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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코빈 동지>
 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코빈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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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반, 끔직한 불평등을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지구화를 주도한 두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그 극적 반전은 미국에선 샌더스 신드롬(The Sanders' Syndrome)으로, 영국에선 제레미 코빈 신드롬(Jeremy Corbyn syndrome)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이 신드롬이 막강한 것이었는지, 미국의 보수적 유대계를 대표하는 언론인 <코멘터리(Commentary)>지는 이 신드롬들을 두고 대서양 연안 국가의 좌파들 전반에 퍼져나가고 있는 '전염병'(an epidemic)이라는 원색적인 묘사를 가했다.

샌더스와 코빈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정치인 출신이었는데, 샌더스의 경우 양당체제인 미국에서 매우 드문 무소속 의원이었기에 미국 정치에서 존재감이 어느 정도 있지만, 코빈의 경우 8선 하원의원임에도 국내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두 정치인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한결 같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지지하고 정치 경력 내내 이들의 편에 서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두 정치인의 일관된 정치경력은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느끼는 이들이 믿음을 지니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사람 중 샌더스 같은 경우는 2016년 미국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들어서 이제 많이 익숙한 인물이 되었지만 코빈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덜 알려진 정치인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새로운 전망을 언급한다면, 영국의 코빈은 샌더스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다. 건조하게 사실만 언급한다면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가한 무소속 의원일 뿐이지만 코빈은 세계 5위의 경제력을 지닌 국가이자 유럽에서도 독일 다음으로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영국의 제1야당의 당대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샌더스 열풍이 불었던 것도 영국에서 코빈 신드롬이 그 시작점이었다는 점에서 지구적 불평등 시대 속 변화의 중심에 코빈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철학자 김만권이 진행하는 <철학사이다 바로 이 책>은 코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코빈동지>(책담)를 여덟 번째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영국노동당과 정치에 밝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장석준 기획위원과 이관후 정치학 박사와 함께 코빈에 대해 알아보았다.

장석준 위원은 진보신당 정책위원장과 부대표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좋은 글과 강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관후 박사는 떠오르는 정치학계의 젊은 학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유명해진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의 '3.5% 법칙'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국회측 준비서면에 "왜 대의민주주의가 되었는가? 용례의 기원과 함의"라는 논문이 인용되기도 했다. 장석준 위원과 이관후 박사는 영국 노동당과 정치 속에서 흥미롭게 코빈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렇다면 영국정치에서 무명인 코빈이 노동당의 당수가 될 만큼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지속적으로 정치무대에서 무명이었던 정치인이 8선 하원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관련하여 이관후 박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관후 : "사실 영국에서 이렇게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제레미 코빈이 오랫동안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반대로 이야기 하면 지역구-소선거구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죠. 내가 당 내에서 아무리 주류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지역구 유권자들이 나를 지지해 준다면 내가 내 말을 별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코빈 같은 경우는 자기 지역구, 이즐링턴이라고 하는 지역이 런던 북부에서 굉장히 인종적으로도 다양하고, 소득 수준도 상당히 낮은 편인 그런 변두리 지역이기 때문에 첫 번째 하원의원 연설에서도 코빈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는 내 유권자와 같은 이러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그 사람들을 얼마나 내가 잘 보살피는가"하는 것이 하원의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좌우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의 지역구와 자기의 정치적 이념이 완벽하게 일치했던 거죠. 그러니까 노동당이 오른쪽으로 가든, 중간으로 가든 상관없이 자기의 명분이 있는 거예요. 나는 내 지역구 유권자들의 이해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지역구 하원의원이기 때문에 나는 당이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나는 내 유권자들 위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겠다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죠. 그것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사랑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고요."

사실 코빈은 늘 정치 무대의 밖에 존재하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인물이 노동당이라는 영국의 거대정당의 총수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일까? 장석준 위원은 노동당 내부의 관계로 그 1차적 원인을 짚어주었다.

장석준 : 저도 이 <코빈동지>라는 책 보면서 연결되지 않았던 고리가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점에서는 이 책이 장점이 있는 것 같은데, 코빈 바람이 불기 전에 막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당히 생동감 있게 서술을 했는데요. 코빈 직전의 당수가 에드 밀리밴드였고 이 사람이 상당히 블레어, 브라운 시기에 비해서는 노동당을 정통 사민주의 노선으로 돌리려고 하다가 실패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빈 바람이 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드 밀리밴드는 굳이 따지면 영국노동당의 온건 좌파(소프트 레프트노선)이거든요. 원래 영국 노동당에 라이트와 레프트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레프트가 분화한 게 토니 벤이라는 사람 때문에 레프트가 하드 레프트와 소프트 레프트로 나뉘게 되거든요. 소프트 레프트가 오히려 영국 노동당의 정통 당내 좌파 노선이에요. 뭐냐면 자기들보다 더 힘이 센 당내 우파와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영국노동당 좌파. 비록 국유화를 주장하더라도 당내 주류 우파가 반대하면 꼬리를 내릴 준비가 되어있는 게 영국의 전통적인 노동당 좌파였고, 그걸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소프트 레프트 노선이지요.

토니 벤이 어떻게 보면 역사상 처음으로 계속해서 반기를 드는, 영국의 주류언론들 같은 경우는 '정신 나간 좌파'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로…. 역사적 평가는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면서 코빈이 속한 하드 레프트(급진좌파)와 에드 밀리밴드 같은 사람 중심으로 모인 소프트 레프트가 갈리게 되거든요. 그런데 밀리밴드의 실패는 결국 소프트 레프트가 대안으로 나서려고 했는데 실패한 거죠. 만약에 에드 밀리밴드 주변에 모였던 사람들이 2015년 당수 경선에서도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코빈 바람은 없었을 거예요.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에드 밀리밴드가 빠지고 나서 후보를 못 만든 거죠. 후보를 못 만들었어요. 그리고 후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에드 밀리밴드보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이 상황에서 코빈이 나온 거죠.

온건 좌파에서도 후보가 나오고 코빈이 나왔다면, 코빈은 자신의 절친한 동료의원들인 존 맥도널이나 다이안 애버트 같은 사람들이 당수 경선에 나왔을 때처럼, 그냥 '노동당의 저런 사람도 있다'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온건 좌파에서 후보가 안 나오게 되고, 그러면서 키를 쥐게 된 게 노동조합 진영이죠.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에드 밀리밴드를 통해서 노동당의 최대주주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었는데, 지금 카드가 없어진 상황이 됐기 때문에 뭔가 밀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고 코빈이 나오니까, 코빈을 과감하게 민 거죠. 여기에는 역사적 우발적인 요소도 있는 것이, 영국 노동조합 중에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 노조(Unite the Union) 사무총장(혹은 위원장)을 좌파가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이 사람이 코빈이 후보로 나온 것을 적극적으로 밀기 시작하고 처음에 코빈 바람이라는 것은 대중적으로 지지하고 그랬다고 하지만 1단계에서는 일단 좌파 노동조합 진영의 굳건한 지지가 코빈을 띄우는데 1차 동력을 형성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장석준 위원과 이관후 박사는 우리가 모르던 3파운드 선거권 등 영국 노동당의 독특한 총수선발 제도, 코빈의 정책, 정치인으로서 코빈 등을 우리가 모르던 영국정치의 맥락을 짚어가며 하나씩 차근차근 흥미롭게 풀어주었다.  그 중 코빈의 정치에 대한 이관후 박사의 코멘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관후 : "저는 코빈의 정치가 어떤 정치냐고 누가 물어보길래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어요. '수수한 옆집 아저씨의 친절한 정치다.' 제레미 코빈이 뭐가 좋냐 이렇게 물어보면 정책이 진보적이어서 좋아한다. 뭐 이런 대답이 있겠죠. 있을 텐데…. 사실은 코빈이 선거에서 마지막에 돌풍을 일으켰던 것, 코빈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보니까 '누구한테나 굉장히 친절하고 남의 말을 잘 경청한다, 우리가 얘기하면 들어줄 것 같은 정치인이다, 본인이 약속한 것은 지킬 만한 사람이다.' 말을 굉장히 조심하죠. 사실은 약속한 건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이런 진보적인 정책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대중적으로 본다면 정책이 굉장히 과격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데도 코빈이라는 사람의 정치적인 태도, 이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친절하고 수수하고 격이 없이 소통하고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들이 저는 한편으로 보면 한국에서도 조금 시사점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아까 이재오 의원 이야기를 하셨는데, 정말 새누리당 의원들이 더 털털하고 지역구 가면 동네 할아버지들하고 막걸리 마시고, 잘 어울리고 이러는데, 오히려 보면 한국에서 보면 민주당이나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의 분들을 보면 사실은 개인적으로 다 털털하고 하신 분들이 있겠지만, 그런 이미지를 못 갖는 것 같아요. 엘리트적인 분위기도 많이 나고 그런 측면이 있어서 이런 대중과의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이미지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에게 제레미 코빈이라는 정치인에 들으면서 드는 생각 하나는 분명한 지향성을 지니고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이들을 알아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라는 점이었다. 적어도 코빈에게서 볼 수 있는 정치인의 미덕은 늘 이 정치인이 아래에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늘 그래왔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코빈의 미덕은 그가 당수가 된 뒤 들려주었던 연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좀 더 인자하고 포용력 있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정치를 하겠습니다. 웨스터민스터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사회와 일터에서도 일방적 훈계가 아니라 진짜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대화하기를 바랍니다. 정직하기를 바랍니다. 이 당에서, 이 운동에서 앞으로 우리가 할 정치는 그런 정치입니다."  

아, 그리고 글을 맺기 전에 반드시 덧붙여야 할 말이 있다. 정치를 이름값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를 보고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의 안목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코빈은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이 내용은 <철학사이다-바로 이책>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팟빵에서 듣기 : https://goo.gl/MRhTRo


태그:#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김만권, #코빈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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