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7년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7년 KBO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3월 31일 저녁 6시 30분, 5개 경기장에서 일제히 플레이 볼이 선언되면서 KBO리그의 대장정이 막을 올린다. 각 팀은 144경기의 정규 시즌을 치르며 포스트 시즌은 4위 팀과 5위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최대 2경기)을 통해 시작된다.

지난 시즌에 팀이 원하는 최고의 성적을 올린 팀도 있었으며,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팀도 있었다.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보였던 팀도 있었고, 다음 시즌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팀들도 분명 있었다.

물론 야구공은 둥글고, 10개 팀이 원하는 결과를 10개 팀 모두가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경기에서 한 팀은 이기고 한 팀은 지면서 서로의 희비가 갈린다. 10개 팀이 모두 우승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지만, 10개 구단 중 한국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팀은 단 한 팀이 된다. 각 팀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어떠한 모습인지, 그리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어떠할지를 정리해본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 관건은 WBC 후유증

올해도 의심의 여지 없이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는 두산 베어스는 2015년 정규 시즌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 시리즈까지 거치며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두산은 2016년에도 단 하루만 정규 시즌 1위를 내줬을 뿐, 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하며 통합 챔피언에도 성공했다.

두산은 2016년에 완성된 선발 로테이션 "판타스틱 4"가 건재하다. 두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우)와 마이클 보우덴(우), 토종 에이스 장원준(좌)과 느림의 미학 유희관(좌)까지 4명의 투수는 지난 시즌 최소 승수를 기록한 투수가 15승이었으며 니퍼트는 무려 22승을 거뒀다.

두산은 선발진뿐만 아니라 각 포지션에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국가대표를 배출했을 정도로 공수주에 걸쳐 고른 전력을 가졌다. 2년 연속 챔피언을 이끈 김태형 감독 역시 지난 시즌을 치르는 도중 재계약에 성공하며 임기가 3년 연장됐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전력을 갖춘 두산도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이스 니퍼트의 나이는 올해로 만 36세가 된다(1981년 5월 6일생). 임팩트가 뛰어난 선발투수들이 30대 후반에 구위가 하락세로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제구력의 달인이었던 그레그 매덕스 역시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구위 저하로 마지막 5년 동안의 평균 자책점이 4점대였을 정도다.

만일 니퍼트의 구위 노쇠화가 뚜렷해질 경우, 다른 팀들에게 충분히 그 정보가 읽힐 수도 있다. 유희관의 경우 제구가 조금만 흔들려도 대량 실점을 할 수 있는 유형의 투수인 만큼 그 역시 집중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불펜에서 김강률과 이현호, 조승수 등은 시범경기 중 기복이 다소 심하여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각 포지션 별로 WBC에 출전했던 "국대 베어스"였던 만큼, WBC 후유증을 겪는 선수도 있었다. 김재호와 양의지는 시범경기 중후반부터 경기에 출전했고, 양의지의 컨디션이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서 포수가 2인 체제일지 3인 체제일지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요소들을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로 포스트 시즌 탈락을 겪을 수도 있지만, 워낙 전력이 고른 덕분에 최상의 시나리오인 챔피언 트로피 수성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매년 단계별 순위 상승하는 NC, 큰 경기 공포증 극복?

2013년부터 KBO리그 1군 리그에 참가한 NC 다이노스는 처음 한 달 동안 리그 적응기를 거친 뒤 그 이후에는 다른 팀들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그 결과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3년 차인 2015년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하여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때까지의 NC는 포스트 시즌에서 시리즈 승리를 거둔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역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2016년 NC는 이번엔 LG 트윈스를 꺾고 창단 처음으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NC는 한국 시리즈에서 역대 시리즈 최소 안타를 기록하며 큰 경기에서의 한계를 여전히 드러냈다.

게다가 NC는 지난해 가을 경기 외적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이태양이 검거되었고 이민호는 가정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 브루어스)는 시즌 후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고, 팀은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하여 압수 수색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터지면서 NC는 2년 연속 관중 동원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NC는 FA 시장에서 큰 투자 없이 조용한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포수 용덕한이 은퇴했고, 주전 포수 김태군이 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마땅한 포수 자원을 찾지도 못했다.

또한, 스프링 캠프 참가 명단에서 볼 수 있듯이 베테랑들이 대거 빠짐을 통해 과감히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지명타자 이호준은 2017년을 은퇴 시즌으로 예고했고, 손시헌과 이종욱 등 기존 베테랑들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들 3명은 시범경기에서 손시헌 혼자 8경기 22타석에 그쳤고, 나머지 2명은 시범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매년 단계별 성장을 거쳤던 NC가 올해에도 또 단계별 성장을 이뤄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는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챔피언일 것이다. 그러나 NC는 최근 3년 동안의 포스트 시즌에서 큰 경기만 나서면 작아지는 한계를 노출했고, 결국 지난 한국 시리즈에서 역대 시리즈 최소 안타 및 최소 득점에 그쳤다.

때문에 NC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된다면, 정규 시즌의 성적과는 관계없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큰 경기에서의 한계점을 또 노출하거나, 세대교체 과정에서 손시헌, 이종욱, 이호준 등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워 줄 확실한 선수를 찾지 못하는 등의 시나리오다. 결국, NC가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발굴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성공한 넥센, 올해에도 강할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2016년의 넥센을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이었던 강정호(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현 미네소타 트윈스), 손승락(현 롯데 자이언츠) 등이 이적했고, 베테랑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은 잠시 일본에 외도를 다녀왔다. 게다가 젊은 투수들 중에서도 조상우와 한현희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는 바람에 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2016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상위권을 굳히기 위해 일본에서 웨이버 공시된 밴 헤켄을 다시 데려오기도 했다. 부임 이후 매년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염경엽 감독(현 SK 와이번스 단장)이 사퇴했지만, 운영팀장이었던 장정석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하여 그동안 이어오던 육성야구 기조를 이어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또한, 조상우와 한현희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투수진도 큰 외부 영입 없이 보강을 이뤄냈다. 베테랑 밴 헤켄과 신인상 투수 신재영 등이 있는 선발진도 건재하다. 타선도 서건창과 김하성 등을 중심으로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갖췄다. 거물 신인 이정후(이종범 해설위원 아들)가 성공적으로 데뷔한다면 타선도 한층 더 보강될 가능성이 높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된다면 넥센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온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NC와 마찬가지로 큰 경기에 나가면 챔피언이 되기에는 약간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요소가 그대로 드러났을 경우이다. 팬들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넥센은 올해에 큰 경기 공포증을 떨쳐내는 것이 관건이다.

귀한 몸 영입한 LG, 올해에는 더 큰 무대?

LG 트윈스는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 중 한 명인 왼손 투수 차우찬을 영입했다. 우규민(삼성 라이온즈)이 빠졌지만, 그 빈자리를 더 임팩트 있는 선수로 메웠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왔던 데이비드 허프도 재계약했으며, KBO리그에서 장기 활약 중인 헨리 소사는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베테랑 류제국까지 4명이 주로 이끌게 된 LG의 선발진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잠실 라이벌 두산의 "판타스틱 4" 위력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양상문 감독은 이들 4명으로부터 60승의 합작을 기대하고 있다.

임정우, 김지용, 정찬헌, 신정락 등 다른 젊은 투수진도 기대가 크다. 특히 전역 후 합류한 신정락은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다만 베테랑 투수 봉중근의 구위 하락이 뚜렷해지면서 한때 선발과 마무리에서 모두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였던 그의 활용법이 어떠할지가 투수진 운영의 관건이다.

적토마 이병규(9번)가 은퇴했지만, LG의 타선은 박용택과 정성훈 등의 베테랑이 이끄는 비교적 젊은 타선들의 성장을 기다린다.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LG에서는 지난해 주전으로 성장한 김용의, 채은성 등이 있으며 백업 선수들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적은 팀은 부상 등의 변수가 생겼을 때도 그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LG는 지난 시즌에도 하위권으로 시작했으나 후반기 대약진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의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시즌에 성장했던 선수들이 그 상승세의 원동력이었고, 이들의 대활약이 올 시즌 LG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이들이 집단으로 2년 차 징크스를 겪을 경우 LG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의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이다. 최근 몇 년 동안 KGO리그에서 감독들은 계약 마지막 해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부임 첫해부터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 및 4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이뤘던 류중일 전 감독(삼성 라이온즈) 역시 마지막 해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 예를 제대로 보여줬다. 올 시즌 LG의 시나리오에 따라 양상문 감독의 향후 진로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다 우승의 과거, 부상만 없다면 최고 전력인 KIA

KIA 타이거즈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까지 합하면 무려 10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하여 항상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도 그 결과를 내지 못했다. 과거 해태의 영광을 일궈낸 선수 출신의 감독들도 거쳐 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KIA의 감독을 맡았던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했다. 김주찬과 이범호 그리고 나지완까지 포진했던 타선은 임팩트만 따지고 보면 리그 최강이었는데, 그 자리에 100억의 사나이 최형우까지 가세했다. 군 복무를 마친 김선빈과 안치홍 등까지 가세하여 KIA의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 갈 곳이 없는 이른바 "살인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마운드도 괜찮다. 왼손 에이스 양현종이 FA 시장에서 재계약을 통해 팀에 남았고, 헥터 노에시와 팻 딘이 활약하는 외국인 투수들도 건재하다. 양현종과 헥터가 지난 시즌 200이닝을 던진 후유증만 크게 겪지 않는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 마무리에는 KBO리그와 일본 그리고 메이저리그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임창용이 버티고 있다.

다만 김진우가 갈비뼈 연골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 하위 선발진에서 뼈아프다. 오른손 에이스였던 윤석민도 어깨 부상으로 인하여 전반기에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KIA의 마운드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 비해 임팩트가 다소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투수진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낸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KIA는 역대 포스트 시즌 전적에서 특이한 사항이 있다.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을 때에는 100%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으나,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을 때는 시리즈에서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던 지난 시즌도 1차전은 어떻게 승리했지만, 결국 뒷심 부족으로 2차전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국 KIA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리즈 직행을 노려야 한다. 그러나 두산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이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현실에서 부상 선수들이 더 발생한다면 올 시즌을 치르기 힘들어진다. KIA에게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집단 줄부상을 피하는 것이 KIA에게 있어서 최선의 목표로 가는 필수 과제가 된 것이다.

힐만과 첫해를 보내는 SK, 에이스가 없는 스케치 시즌

지난겨울 SK 와이번스는 제리 로이스터와 송일수(일본 국적)에 이어서 역대 KBO리그 3번째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일본 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거쳐 KBO리그까지 3개의 리그 감독을 맡는 최초의 감독 트레이 힐만이지만 부임 첫해부터 에이스 없는 시즌을 치르게 됐다.

그동안 SK 부동의 에이스였던 김광현이 토미 존 서저리를 받으면서 2017년 시즌을 통째로 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광현은 FA 시장에서 4년 재계약했지만, 수술로 인하여 서비스 타임 1년이 지연되면서 FA 자격 재취득은 5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SK는 올 시즌 선발진에서 10승 이상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확실한 카드 한 장을 쓸 수 없다.

그러나 SK는 이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팀이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선수들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릴 켈리와 스캇 다이아몬드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토종 선발투수 윤희상 등도 그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최정을 필두로 정의윤, 박정권, 한동민, 최승준, 이재원 등이 포진한 타선도 제힘을 발휘한다면 다른 팀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 헥터 고메즈가 보여줬던 취약한 수비는 대니 워스의 영입으로 대신하게 됐다.

SK의 경우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던 과거의 한 시대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외국인 감독의 영입과 함께 감독 출신의 염경엽 단장이 가세하면서 SK는 지금도 새로운 팀을 꾸려가는 과정에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새로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새로운 전력들이 서로 호흡을 잘 맞추고 다음 시즌 김광현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새로운 전력들의 호흡이 삐걱거리고 김광현의 공백을 메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에이스가 없는 상황이니만큼 SK는 당장 올해의 큰 결과보다는 내년을 준비하는 착실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근의 마지막 시즌, 마리한화의 중독성은 어디까지?

2014년까지 꼴찌 단골이었던 한화는 2015년부터 김성근 감독과의 시즌을 보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한국 시리즈 7차전 같이 치르는 심정으로 시즌을 치른 결과 한화는 2015년 마지막 날까지 포스트 시즌 가능성을 놓지 않는 등 예년과는 다른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수의 선수들로부터 혹사 후유증도 드러났다. 한화의 주축 투수들 중에서 김성근이 부임한 이후 아프지 않았던 투수를 찾는 것이 힘들 정도다. 일단 한화는 김성근 체제의 3년 차를 앞두고 이번엔 FA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 2년 동안 전권을 행사했던 김성근은 재신임을 받는 조건으로 전권을 내놓았다. LG 트윈스 감독 출신이었던 박종훈을 단장으로 영입하면서 김성근 감독은 1군 팀의 경기 운영 외에는 구단의 그 어떠한 요소에도 간섭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서 김성근은 구단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올 시즌 성적의 결과가 어찌 되든 김성근이 한화와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그나마 지난해에 비해서 외국인 투수의 임팩트가 강해진 점이 그나마 올 시즌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요소가 됐다.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로 구성된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만 따지고 보면 리그에서 이력이 가장 화려하다. 물론 메이저리그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 이력은 과거 이력일 뿐이고, 이들이 두산의 니퍼트와 보우덴만큼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래도 일단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중심으로 선발진이 어떻게든 돌아갈 축을 잡을 수 있다면, 다른 해에 비해 다른 투수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데에 있어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정근우와 이용규, 송광민, 김태균, 윌린 로사리오, 최진행, 하주석 등의 타선도 충분히 해 볼 만하다.

그러나 지난해에 수술을 받았던 권혁, 송창식, 안영명 등이 어느 시점에 복귀할지 그리고 어떠한 상태로 복귀하여 어떠한 활약을 펼치는지에 따라 한화는 올 시즌 성패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확실한 주전이 없는 포수와 불안한 수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화의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각 포지션에서 우수한 선수들은 많다. 즉시 전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선수들은 많지만, 문제는 그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어서 적시에 활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다. 김성근이 강조하는 "하나 된 팀" 야구도 이미 내부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

결국, 한화가 최상의 시나리오인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팀의 전력 요소에서 꼬이는 점이 없어야 한다. 시즌 초반부터 하나라도 꼬이기 시작하면 지난 시즌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 그대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시점은 2007년으로, 올 시즌까지 실패하면 KBO리그 구단들 중 역대 가장 긴 시간인 10년 연속이 된다.

이대호 돌아온 롯데, 올해에는 "부산 갈매기" 날아오를까

2011년을 끝으로 롯데를 떠나 해외 리그를 경험했던 이대호가 무려 150억 원의 계약과 함께 롯데 자이언츠에 돌아왔다. FA 시장에서 다른 영입은 거의 없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황재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빈자리를 더 확실하게 메울 수 있게 됐다.

강민호, 손아섭, 최준석의 기존 중심 타선에다 이대호가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아주면서 롯데는 타선의 중량감을 크게 끌어 올렸다. 외국인 선수 라인업만 놓고 보면 다른 구단들에 비해 몸값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이들이 정규 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노경은, 송승준, 윤길현, 손승락 등 베테랑 투수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김원중과 김유영 등 젊은 투수들이 잠재력을 잘 발휘해준다면 어느 정도는 해 줄 수 있다. 당장 이대호가 전력에 복귀했다고 해도 투타에서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면 롯데는 올해도 하위권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타선만 보면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 볼 수 있지만, 그에 비하여 받쳐줄 투수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조원우 감독도 투수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이들이 정규 시즌에서 얼마나 해 줄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라면 돌아온 이대호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부산 갈매기"를 부르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대호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을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극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투수들이 경기에서 어느 정도 힘을 내줘야 한다.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 정규 시즌 or 포스트 시즌?

삼성 라이온즈가 포스트 시즌에 없었던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4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삼성은 새로운 팀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 시절부터 한 팀에서만 뛰었던 김한수가 삼성의 새로운 감독이 됐다.

그동안 내부 육성에 집중했던 삼성이었지만, 새로운 팀을 위해 무려 12년 만에 FA 시장에서 외부 선수를 영입했다. 몸값이 크게 상승했던 차우찬(LG 트윈스)과 최형우(KIA 타이거즈)를 잡지는 못했으나 우규민과 이원석 영입을 통해 새로운 팀 컬러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은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었다. 지난 시즌 앨런 웹스터, 콜린 벨레스터,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 등 무려 4명의 외국인 투수를 활용했지만, 그 4명이 합해서 6승에 그쳤다. 올 시즌 외국인은 앤서니 레나도, 재크 패트릭 그리고 다린 러프로 모두 바꾼 이상 삼성은 이들이 다치지 않고 제 몫을 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성적과 별개로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홈런 타자 이승엽의 은퇴 시즌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장을 썼던 시대를 마무리하고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레전드 플레이어도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와 데릭 지터 등이 그랬던 것처럼 KBO리그에서도 이승엽이 올 시즌 은퇴 투어를 계획했다. 올 시즌 이승엽은 9구장을 돌면서 그동안 정들었던 팬들과 작별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시즌 막판에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도 있겠지만, 이승엽이 최종적으로 언제까지 출전할 수 있을지는 그의 몸 상태 등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삼성은 과거에 양준혁이 은퇴할 때 9월에 은퇴 전을 치렀고, 이후 벤치에 앉아 후배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했지만 포스트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승엽의 경우는 뛸 수 있다면 포스트 시즌 경기에도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삼성이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할지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불이 꺼지는 시점이 정규 시즌이 될지 포스트 시즌이 될지에 따라 이승엽이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날도 달라질 것이다. 삼성에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승엽이 포스트 시즌 무대에서 팬들과 작별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외국인 선수 대참사가 발생한다면 올해도 작년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막내 구단 kt의 꼴찌 탈출은 언제?

2015년 KBO리그 1군 리그에 참가를 시작한 kt 위즈는 2년 연속 꼴찌에 그치고 있다. 신생 구단에 주는 혜택 중 하나인 외국인 선수 1명 추가 보유도 이제 없다. 똑같이 3명을 보유하고 2명만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 선수 활용에 있어서 이점은 사라졌다.

FA 시장에서 돋보이는 선수 영입은 없었지만, 조범현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감독은 바뀌었다. 2013년 두산 베어스의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진욱이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고, kt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어느 정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진에서 돈 로치, 라이언 피어밴드, 주권만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되었고, 야수 중에서도 박경수, 이진영, 조니 모넬 정도만 주전을 장담할 수 있다. 그 외의 나머지 선수들은 무한 경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kt는 도약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찾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승이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kt는 일단 "꼴찌 탈출"이 목표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큰 투자도 없었고, 외국인 선수 보유 특혜도 없다.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팀에서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터뜨려주는 선수가 나와주는 것이 kt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Again 2016."

정규 시즌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 시즌 KBO리그는 3월에 있었던 고척 대참사로 인해 당장 초반에는 흥행에 있어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BC 1라운드에서의 졸전에 다수의 야구 팬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침체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만큼, 선수들이 각자 소속 팀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다시 돌아오게끔 해야 하는 것도 선수들의 몫이다. 모든 팀이 최상의 시나리오와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2017시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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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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