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예산군 덕산면 광천 저수지의 모습이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광천 저수지의 모습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때로는 오솔길을 따라 말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일행이 있으면 침묵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오솔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삶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난 7일. 둔리저수지(충남 예산군)를 출발해 수덕사를 지나 덕산면 광천리에 있는 광천저수지 까지 대략 7km를 걸었다. 이 길은 내포문화숲길 원효깨달음길 5코스 중 일부에 해당한다.

원효깨달음길 5코스에는 철쭉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있었다.
 원효깨달음길 5코스에는 철쭉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있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거북이 바위? 남근 바위?

둔리 저수지 근처 야트막한 산의 능선 따라 걷다 보니 분홍빛 철쭉이 한아름 피어 있었다. 꽃은 그렇게 분홍빛으로 한껏 봄을 표현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바위 하나가 서 있었다.

김영우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이 바위를 거북이 바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얼핏, 아니 직관적으로 다른 피사체로도 보였다. 이 바위는 누군가에게는 거북이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남성의 성기로 보이는 특이한 바위이다.

수덕사 육괴정 뒷산에 있는 남근바위이다.
 수덕사 육괴정 뒷산에 있는 남근바위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이 지역 사람들은 이 바위를 남근바위로 신성시하는 문화가 있다. 이날도 바위 아래에는 누군가 떡과 술을 가져다 놓고 제를 지낸 흔적이 보였다.

이와 관련해 내포문화숲길 이지훈 지부장은 "마을 주민들은 거북이 바위를 남근바위라고 해서 신성시하고 있다"며 "종종 마을 사람들이 올라와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남근과 거북이를 동시에 닮은 바위를 지나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또 다른 전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육괴정이 바로 그곳이다. 육괴정 전설은 원효대사 일행이 수덕사로 가는 길에 고갯마루에 쉬다가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것이 6개의 느티나무로 자랐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이곳은 조선시대에 덕산장으로 나가던 인근 주민들과 장돌뱅이들이 쉬어가 던 곳이다. 이 자리에는 주막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육괴정 인근에 있는 계곡이다. 물이 참 맑은 계곡이다.
 육괴정 인근에 있는 계곡이다. 물이 참 맑은 계곡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육괴정 인근에는 또 다른 숨은 명소가 있다. 육괴정에서 수덕사 방향으로 숲길을 따라 곧장 내려가다 보면 얼마 가지 않아 숲속의 작은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물론 계곡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야트막한 산에 마치 선물처럼 계곡이 있었다.

며칠 전 내린 단비 탓인지 계곡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맑은 계곡의 물소리 탓일까. 오랜만에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니 발음 담그고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머지 일정을 생각해 졸음을 탈탈 털고 일어나 다시 걸었다. 

빠르게 걷지는 않았다. 느릿하게 걸으며 좀더 많은 것을 눈에 담고 싶었다. 수덕사 앞 방죽을 지나 덕숭산 끝자락의 능선을 넘자 눈앞에 광천 저수지의 커다란 둑이 보였다. 이날 걷기의 최종 목적지이다.     

단조로울 줄 알았던 길에는 뜻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내포문화 숲길 걷기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수덕사 바로 아래에 있는 방죽이다. 수덕사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수덕사 바로 아래에 있는 방죽이다. 수덕사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태그:#내포문화숲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