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SK의 박희수가 영어가 모국어인 트레이 힐만 감독과 자주 주고받는 바디랭귀지를 묻는 질문에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SK의 박희수가 영어가 모국어인 트레이 힐만 감독과 자주 주고받는 바디랭귀지를 묻는 질문에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 ⓒ 연합뉴스


SK와이번스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2010~2015년의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KBO리그 역대 최장기간 한국시리즈 연속 진출 타이 기록이다. SK가 2000년 3월에 창단된 구단인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기간 안에 KBO리그에서 명문 구단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6년 동안 이어진 황금기가 끝난 이후 비룡 군단은 제법 긴 슬럼프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2013년부터 최근 4년간의 성적은 6위, 5위, 5위, 6위에 그치며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까지 SK에게 연례행사나 마찬가지였던 가을야구는 2015년에 넥센 히어로즈와 치렀던 와일드카드 한 경기가 유일했다(4-5 끝내기 역전패).

'야신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SK는 작년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벤치코치로 활약하던 트레이 힐만 감독을 새 사렵탑으로 영입했다. 힐만 감독은 일본의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 시절 일본시리즈 우승1회와 준우승1회의 경력을 갖춘 감독이다. SK가 2년 16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힐만 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 가을야구가 당연했던 화려한 시절로 되돌아가기 위함이다.

[투수] 다이아몬드는 SK 마운드의 보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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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탈삼진 축하 받은 SK 김광현  개인 통산 1000 탈삼진을 기록한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이 21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민경삼 SK 와이번스 단장으로부터 축하받은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개인 통산 1000 탈삼진을 기록한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이 지난 2016년 12월 21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민경삼 SK 와이번스 단장으로부터 축하받은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사상 최고의 에이스 김광현을 4년 85억 원에 잔류시켰다. 하지만 김광현은 계약 직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2017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SK에서는 빅리그 통산 19승 경력의 좌완 스캇 다이아몬드를 영입해 김광현의 공백에 대비했다. 다이아몬드는 작년 시즌 KBO리그 최다이닝 공동 2위(200.1이닝)에 오른 메릴 켈리와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제 아무리 다이아몬드를 영입했다 해도 김광현의 빈자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발진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특히 작년 시즌 9승을 올린 윤희상이 토종 에이스로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윤희상이 최소 두 자리 승수를 올린다는 전제 하에  잠수함 김주한과 박종훈, 우완 문승원, 임준혁, 좌완 김성민 중에서 4, 5선발이 결정된다. SK로서는 젊은 선발 후보들 중에서 신데렐라가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박희수와 채병용, 'AGAIN 2013'을 꿈꾸는 박정배,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유망주 서진용 등이 이끌어갈 필승조도 제 역할만 해준다면 결코 타 팀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 힐만 감독은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서진용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진용이 데뷔 후 1군에서 기록한 세이브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조치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서진용의 구위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작년 시즌 26세이브를 기록했던 '악마의 투심' 박희수는 셋업맨으로 돌아간다. SK의 좌완 불펜요원 김태훈과 신재웅이 시범경기에서 다소 부진했던 만큼 박희수가 가세한다면 불펜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다만 선발과 불펜 모두 1군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들이 많다는 점은 SK마운드의 불안요소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팀에 엄청난 힘이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마운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2017년 SK 와이번스 예상 라인업

2017년 SK 와이번스 예상 라인업 ⓒ 양형석



[타선] 화력은 충분, 응집력만 되찾으면 된다

SK는 작년 시즌 팀 타율 4위(.291), 팀 홈런 2위(182개), 팀 장타율 2위(.454)를 기록했다. 팀 성적에 비해 타격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276)에 머물며 팀 득점 부문에서는 9위(753점)에 그쳤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비해 실속이 떨어지는 타선이었다는 뜻이다. 반면에 팀 실책은 3번째로 많은 123개였다. 수비를 안정시키고 타석에서는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SK의 올 시즌 과제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SK는 수비가 불안하던 마구잡이 타자 헥터 고메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힐만 감독과 휴스턴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내야수 대니 워스를 영입했다. 워스는 빅리그 4년 동안 140경기에서 실책이 단 5개에 불과할 정도로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고 출루율이 좋은 중거리형 타자다. KBO리그에 순조롭게 적응만 한다면 SK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적임자가 될 수 있다.

1번이 됐든 2번이 됐든 워스가 테이블세터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워스와 짝을 이뤄 밥상을 차릴 테이블 세터의 활약이 올 시즌 SK 타선에서 매우 중요하다. 작년 시즌 1번으로 낙점됐던 이명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올해는 김강민과 김성현, 박재상 등이 테이블 세터 한 자리를 놓고 다툴 예정이다. 작년 시즌 생애 첫 40홈런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4번째 골든 글러브를 수집한 최정이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SK에는 최정뿐 아니라 FA를 앞둔 정의윤, 공격형 포수 이재원, 가을 사나이 박정권, 거포 유망주 최승준, 김동엽, 한동민 등 타격 재능이 뛰어난 타자들이 즐비하다. 다른 팀 감독들이 충분히 부러워 할 만한 선수 구성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 서말이나 되는 구슬을 가치 있게 꿰어 적재적소에 활용해 득점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힐만 감독과 정경배 타격 코치의 몫이다.

[키플레이어] '힐만의 남자' 노리는 6년 차 우완 문승원 

배명고 3학년 때 투수로 전향해 고려대 진학 후 기량이 부쩍 성장한 문승원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8순위)로 SK에 지명됐다. 하지만 고려대 동기 윤명준(두산 베어스)이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에 비해 문승원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8경기에서 단 1패 만을 기록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활약한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10승3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린 문승원은 작년 SK에 복귀해 선발 투수로 12경기에 등판했다. 비록 성적은 4승4패 6.64로 썩 대단치 않았지만 1군 무대에서 63.2이닝을 던진 경험은 문승원에게 커다란 자산이 됐다.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힐만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문승원은 작년 8승 투수 박종훈을 제치고 힐만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SK의 4번째 선발투수로 낙점 받았다.

3월16일 NC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3.1이닝 5피안타 2피홈런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문승원은 23일 LG트윈스전에서 5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에서 8.1이닝을 던지며 안타 9개를 허용했지만 사사구는 단 2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안정된 제구력이 돋보였다. 안정된 제구력은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수들의 필수덕목이다.

문승원은 작년 시즌에도 시범 경기에서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93으로 호투하며 김용희 전감독으로부터 5선발로 낙점됐다. 하지만 문승원은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지 못하고 7월 중순부터 롱릴리프로 보직이 변경됐다. 올해도 일찌감치 힐만 감독에게 선발 투수로 낙점 받았지만 그것이 풀타임 선발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문승원은 작년에 잡지 못한 풀타임 선발 투수의 기회를 차지하며 '힐만의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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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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