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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기호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 SBS-기자협회 대선후보 TV토론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기호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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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 교수님', '심상정 = 운동권 누나', '문재인 = 목사님', '안철수 = 화난 전교1등', '홍준표 = 낮술한 시골 노인'.

13일 밤 토론 직후부터 14일 오전까지 1만 여회에 달하는 리트윗 수를 기록한 어느 트위터 사용자의 대선후보 5인 한줄 평을 옮겨 오자면 이렇다.

"내가 대통령하면 잘 하겠다"는 황당 발언은 없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발언은 지난 2012년 대선 TV 토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몇 번에 걸쳐 내놓은 답변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며 '후보 박근혜'를 상징하는 어록으로 남았다. 하지만, "세탁기", "주적", "트럼프와 동문" 등 만만치 않은 수위의 발언이 수두룩했다.

첫 번째 대선 TV 토론회인 SBS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자 초청토론>이 높은 시청률 속에 마무리됐다. 오후 10시에 시작해 자정이 넘겨 끝난 이날 토론회의 전국 시청률은 1부 11.6%, 2부 10.8%(닐슨코리아 집계). 동시간대 1, 2위를 다툰 시청률만큼이나 날선 공방이 이어졌고, 화제의 어록도 등장했다.

정당 후보 간의 첫 번째 다자 TV 토론인 만큼 정책이나 이념 차이 역시 뚜렷했다. 그러나 눈 밝은 유권자들은 공통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토론 중간중간 변하는 후보들의 표정이나 격양된 어투, 평소 이미지와 같거나 다른 특징들이 말과 말의 전쟁 속에 포착되곤 했다. 5명의 대선 후보의 이번 토론 결정적 순간들을 살펴봤다. 복기하면 복기할수록, 이번 토론의 승자들이 누구인지가 또렷해진다.

'여유'와 '미소' 문재인

"640만 달러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할 때 같이 있으면서 몰랐습니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 받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책임지셔야 합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홍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언급에 문 후보는 잠시 얼은 듯했다. 그만큼 홍 후보의 주장이 얼토당토않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는 듯 "홍준표 의원님 검사 출신 아닙니까. 대한민국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고 구속했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것입니까"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문 후보의 미소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했다. 지지율 1위의 여유를 보여주려는 듯,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은 문 후보. 그는 그 미소를 품은 얼굴을 하고 날선 비판도 곧잘 쏟아냈다. 안철수 후보에게 이틀 전 논란이 됐던 "병설 유치원" 공약을 지적했고, 홍 후보에게도 "국정 농단 사건에서 재벌로부터 그냥 돈 받아내고 이런 것이 반기업"이라고 거침없이 따졌다. 특히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안 후보와의 맞토론에서도 격론이 오갔다. 

"옛날에 민주당 대표하실 때 당 강령에서 5·18정신, 6·15 선언 삭제하자고 주장하신 바 있지 않으십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그렇지 않습니다. 실무선에서 논의과정에서 잘못된 발언이 나온 겁니다. 그 때 잘못 알려진 흑색선전이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집권할 경우에 더불어민주당 하고 함께 못 하겠다는 건데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하고는 함께 합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아까 잘못 들으셨던 겁니다. 합당 할 거냐고 해서 안 한다고 했던 겁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때 '토론 기피'로 타 정당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문재인 후보. 이날 토론에서 그는 적어도 지난 2012년 대선 당시보다 훨씬 나은 토론 실력과 여유를 보여줬다는데 동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개별 수치나 용어 사용의 정확성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덧붙여, 향후 TV 토론에서도 이날과 같은 '여유'와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경직됐던 '상식파' 안철수

"가장 최우선적으로 미국과 중국 정상과 통화하겠다. 제 와튼스쿨 동문이기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시진핑에게도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고 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진지했다. 그 진지한 표정으로 "와튼스쿨 동문이기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란 말을 발성하는 순간, 다양한 실시간 반응들이 쏟아졌다. "와튼스쿨 동문은 농담 아니었느냐"는 반응부터 "한국에서 가장 문제인 지연학연을 국제문제에 적용하는 거냐", "당장 동문들이 인사청탁 같은 걸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비판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진짜 문제는 비단 이러한 말이나 몇몇 표현들이 아니었다.

이날 가장 '성난' 얼굴을 한 후보는 바로 안철수 후보였다.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시종일관 과도하게 진지하거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과거 문 후보와 끝장토론까지 제안했던 터라 안 후보의 이날 토론에 임하는 자세나 분위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저는 상식파입니다." (안철수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이를 두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김현정 앵커는 14일 오전방송에서 "(일대일 스탠딩토론) 그게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제의한 거 잖아요? 근데 어제 토론보니까 안철수 후보한테 그렇게 유리할지는 잘 모르겠던데"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만큼 안 후보는 차분함과 설득력, 여유 등 총체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데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특히나 문 후보와의 양자 토론에서는 '적폐세력'으로 불꽃 튀는 토론을 벌였고, "촛불집회가 북한과 가깝습니까?"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보수층을 의식한 듯한 '사드 찬성' 등에 대한 질문에 "상황이 바뀌면 입장이 바뀔 수 있다"와 같은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최근 논란이 된 '유치원' 정책 관련 질문에는 다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다자간의 토론인 데다 안 후보의 지지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격이 쏟아진 측면도 있었다. 다음 TV토론에서 좀 더 안정감을 줘야 할 후보가 안철수 후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V토론 앞두고 손 잡은 대선후보들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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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개그감' 선보인 홍준표

"삼성세탁기"부터 "주적", "강남좌파", "종북좌파"까지. 이날 절정의 '개그감'을 선보인 후보는 단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다. 홍 후보는 이날 문재인 후보부터 심상정 후보까지 여력이 될 때마다 날선 표현으로 상대 후보들을 치받았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고 그러시는데, 많은 국민들이 우리 홍 후보님도 세탁기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세탁기 들어갔다 왔습니다.(아직 완전히 못빠져 나온…) 아니요. 완전히 나왔습니다. 판결문을 한 번 보시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친박'부터 범보수를 아울러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히 부각시켰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주도권 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은 홍 후보에게 질문을 되도록 하지 않았고, 홍 후보조차 그런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었다.    

"제가 겁나는 모양입니다. 저한테 질문을 안 하시고..."

이날 '서민 홍준표'를 강조한 홍 후보는 그러나 시종일관 '정책'보단 '이념'을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강남좌파"로, 문 후보는 "주적"과 "종북좌파"로 몰아붙였다. 안 후보에게도 "좌파냐 우파냐"고 물었다. 또 심 후보가 홍 후보의 과거 특수활동비 사용 논란을 언급하자 홍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대통령 될 리가 없다"며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독재자를 일컫는 '스트롱맨'을 또다시 언급한 홍준표 후보가 다음 토론에서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방위 공격수 심상정

"전방위 비판…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 드러낸 심상정"

13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은 토론 관련 리포트 중 하나로 심상정 후보를 이렇게 평했다. 실제로 심 후보는 이날 가장 안정되고 일관된 주장을 펼친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평소 "언론이 보도 자체를 안 해 준다"며 진보정당 후보로서 방송 및 언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던 만큼, 이날 토론에서의 전방위에 가까운 활약은 분풀이와 같아 보였다.

이날 심 후보가 돋보인 면은 수비보단 공격에 있었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판을 이어갔다. 문 후보에게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유죄 받으면 사면 안 하겠다. 이 자리에서 입장 밝히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안 후보의 학제 개편에 대해서는 "제가 사범대 출신이기 때문에 교육에 관심이 많다"며 "90만 명이 12년간 대학도 같이 가야 하고, 사회도 나와야 하는데 그 친구들이 무슨 죄가 있고, 그 부모들이 과연 동의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른바 보수 후보인 홍준표·유승민 후보와의 토론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앞서 예로든 특수활동비를 비롯해 홍 후보에게는 좀 더 날을 세웠다. 홍 후보가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개혁하겠다"고 하자 심 후보는 "헌법파괴 정당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맞받아 쳤다.

홍 후보의 '세탁기론'에 대한 공격도 잊지 않았다. 홍 후보로부터 "삼성세탁기" 발언을 끌어낸 것도 심 후보였다. 사드 반대는 물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도 심 후보의 의견은 가장 선명하고 확고했다.  

"(박) 전 대통령을 절대 사면해선 안 되는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법 앞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으면 법치국가는 무너집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통령 한 사람도 법대로 심판받는다는 걸 보여줄 때, 국가에 대한, 민주주의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생길 겁니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전한 '교수님' 유승민

이날 토론에서 가장 '호감'을 얻은 후보 중 하나가 바로 유승민 후보일 것이다. 정책 발표는 물론 후보 간 토론에서도 유 후보의 차분한 언변은 단연 돋보였다. '교수님'이란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경제 정책에 관련해서도 보수 후보 맞느냐 싶을 정도로 '중도'에 가까운 정책들을 하나 둘 선보였고, 그로 인해 홍 후보로부터 "강남좌파"란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했다. 이른바 '보수의 변화'가 유 후보의 화두였다.

유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홍 후보의 공격에 "지금의 보수에서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보수는 부정과 부패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차분하게 설득에 나섰다. 또 유 후보는 "나는 박 전 대통령의 정책실장 시절부터, 감세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며 '증세를 통한 복지'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반면 '사드' 문제와 북핵 등 안보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특히 유 후보는 초지일관 "방어용 무기로서 사드는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지킬 수 있다"는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유 후보를 두고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날 토론을 두고, 주식시장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우세란 평가가 지배적이란 소식이다. 14일 두 후보의 관련 테마주들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와 홍준표 후보의 관련 테마주들은 하락했다고 한다.

토론을 지켜 본 유권자들의 평가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다음 TV토론으로는 19일 KBS, 21일 JTBC, 23·28일과 오는 5월 2일 중앙선관위 토론회 등이 예정돼 있다. 각 후보들의 '토론의 기술'이 어떻게 진화해나가는지 지켜보도록 하자.


태그:#대선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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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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