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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소비 공화국. 커피 시장 2000년부터 매년 약 9% 성장. 한국 얘기다. ICO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에 따르면 2015년 5천만 국민이 소비한 커피는 1인당 2.29kg으로 1인당 약 230잔(잔=10g)이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마시는 커피콩은 어디서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 걸까?

'갑질 한국 사회'에서 '한 잔의 여유'를 찾기 위해 마시는 커피. 하지만, 그 커피가 불공정한 '갑질 시장 구조'를 통해 들어온 건 아닌지 고민해본 적 있나?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대안으로 나타나는 움직임, '공. 정. 무. 역'. 이를 실천하는 '아름다운커피'의 한수정 사무처장을 서울 은평구 아름다운커피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장점유율 1%의 힘

"쉽게 말해서 공정무역은 '원료의 제값을 주고 사 오는 것'입니다. 윤리적 거래와 소비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겁니다. 원료를 싸게 사서 이윤을 남기려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제값 주면서 정당하게 사업해도 사회에 존재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름다운커피의 목표예요."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은 “아름다운커피가 국내 커피시장점유율 1%를 달성해 공정한 가격으로도 지속가능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은 “아름다운커피가 국내 커피시장점유율 1%를 달성해 공정한 가격으로도 지속가능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 아름다운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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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하면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아름다운커피(http://www.beautifulcoffee.com/)'다. 불공정으로 얼룩진 사회에서 돈보다 사람, 물질보다 관계, 경쟁보다 배려, 독식보다 나눔의 사회로 바꾸자는 열망을 담아 아름다운커피는 닻을 올렸다. 아름다운커피는 올해로 11년째 공정무역(Fair Trade)을 실천 중이다. 아름다운커피는 국내 공정무역의 개척자나 다름없는 2002년에 세워진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에서 움을 틔웠다. 수공예품 위주로 공정무역을 하던 아름다운 가게가 2006년 커피 취급에 나섰고, 규모가 커지자 2014년 법인으로 독립시킨 게 아름다운커피다.

아름다운커피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커피 등 원료를 수입해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판매한다. 저개발국 생산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도 펼친다. 초콜릿, 코코아, 원당, 견과류 등 약 40종의 상품을 거래하는데, 커피 비중이 80%를 넘는다. 아름다운커피는 경복궁 점(종로), 세정 점(강남), 단국대 점(용인), 창덕궁 점(종로) 등 4개의 직영 카페도 열었다. 또 지역 카페들과 협력해 지난 5월 공정무역 카페 공동브랜드 '아름다운커피 유니언'을 출범시켰다. 7호점까지 고객과 만난다.

"한국 커피 시장은 약 5조 원 규모입니다. 그중 1%라도 연 매출 400억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연 매출 400억이라는 건 업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이 있다는 얘깁니다. 존재감이 있다는 건 저희 입장에서는 비즈니스를 계속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현재 아름다운커피는 시장점유율이 0.05%이니까 20배 정도 더 성장해야죠."

공정무역으로 개발 패러다임 뒤집기

공정무역의 특징은 제3의 기구가 인증한다는 점이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이외에 제 3자가 가격의 정당성을 꼼꼼하게 따져본다. 한 사무처장은 "세계 공정무역 기구(WFTO)에서 물가, 시장가격, 최저생계비 등을 조사해서 매년 가격 조견표라는 것을 만든다"라며 "공정 무역 가격이 3달러로 책정된 경우, 시장가격이 5달러면 생산자는 2달러의 프리미엄을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라고 설명한다. 시장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공정 무역망에 들어있는 농가는 가격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치' 얘기를 해도, 이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소비'예요. '공정무역'이라는 가치는 좋은데 이게 '커피'나 '초콜릿'이라는 옷을 입지 않으면 나눠질 수 없고, 그걸 나누는 방법이 소비인 거예요. 사람은 하루 종일 소비해요. 근데 우리 먹거리는 대부분 식량 다국적 사업에 종속된 상태입니다. 이걸 더 강화하기 위해 한국 대기업이 해외 나가서 땅 뺏고, 땅 뺏긴 농민들은 빈민 되고, 그걸 돕기 위해 한국 정부는 국제 개발사업에 다시 투자하고. 이런 게 끝도 없이 반복되는데, 누군가 끊어줘야 해요. 개발의 패러다임은 제3세계 국가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정변이 불안하고,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요. 공정무역은 '선진국이 먼저 바뀌어야 돼'라고 하며 지갑으로 실천하는 것이죠. 공정무역이 패러다임을 바꾼 거예요."

공정무역의 개념은 윤리적인 소비로 구체화 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에게 더 접근하기 위해 아름다운 커피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한다. 은평타운 도서관에 설치된 자판기에서는 컵과 공정무역 커피를 뽑아 마실 수 있다.
 공정무역의 개념은 윤리적인 소비로 구체화 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에게 더 접근하기 위해 아름다운 커피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한다. 은평타운 도서관에 설치된 자판기에서는 컵과 공정무역 커피를 뽑아 마실 수 있다.
ⓒ 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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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에서 협동조합의 중요성

공정무역 커피(Fair Trade Coffee)는 다국적 기업이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가난한 국가에서 재배되는 커피를 공정한 가격에 구입해 유통하는 커피를 말한다. 아름다운커피는 네팔, 인도네시아, 페루, 과테말라, 우간다, 인도, 볼리비아 등지의 협동조합들과 거래 기반의 파트너십을 맺어 공정무역을 실행 중이다.

한수정 사무처장은 "공정무역은 농민 조직화의 첫 단계"라며 "가난한 국가의 개별 커피 농가를 커피 산업으로 가꿔나가려면, 농민들이 거대한 시장을 상대로 공정한 가격을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이 필요하다"라고 '협동조합'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보통 중간 상인은 악덕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네팔 가서 보니까 그들은 벤처사업가더라고요. 커피라는 작물을 딱 알아보고, 마을을 다니면서 누가 좋은 커피 기르는지 파악해요. 중간상인이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가가 중요한 거죠. 대기업을 위해서 농민들에게 거짓말하느냐, 아니면 농민 협동조합에서 고용돼서 수매 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 협동조합은 정보의 불균형이 심한 곳에서 그 존재의 빛을 발해요. 중간 상인은 정보가 많으니,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안정적 급여를 주며 커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거죠.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농민들은 유통 구조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가격 협상력도 키울 수 있게 되는 거죠."

일반 거래를 통해 농민들이 받는 수익은 0.5%밖에 안 된다. 하지만 공정무역으로 거래하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6%나 된다. 12배 차이다.
 일반 거래를 통해 농민들이 받는 수익은 0.5%밖에 안 된다. 하지만 공정무역으로 거래하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6%나 된다. 12배 차이다.
ⓒ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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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공정무역 악용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도 이를 반영해 공정무역 제품을 선보인다. 그러나 한 사무처장은 "스타벅스 등에서 쓰는 인증제를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해보면 거래 시점의 가격에 관해 규정한 인증은 없다"라며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유사인증'을 붙여놓고 공정무역이라고 한다"라고 꼬집는다.

그는 "파리바게뜨가 청개구리 마크를 붙여놓고, 친환경적인 재배환경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존중받는다고 얘기하지만, 청개구리 인증 역시 가격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며 "공정무역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느냐가 핵심인데, 거래 과정에서 가격을 통제하는 건 공정무역 인증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일부 제품만 공정무역 제품으로 사용하거나 실제로는 거의 생산하지 않으면서 공정무역 기업인 것처럼 홍보하는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을 '페어 워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페어 워싱' 단계에도 오지 못했다는 것이 한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차라리 페어 워싱이라도 하면 '내년에 몇 %를 더 늘릴 것이냐'와 같은 대화가 가능한데, 유사인증은 '틀렸다'고 지적해야 하니까 공정무역을 실현하기가 더 어렵다"라며 안타까움을 털어놓는다.

윤리적 소비의 핵심은 절제, 검약, 갑질 안 하기

"동물 실험을 계속하는 이유는 더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서잖아요. 소비자한테 불로장생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요. 욕망을 없앨 수는 없어요. 그 욕망을 다른 쪽으로 실현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리적 소비요. 윤리적 소비의 핵심은 절제와 검약이지요. 나아가 자원봉사, '갑질 안 하기'까지 다양하죠. 이런 변화와 시도들이 총체적으로 실천될 때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공정무역은 소비자의 힘으로 시장을 민주화하는 운동이다. 먼저 행동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고,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 더 나은 세상이 다가온다. 한 사무처장은 "개발도상국에서 돈은 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흐름이 달라진다"라고 덧붙인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피눈물을 쥐어짜서 얻은 거예요.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피땀 흘리며 재배하는 것이고요. 생산의 뒷면을 보지 못하고 질 좋은 음식을 더 싸게 먹겠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런 음식을 먹고서는 우리 인류가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면에서 공정무역은 빈곤을 심화시켜 왔던 무역을 빈곤 해결의 도구로, 변화의 도구로 바꾸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요, 소비자 불매운동의 한계를 뛰어넘는 운동이라는 거죠."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공정무역이라며 윤리적인 소비의 실천을 강조했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공정무역이라며 윤리적인 소비의 실천을 강조했다.
ⓒ 아름다운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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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정무역운동 현주소

"한국 공정무역 운동은 정체기예요. 아름다운커피가 어느 정도 기반 만들어왔지만, 그다음 혁신 모델이 안 나오는 상태예요. 공정무역의 전체 규모를 250억 정도로 보고, 그중에서도 순수 공정무역단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0억 정도예요. 저희가 25억 정도 하는 거고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증가세가 주춤하는 것 같아요."

한국공정무역단체 협의회(KFTO)는 지난 2012년 설립돼 비교적 역사가 짧다. 국제 공정무역 운동은 1998년에 조직된 국제공정무역 연합(WFTO), 유럽공정무역 연합(EFTA), 유럽세계 상점 네트워크(NEWS), 국제공정무역 인증기구(FLO)의 연합체인 파인 네트워크(FINE Network)와 1994년 조직된 캐나다와 미국의 공정무역 연합(FTF)가 주도한다.

국제 공정무역 연합(WFTO)은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70개국, 350개 이상 단체들의 초국적 네트워크로 생산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까지 공정무역의 주체를 모두 포괄해 가장 규모가 크다. 산하에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유럽. 태평양 등 5개 지부를 뒀다.

한 사무처장은 "스타벅스 같은 커피 회사는 특정 제품만 인증받을 뿐 조직 전체가 공정무역을 미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WFTO에는 가입할 수 없다"라며 "KFTO는 현재 WFTO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한편 국제 공정무역 인증 기구(FLO)는 유일한 공정무역 인증의 주체로 인증 관련 활동과 더불어 공정무역 표준을 개발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 마디 지지보다 한 번의 소비가 강력해요. 커피로 공정무역을 시작하게 됐지만, 이걸 먹고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소비가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같이 나누고 싶어요. 커피가 사실은 각성제잖아요. 공정무역 커피 한 잔이 착취구조에 관한 각성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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