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이대호처럼 '레전드'라 불리는 타자들은 단 한 순간 경기의 흐름을 뒤집기도 한다. 2017 프로야구 개막3연전에선 이들의 강렬한 존재감을 확인해준 '한 방'이 터졌다.

2015년 정규시즌까지만 해도 삼성은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팀이었다. 여러 구단이 삼성의 약점을 파고들었지만 결국엔 삼성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간 삼성은 개막전부터 강력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올시즌 KIA와의 개막전에서 보여진 삼성의 플레이는 과거와 거리가 멀었다.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경기 내내 끌려갔다. 최형우를 중심으로 한 KIA 타선은 가공할 장타력 야구를 보이며 삼성 마운드를 공략했다. 개막전에서 나지완에게 멀티홈런을 허용한 삼성은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다.

두번째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KIA 선발 팻딘에 꽁꽁 묶여 활로를 찾지 못했다. 다만 첫 날과 달랐던 점은 9회말 KIA 불펜을 공략해 7점을 몰아쳐 7-7 동점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과거 삼성이라면 그대로 경기를 뒤집었을 확률이 높았지만 연장전에 돌입하자 KIA 버나디나에게 결승타를 허용해 9-7로 패하고 말았다. 개막 3연패가 목전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침울한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는 홈런이 3차전(4월2일) 2회말 터졌다. 삼성의 전설 이승엽이 상대 선발 김윤동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쏘아 올린 것이다.

솔선수범한 전설에게 자극을 받은 듯한 삼성 타자들은 흔들리는 김윤동과 이어 등판한 홍건희를 맹폭했다. 타선의 대폭발로 16득점을 올리며 간단히 연패를 탈출한 삼성은 선발 전원 안타와 선발 전원 득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1승 2패로 시리즈를 내준 것이 아쉬웠지만 원정 3연전에 앞서 타선의 무기력만큼은 확실히 떨쳐낼 수 있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었다.


마산에서 NC와의 개막 시리즈를 치른 롯데 역시 돌아온 이대호의 한 방으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지난해 롯데는 NC를 상대로 1승 15패라는 치욕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NC 손시헌은 미디어데이에서 "롯데를 상대로 8승 8패만 해도 아쉬울것 같다"며 롯데 선수단과 팬을 자극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NC만 만나면 주눅드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개막전부터 심기일전한 롯데였지만 흐름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6년 만에 돌아온 이대호가 KBO리그 타점 신고로 선취점을 냈지만 경기 중반 NC 타선의 집중력에 역전을 허용했다. 실책성 플레이까지 겹치며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고 NC에게 패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이대호는 달랐다. 개막전에서 이미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대호는 9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NC 마무리 임창민을 상대로 큼지막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비록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돌아온 주장의 맹활약은 롯데 타선의 분위기를 바꿨다.

첫 날 경기에서 아쉽게 패한 롯데는 이어진 주말 연전에서 NC를 몰아 부쳤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NC전 15연패를 깬 것은 물론 718일 만에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둔 것이다.

실력 차이보다는 분위기 싸움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던 롯데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활발한 타격을 보인 주말 경기에서는 실제로 이대호보다 강민호나 전준우 같은 후배 선수들의 활약이 더 컸다. 롯데가 기대하던 이대호 합류의 긍정적 효과가 나온 셈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다만 숫자만 쫓아서는 순식간에 변하는 승부의 흐름을 때론 놓칠 수도 있다. 개막 3연전의 흐름과 소속팀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꾼 이승엽과 이대호의 홈런이 그렇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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