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SK아트리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식'에서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SK아트리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식'에서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어서 관심을 모은다.

신태용 감독은 현재  U-20 대표팀을 이끌고 5월 20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청소년월드컵 본선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신 감독은 현재 한국축구 지도자들 중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2014년 슈틸리케호 출범 초기부터 A대표팀의 코치로 합류하여 원년 멤버로 활약했으며, 2016년에는 고 이광종 감독이 병마로 하차한 올림픽대표팀의 사령탑을 이어받아 한국축구에 2회 연속 8강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에서의 성과와 지도력을 인정받아 안익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U-20 대표팀에도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만일 성인 대표팀 사령탑까지 올라선다면 '대타'로만 각급 대표팀을 모두 거치는 특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만큼 신 감독의 리더십이 현재 한국축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현재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 2패로 본선 직행이 가능한 2위에 올라있지만 불안한 경기력과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겹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색무취한 전술과 경솔한 언행으로 잇달아 도마에 오르며 축구계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최종예선이 불과 3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민감하지만 여론은 슈틸리케의 경질을 원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대안이 많지 않다. 외국인 감독은 시간과 비용상의 문제로 당장 영입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국내파 중에서 당장 대표팀을 맡을 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K리그에서 소속팀에 전념하고 있는 감독들을 빼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연히 대표팀 사정에 밝고 경력도 있는 신태용 감독에게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다.

대표팀은 일단 다음 경기인 카타르 원정(6월 13일)까지는 약 2개월의 여유가 있다. 신 감독은 일단 5월까지는 U20 대표팀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5월 20일이고 대회를 마감하는 결승전은 6월 11일이다. 한국이 결승까지 올라가지 않는 이상은 그보다 빠른 시간에 대회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으로 봤을 때 U-20 월드컵을 마치고 바로 성인대표팀을 이어받는 것이 아주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카타르도 한국전에서 패하면 월드컵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기에 호르헤 포사티 감독이 선수단 조기소집까지 불사하며 한국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신태용 감독이 U20 월드컵 준비만도 빠듯한 상황에서 성인대표팀 운영까지 갑자기 떠맡았다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게 될수도 있다. U20 월드컵 성적과 성인대표팀 월드컵 본선진출 여부에 따라 신 감독 혼자 뒤늦게 독박을 쓰게 될 수 있다는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슈틸리케 대안 신태용? 준비기간 부족이 문제

신 감독은 당초 성인대표팀 코치 시절부터 '포스트 슈틸리케'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축구협회가 만일 신 감독을 올림픽대표팀과 U20 대표팀까지 이리저리 땜빵식으로 돌려막기하지 않고 차분히 성인대표팀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했다면 한국축구가 지금 슈틸리케의 대안 문제로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축구협회는 U20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 감독을 성인대표팀에서 완전하차 시키면서 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전술가형 수석코치 영입에 대한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설기현 코치-차두리 전력분석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팀의 코치진은 경험과 역량 면에서 모두 역대  최악으로 꼽힐 만큼 함량미달로 평가받고 있다. 

그나마 지금으로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대표팀이 일단 월드컵 최종예선을 확정지은 후 신태용 감독이 본선에서 지휘봉을 물려받는 것이다. 6월에 U20 월드컵이 끝나면 신태용 감독도 다시 거취가 자유로워진다. 8~9월 이란, 우즈벡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에서는 코치나 감독대행으로 성인대표팀에 복귀할 수도 있다.

온전히 신 감독 개인 입장에서 본다면 당장 성인대표팀을 맡지 않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성인대표팀을 맡았다가 지도자 경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한국축구가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에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도 본선까지는 겨우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이다. 자신의 색깔을 내면서 성적까지 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없다.

신 감독은 아직 젊은 나이에 지도자로서 성인대표팀과 연령대별 대표팀을 모두 경험해본 인물이다. 만일 U-20 대표팀을 이끌고 이번 청소년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만 거둔다면 장기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이미 리우올림픽을 통해 한번 경험을 쌓은 만큼 역대 한국축구 사령탑 중 최초로 2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지휘봉을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성인대표팀 사령탑은 그 이후에 도전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

한국축구도 신태용처럼 재능있는 국내 지도자를 성급히 벼랑 끝에 올려서 소모하기 전에 장기적으로 보고 키워야 할 필요도 있다. 당장 슈틸리케를 교체한다면 신태용 외에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신 감독과 한국축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신태용은 당장 꺼내들기에는 약간 아까운 카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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