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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란 교과서적인 지식만으로 어렵다.
▲ 두 대의 수레 농사란 교과서적인 지식만으로 어렵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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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란 교과서적인 지식만으로 어렵다. 하늘의 도움과 과학도 중요하지만 하늘의 움직임과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의 지혜는 더 중요하다. 적어도 5년 길게는 10여 년의 교육과 실습이 필요한 일이다. 같은 군내에서도 산골 마을과 평지마을의 모내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토양도 차이가 있어 땅콩을 심을 수 있는 마을이 있고, 땅콩은 아니지만 마늘이 잘 되는 마을도 있다. 그렇게 지역에 따라 다른 토질, 기후, 작물의 성질, 그리고 가꾸는 일을 과연 교과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노인들의 소중한 경험도 우리 민족의 자산인데 지금 농촌에서 노인들의 경험은 끊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의 기존의 농민들에게 농사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귀농하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각 정당 후보들의 대선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만 보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밋빛 일색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농촌 문제를 심도 있게 걱정하고 대책을 말하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식량의 자급률이 20%대에 머무는 나라,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많은 농수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안에 밀린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농촌과 농업의 현실을 제대로 짚는 후보가 없다는 사실은 농부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지금도 모든 공산품 가격은 소비자 권장 가격이 붙고, 해마다 어떤 형태든 이윤을 보장하는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독 농산물 가격만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농산물 시장에 맡겨버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일반적인 자급 농업은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어, 겨우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한다지만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보험료, 생활비 특히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면서 6차 산업을 운운했다. 지원과 융자금 등을 미끼로 귀농을 부추겼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귀농자도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빚을 지고 출발한 귀농이 순탄할 수 있을 것인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지목이 밭이냐 논이냐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나겠지만 도시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의 밭 1천 평을 구입하려면 최소 3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1천 평의 농사는 다른 수입 없다면 부부가 부지런히 이것저것 심는다고 해도 운이 좋아 심은 작물이 대박 나지 않는 한 4인 가족이 일체의 다른 지출 없이 먹고 살기도 어렵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농지는 최소 1ha 즉 3천 평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는데 3천 평이라는 근거는 이론상 농업 생산의 손익분기점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한다. 그렇다면 3천 평을 구입하기 위해서 약 1억의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행히 1억이 있어서 땅을 구입한다고 해도 집을 마련해야 하고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 구입 대금, 하우스를 지을 경우 시설 자금이 필요하다.

1,000평 정도의 하우스를 짓는 경우 5~6천만 원이 필요하다. 자기 자본 5천만 원과 융자금 5천만 원을 더하여 1억의 시설 자금을 투입했을 경우 4인가족이 기본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연간 순 소득이 적어도 2천만 원은 되어야 한다. 농촌에서도 4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비와 교육비는 최소한 월 2백만 원이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억 원을 투자하여 얻어지는 실질 소득이 월 2백만 원을 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농민들을 자연을 지키는 환경주의자들로 규정하고 농민들에게 일정액의 보조금을 주어 농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킨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도 농업 직불금 제도가 있긴 하다. 그러나 유럽의 나라들에 비하면 그 액수는 거의 용돈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제발 대통령 후보라면 최소한 농촌의 현실은 이해하고 대책을 내놓기를 원한다.

후보들 중에는 기업에서 젊은이들을 채용하면 정부가 세금 감면과 급여의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농촌에 귀촌하는 젊은이들에게도 그런 혜택을 줄 수는 없는 것일까? 국가가 토지를 무상 임대하고 일정 소득을 보장하면서 젊은이들을 귀농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뜻있는 대통령 후보들이 젊은이들의 귀농을 촉진시킬 수 있는 법과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공약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귀농 11년째인 농부로 또 하나 염려되는 것은 급격한 기후 변화다. 이미 많은 학자들도 경고한 부분이다. 농업은 기후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생명 산업이다. 현재 해수면의 상승, 사막화 확대와 이상 기후 등으로 이미 인류는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하는 학자들도 있다.

내가 사는 마을만 해도 봄인가 싶으면 여름처럼 덥고 어느 날은 무서리에 개화된 꽃들이 얼어 수정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름도 생소한 해충 등이 극성이고 꿀벌이나 나비도 귀해져 과연 전에 먹었던 과일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마디로 농촌의 현실적인 위기를 보고 있는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있다. 농민이 없으면 천하의 근본이 흔들린다는 말이다. 농촌의 문제를 고민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계레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농업,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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