유기질 퇴비를 섞었습니다. 작물은 거름기가 있어야 잘 자랍니다. 적당히 간격도 띄어 심었습니다. 너무 배면 서로 싸우느라 실하지 못합니다.

포토에서 모를 조심스레 뽑았습니다. 뿌리 째 쏘옥 뽑아야 옮겨진 땅에서 쉽게 활착이 됩니다. 뿌리가 부실하면 몸살을 심하게 앓습니다.

일을 시작할 땐 빗방울이 없었는데, 금세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그만둘 수도 없고, 내리는 비를 맞고 일을 마쳤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녹색의 식물을 심어놓고 보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아내가 출장길에 집에 잠깐 들렀습니다.

"아니! 당신 비 맞고 상추모 옮겼어?"
"조금 맞았지!"
"이런 날 비 맞으면 감기 들어요!"
"약비 좀 맞았다고, 뭘?"


걱정 말라는 내 말에, 아내는 따끈한 커피를 탑니다. 베트남 다낭 여행에서 사 온 커피로 맛을 냈습니다.

봄비가 좀 전보다 굵어집니다. 커피 향에 봄비를 타니 맛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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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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