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LG 양상문 감독이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 휴대전화의 문자 발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발 헨리 소사를 발표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LG 양상문 감독이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 휴대전화의 문자 발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발 헨리 소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었다. 그 사이 4명의 감독과 1명의 감독대행이 거쳐 가고 FA 영입과 거물 신인 계약,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을 아끼지 않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그렇게 KBO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은 역대 최장기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팀으로 전락했다. 6668587667은 LG 트윈스의 암흑기 10년을 상징하는, 함부로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비밀 번호'가 됐다.

하지만 2013년 영원한 하위권인 줄 알았던 LG가 변했다. 한 물 갔다고 평가 받던 '적토마' 이병규(은퇴)가 역대 최고령 타율왕에 올랐고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 평균자책점은 1위(3.72)를 찍었다. 그 결과 정규리그 2위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일으키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LG는 이 기세를 몰아 2014년과 2016년에도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LG는 다시 가을에도 야구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강 팀이 됐다.

최근 4년간 3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의 목표는 이제 더 이상 '가을야구 진출'이 아니다. 이제 LG의 다음 목표는 10대나 20대 초반의 젊은 팬이라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나 봤을 장면, 전국에 '신바람 열풍'을 일으켰던 1994년의 감격을 재현하는 것이다. 적절한 선수 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 4년째 LG를 이끌고 있는 양상문 감독의 지도력을 더한 LG는 이미 정상에 오를 준비를 끝냈다.

[투수] '판타스틱4'에 대항할 '어메이징4'가 뜬다

작년 시즌 모두가 부러워한 투수진은 바로 '서울 라이벌' 두산 베어스의 '판타스틱4'였다. LG 역시 작년 시즌 사이드암 우규민(삼성 라이온즈)이 6승으로 주춤했지만 류제국과 헨리 소사가 나란히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선발진을 굳게 지켰다. 여기에 작년 7월 중순에 합류해 3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7승을 거뒀던 데이비드 허프 역시 올 시즌에는 시작부터 함께 한다(하지만 허프는 무릎부상으로 시즌 초반 공백이 불가피하다).

LG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FA시장에서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국가대표 좌완 차우찬을 영입했다. 최근 7년 동안 5번이나 10승을 기록했던 차우찬은 삼진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고 긴 이닝도 소화 가능한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다. LG는 차우찬의 가세로 두산의 '판타스틱4'에 대항할 수 있는 '어메이징4'를 구성했다. 이 4명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제 몫을 해줄 경우 50승 이상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두산이 작년 시즌 막강한 4명의 선발에 비해 5선발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LG는 올 시즌 5선발 후보들도 매우 든든하다.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이어간 임찬규가 경쟁에서 살짝 앞서 있는 가운데 유망주 이준형과 '퓨처스 에이스' 장진용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만약 FA계약 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왕년의 에이스' 봉중근이 구위를 회복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LG선발진은 '어메이징5'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반면에 작년 세이브 부문 2위(28개)에 오르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마무리 임정우가 어깨 통증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불펜은 다소 불안하게 출발한다. 물론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속구 투수 정찬헌이 있고 제구력이 좋은 김지용도 있다. 하지만 마무리가 흔들릴 경우 불펜진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임정우의 초반 공백은 LG 불펜에게 큰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2017년 LG트윈스 예상 라인업

2017년 LG트윈스 예상 라인업 ⓒ 양형석



[타선] 타격 지표 낮다고? 선수층은 리그 정상급

LG는 작년 시즌 팀 타율 6위(.290), 팀 득점7위(786점)를 기록했다. 성적에서 드러난 것처럼 최근의 LG는 화끈한 타선을 바탕으로 화력 대결을 벌이는 팀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LG는 다소 낮은 타격 성적으로도 정규리그 4위를 차지했다. 숫자로 드러나는 것보다 짜임새 있는 타선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지난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년 KBO리그 시범경기 LG 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3회초 무사 1, 2루 때 LG 박용택이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지난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년 KBO리그 시범경기 LG 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3회초 무사 1, 2루 때 LG 박용택이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병규의 뒤를 잇는 LG의 상징이 된 '쿨가이' 박용택은 8년 연속 3할과 역대 최초의 5년 연속 150안타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노장이 됐음에도 작년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타점(90개)을 기록했다. 나이가 들면서 박용택이 약해진 부분은 오직 주루능력뿐이다(박용택은 작년 시즌 데뷔 후 14년 연속으로 이어오던 두 자리 수 도루 기록이 중단됐다).

외국인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 역시 공수에서 믿음직스럽고 오지환은 작년 시즌을 기점으로 '미완'의 딱지를 떼고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거듭났다. 주전급 선수 6~7명이 모여 있어 주전은 물론 엔트리를 꾸리기도 쉽지 않은 외야는 말할 것도 없다. 비록 FA시장에서 아쉬운 1년 계약에 그치긴 했지만 최근 5년 동안 4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한 노장 정성훈 역시 소위 '계산이 서는 타자'다.

다만 토종 거포 부재는 올해도 변함없는 LG의 고민거리다. LG는 작년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토종 선수가 오지환(20개)과 박용택(11개) 밖에 없었다. 오지환의 포지션이 유격수이고 박용택이 39세의 노장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에게 작년 이상의 장타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LG가 올해도 변함없이 '똑딱이 군단'이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못한다면 상대 투수들이 LG 타선을 상대하는 두려움도 줄어들 수 에 없다.

[키플레이어] '방탄유리'를 꿈꾸는 허약한(?) 포수 정상호

자고로 FA를 영입할 때는 그 팀에서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데려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기존 선수에 비해 연봉도 많기 때문에 FA로 영입된 선수들은 부상 같은 변수가 없는 한 주전 자리를 보장 받는다. FA로 영입한 선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들의 FA 영입이 실패였음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LG가 FA로 영입한 포수 정상호는 정규리그에서 단 77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물론 허리부상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제 아무리 포수라 해도 타율 .182 1홈런10타점에 그친 선수가 주전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다. 정상호가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는 사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유강남이 타율 .266 8홈런47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며 정상호의 FA영입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심지어 정상호의 보상 선수 최승준마저 SK와이번스 이적 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정상호는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SK 시절에 쌓았던 큰 경기 경험을 살려 안정된 투수리드를 뽐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던 외국인 투수 소사와 찰떡 궁합을 과시했고 NC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에릭 해커를 상대로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지만 그나마 가을의 활약으로 2017 시즌을 기대케 했다.

유강남은 강한 어깨와 타격, 특히 장타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정상호는 노련한 투수리드와 블로킹 능력이 뛰어나다. 저마다 특징이 뚜렷한 두 포수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조화를 이루면 LG의 포수진은 더욱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유리 몸 포수 정상호가 최소 90경기 이상 소화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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