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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햇볕정책을 포기한 것인가?

지난 11일 JTBC<뉴스룸>은 손석희 앵커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손 앵커는 인터뷰에 들어가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드 배치 문제인데, 당론으로는 아직까지 반대이고 후보는 찬성입니다. 당론도 바꿉니까?"

역시나 날카로운 손석희 앵커. 그러나 상대방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원 대표다. 그는 후보가 원하고 있고 또 현재 사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사드는 우리 정부와 미국 간의 합의가 되어서 설치 중에 있기 때문에 되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단, 한일위안부 합의는 그것이 국가 간의 합의라도 역사와 민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드와 함께 논의될 수 없다던가.

박지원 대표가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가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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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지는 손 앵커의 팩트 폭격. 그는 국민의당은 작년 7월까지만 해도 당론으로 사드반대를 정한 유일한 정당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입장이 바뀐 것은 결국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보수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직접적으로 물었고, 박 대표는 절대 아니라고 대답했다.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엄청나게 진전되어 우리에게 위협이 되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국민의당은 햇볕정책을 포기한 것인가? 햇볕정책은 북한이 아무리 공세적으로 나와도 그것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며, 남북문제를 공히 남북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자는 정책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햇볕정책과 사드가 배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아예 우리가 햇볕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햇볕정책의 가장 중요한 것이 튼튼한 한미동맹으로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한다면 미국과 함께 발을 맞춰 무력도발을 막고 이후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는 논외였다.

따라서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역시 필연적으로 재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햇볕정책은 일정 부분 혹은 상당 부분 미국의 태도에 따른 종속변수인 바,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햇볕정책을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순'은 박지원의 대답 속에 있다

인터뷰를 보고 있는 시청자로서, 북한을 공부했던 북한학도로서, 그리고 아직까지 햇볕정책이 옳다고 생각하는 시민으로서 박지원 대표의 발언들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어떻게 호남을 근거로 하며 DJ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자들이 저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 정부 때 불거진 사드야 그렇다 치더라도 DJ, 노무현 정부 때 이뤄놓은 개성공단과 금강산마저 재개할 수 없다고 한단 말인가.

박지원 대표는 햇볕정책과 사드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모순은 그의 대답 속에 이미 들어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튼튼한 한미 동맹에서 출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해서 미국에 가서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서 그 대북정책을 이렇게 하자는 것을 설득해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클린턴 메시지를 가지고 6.15 정상회담을 통해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했던 겁니다."

"우리나라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미 간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도 주도권이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서 했을 때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설득 되어서 이제 대북정책의 운전석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앉고 자기는 조수석에 앉겠다 이렇게 합의되어서 한 겁니다."

햇볕정책은 한미동맹을 기준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비록 박 대표는 든든한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에 햇볕정책을 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그가 이미 이야기했듯이 한미동맹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지였다. 김 대통령은 미국의 무력제재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클린턴에게 설득시켰다. 한미동맹의 틀에서 미국 대통령의 뜻대로 대북정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먼저 미국을 설득시킨 것이다.

따라서 박 대표가, 국민의당이 진정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나가려고 한다면 한미동맹을 이야기하며 미국의 뜻대로 사드를 배치할 것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미국을 설득시키겠다고 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제재보다는 대화가 평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미국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것이 한미동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다행히 안철수 후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자랑스러운 와튼 스쿨 동창이라고 밝히지 않았던가.

개성공단 문제, 정동영 의원이 답해라

어제(13일) 있었던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의 햇볕정책에 대한 의지는 역시나 <뉴스룸>에 나왔던 박지원 대표의 그것을 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냐는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외운 듯 똑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다. 대북제재를 하는 이유는 협상테이블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조건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대북제재와 함께 대화를 병행해서 협상테이블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보다. 대화를 병행해 결국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든다는 궁극적 목표가 중요하다."

과연 그는 진정 북한이 대북제재를 하는데도 남한과 대화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솔직히 말하건대 개인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안보관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그는 의사로서, 벤처기업CEO로 살아오면서 국가 안보환경에 대해 고유의 철학을 가질 새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이 되어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는데 어떤 자세를 유지할지 고민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최근 드러난 것뿐이다. 언제든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서 햇볕정책도 다시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완곡히 반대하는 안철수 후보
 햇볕정책을 완곡히 반대하는 안철수 후보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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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본 기자가 햇볕정책과 관련해서 묻고 싶은 이는 따로 있다. 바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다. 물론 박지원 대표도 DJ의 비서실장으로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해왔지만 정동영 의원은 그 급이 다르다. 그는 DJ, 노무현 전 대통령과 쭉 함께 해 왔으며, 참여정부 때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개성공단을 세우고, MB와 대선 때는 개성공단을 자신의 주요 치적으로 이야기했던 이다. 국민의당에서 호남이란 굴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당이 자신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외쳐왔던 가치들을 밑바닥부터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단지 자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인생을 걸고 믿어왔던 신념을 난도질하고 있다.

물론 정치는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작은 걸 내주고 큰 걸 얻는 게 정치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아니다. 그것은 DJ,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고 지켜온 가치이자 신념이며, 민주정부가 대척점에 서 있는 보수기득권과 다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이다.

보라. 햇볕정책을 지키지 못한 안철수 후보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다른 게 무엇인가. 어제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자신의 강점인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이 지점이 강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설 유치원으로 이미 그의 교육관은 바닥을 드러냈다고 여겨진다)만 줄곧 이야기했지만 그것들이 햇볕정책만큼 그에게 차별성을 부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유승민 후보에게 시달리기만 했을 뿐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정동영 의원은 답해주시라. 개성공단을 이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 미-중의 압박 속에서 한반도를 이렇게 위태롭게 할 것인가. 얼른 가서 안철수 후보를 설득해 주시기를 바란다. 당신들의 말대로 햇볕정책은 역사의 문제이며, 민족의 문제이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전직 통일부장관들이 지난 2012년 9월 25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연결되는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경의선도로를 걷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정동영, 문재인 후보,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전직 통일부장관들이 지난 2012년 9월 25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연결되는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경의선도로를 걷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정동영, 문재인 후보,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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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선토론, #안철수, #정동영,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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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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