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WBC'였다.

첫 항해부터 위험했던 WBC 대표팀이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2017 WBC 1라운드 2차전 대한민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와의 '리턴 매치'에서 또다시 좌절했다. 이미 이스라엘과의 1차전에서1-2 패배한 대표팀은 2연패를 기록하며 사실상 1라운드탈락이 확정됐다.

대표팀은 첫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선수 구성이 다소 정체된 경향을 보였고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젊은 선수들이 대거 탈락하며 김인식 감독의 선택에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추신수(텍사스) 등 다수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전력 약화도 예상됐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에도 문제는 지속됐다. 정근우(한화)와 김광현(SK), 강민호(롯데)의 부상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지난 2013 WBC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엔트리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역대 최악의 경기력' 두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역대 최악의 국가대표로 기억될 2017 WBC 대한민국 대표팀

역대 최악의 국가대표로 기억될 2017 WBC 대한민국 대표팀 ⓒ KBO 페이스북


개막 전 수차례 평가전을 가진 대표팀은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며 본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또한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WBC 1라운드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수의 메이저리거가 참가한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전력상 완전하지 못한 이스라엘과 대만은 겨뤄볼만한 상대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표팀은 대회 최약체 수준의 실력이었다. 투수는 볼넷과 안타를 무수히 허용했고 타자는 결정적인 찬스에서 헛손질을 했다. 특히 대표팀 타선은 역대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김태균-이대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16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평가전에서 맹타를 휘두른 서건창(넥센)은 네덜란드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2연패의 대표팀은 지난 2013 WBC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사실상 확정됐다.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최약체 대만이 네덜란드에게 승리를 거둘 경우 대표팀의 탈락은 잠시 미뤄진다. 2승을 거둔 이스라엘이 네덜란드에게 승리하면 '경우의 수'는 완성된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경기력을 살펴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대표팀의 1라운드 탈락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동기부여'없는 대표팀, 더 큰 문제를 느끼다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좌절한 모습의 대표팀 선수들.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좌절한 모습의 대표팀 선수들. ⓒ KBO 페이스북


2006 WBC에서 4강신화를 이끈 대표팀은 출전 선수 모두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 대회부터 병역 특례 대상에서 빠진 WBC는 더 이상 선수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과거와 달리 단순한 '애국심' 하나 만을 강조할 수 없었기 때문에 KBO는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보상해주던 FA 등록 일수를 성적과는 무관하게 소집 기간 모두 보상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대표팀에게는 동기부여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근본적인 실력 차이가 났던 것. 현재 KBO는 40명의 3할 타자들을 보유한 역대 최악의 '타고 투저' 현상을 겪는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표팀이 자랑하는 고타율의 선수들은 2경기 19이닝 동안 1득점 만을 기록했다. 넓은 스트라이크존 적응 문제를 비롯해 이스라엘, 네덜란드 투수들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며 KBO 타자들의 기록에 '거품'이있음을 증명했다.

투수진도 마찬가지 메이저리거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제외하면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대표팀의 선발 자리를 지키던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보였다. 과거 구대성, 김병현, 정현욱과 같이 믿음직한 불펜 투수도 없었다.

유례없는 'FA 100억 시대'가 열리며 실력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은 KBO 선수들이 냉혹한 현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박찬호 해설위원은 "어쩌면 이게 한국 야구의 수준인 것 같다"라며 선수들을 질타했다. 아쉽게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스로에 취해 '우물 안 개구리'임을 증명한 것이다.

승리 의지 없는 대표팀, 팬들을 비웃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을 상징하는 것은 바로 열정과 투지였다. 2006 WBC2라운드 일본전 승리 이후 에인절스타디움에 꽂힌 태극기는 대표팀이 얼마나 승리를 원했는지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에서도 대표팀은 비교적 열세였던 전력에도 불구하고 끈기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2017 WBC에서 대표팀은 이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상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대표팀의 표정은 안일함 그 자체였다.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몇몇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이러한 작은 부분들은 결국 치욕적인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로드러났다.

추운 날씨, 비싼 입장료 등 어려운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목소리를 높여 응원에 열중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선수들은 패배 끝에 '미소'를 보이며 팬들을 비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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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민준구 기자
WBC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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