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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산하 모든 초등학교 3,4,5,6학년과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월 7일(화) ‘기초학력 진단평가’(이하 일제고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 대구교육청 공문 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산하 모든 초등학교 3,4,5,6학년과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월 7일(화) ‘기초학력 진단평가’(이하 일제고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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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이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학교자율로 진단평가를 치거나 교사가 자율적으로 진단활동을 한다. 교사가 자율적으로 학생의 학업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해당 교육청 산하 모든 초등학교 3~6학년과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월 7일 '기초학력 진단평가'(아래 일제고사)를 실시한다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경북교육청은 중3까지 포함).

이에 일부 교사들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6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일제고사 시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학교 앞에서 1인시위 등을 진행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도 "경북교육청은 일제고사 형태의 진단평가를 당장 중단하고 학교자율의 진단활동으로 전환하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일제고사 폐지! 줄 세우기 무한경쟁보다 아이들이 살아나는 참교육
▲ 7일, 교문 앞 1인시위 일제고사 폐지! 줄 세우기 무한경쟁보다 아이들이 살아나는 참교육
ⓒ 일제고사반대대구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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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결과를 학교평가에까지 반영하는 대구교육청

대구-경북교육청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의 과목에서 부진학생들을 '판별'하여 지도하며, 학기말에 '구제'하기 위해 진단평가를 치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새로운 담임교사를 만나 조심스레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보며 서로를 알아가야 할 시기에 부진아 판별, 즉 '불량품' 낙인을 찍어 '구제' 대상으로 만드는 일부터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은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교육적 효과보다는 비교육적 낙인 효과만 부추기는 일제 고사를 반대한다"며 "특히 대구교육청이 일제고사 결과를 학교평가에 반영하면서 지난해 일부 학교가 이를 잘 받기 위해 문제풀이식 수업, 운동부 학생이나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결석 유도, 일제고사에 대비한 '강제 야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대구교육청이 말하는 '기초학생 부진 학생 판별'을 통한 '학력 향상과 지원'은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으며 일제고사를 통한 기초학생 부진 판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시험으로 불필요한 행정력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매년 제기되고 있음에도 대구교육청이 이를 강행하려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벌써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정상 수업 대신 일제고사에 대비한 문제풀이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말까지 들려온다"며 "중학교 3학년의 경우 이번 시험을 통하여 6월 일제고사를 대비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일제고사의 폐지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고 덧붙였다.

대구교육청은 중학교 3학년의 경우에도 별도의 진단평가 문항을 내려 보내 학교에서 평가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든 중학교 학생들이 7일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표집으로 일부 학교만 명시되어 있으나, 사실상 대부분 초, 중학교가 같은 문항으로 같은 날 시험을 치렀다는 점에서 '일제고사'라고 볼 수 있다.

강요와 억압으로 강제하는 일제고사 이제는 그만!
▲ 학교 앞 1인시위 강요와 억압으로 강제하는 일제고사 이제는 그만!
ⓒ 일제고사반대대구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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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육적 낙인 효과만 부추기는 일제 고사, 이제 제발 그만

김학선 경북지부 정책실장은 "지금의 일제식 진단평가는 교사들을 불신하는 것이며, 교사의 평가권과 자율적인 교육과정운영권을 침해하는 행태"라고 지적한 뒤 "우리는 학습부진학생 판별과 기초학력 보정, 그리고 맞춤형 학습지도의 필요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제는 실행 방식의 차이다. 경북교육청처럼 일제고사 형태로 시험을 치르도록 강제해야만 '진단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악습에 불과하다"며 "진단평가를 학교별 자율 시행에 맡겨, 담임 및 교과 담당교사가 보다 창의적이고 실효성 있는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평가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경북교육청은 학교 서열화, 사교육 팽창 등 부작용이 큰 현행 일제고사를 고집하지 말고, 학교별 자율 진단활동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 것"과 "새 학년 초인 3월 첫째 주 혹은 둘째 주를 '진단 활동 주간'으로 설정하여, 각급 학교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학업성취도를 진단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교육청 주관 일제고사(표준화검사)의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학교 현장의 자율적 교육활동과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을 왜곡하고, 줄 세우기를 통한 무한 경쟁을 유발하고, 유치원 및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불필요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마해라 쫌! 우리가 시험치는 기계가?
▲ 학교 앞 1인시위 고마해라 쫌! 우리가 시험치는 기계가?
ⓒ 일제고사반대대구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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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지난 2009년부터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이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초래하며, 교육적 효과보다는 비교육적 낙인 효과만 부추긴다는 점에서 반대해 왔다. "성적으로 아이들의 가치를 매기지 않겠다"며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2명의 교사가 해직돼 '거리의 교사'로 내몰렸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모두 아이들 곁으로 돌아간 바 있다.

손호만 대구지부장은 "평가의 목적은 교사가 직접 수업한 내용을 가지고 평가함으로써 수업이 원래 목적에 맞게 잘 이루어졌는지,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잘 습득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한 성장 환경과 다양한 배움이 일어나는 교실 환경을 무시하고 대구 지역의 모든 초, 중학생에게 같은 문항으로 평가를 치르게 한다는 것은 교사들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위요,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제고사는 우동기식 행복교육의 허구성을 더 부각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대다수 시도교육청은 3월과 12월 일제고사를 폐지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무릇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많은 문제와 논란을 야기하는 일제고사를 강행하려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며 "이에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일인시위 등에 돌입할 것"이며, 또한 "무한경쟁과 교육 파행을 조장하는 일제고사가 폐기되도록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과 각오를 밝혔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엄마이고, 7일에도 일제고사 반대 손팻말 선전전을 했다는 장지은 대구북구여성회장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도 일제고사 시행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는 문제풀이식 수업이, 중학교에서는 강제야자로 아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입을 뗀 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초등3학년 아이에게 성적으로 줄 세우고 사교육 조장하며,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일제고사에, 시민사회 입장에서, 여성으로서, 주민으로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른 시도교육청은 하지 않는데 우동기 대구교육감만 여전히 시대 퇴행적 사고방식에 젖어, 작은 학교 통폐합 및 학교평가에까지 반영하는 일제고사 강행 등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진정한 교육은 무한경쟁이 아닌데도 우 교육감은 교육도시를 표방하면서 무한경쟁을 통해 아이들을 통제하고 서열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화가 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노미경 경북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오늘 6학년 진단평가 문항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진단평가 자체도 문제지만 평가문항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나선형 교육과정에서 전학년도에 배운 암기형 내용이나 개념들은 교사인 나조차도 교재를 한번 봐야 다시 기억이 나는데 모조리 평가하고 있었다"며 "이건 진단이 아니라 학기말 평가가 맞을 텐데 1,2학기 내용을 몽땅 진단평가라고 출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평가의 목적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인데, 교육청은 진단평가에 대한 개념과 목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지필평가만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교육철학 부재 및 행정편의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 경북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은 일제고사 확대를 통해 성적 경쟁을 부추기면 저절로 학력이 신장되고 교육력이 높아진다는 착각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공교육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이들 마음을 병들게 하는 종양같은 일제고사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 일제고사 반대 1인 팻말 시위 아이들 마음을 병들게 하는 종양같은 일제고사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 일제고사반대대구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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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일제고사는 시대가 요청하는 교육 변화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편적 지식 측정 위주의 획일적인 지필고사 형식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할 수 없으며 교육과정 질 관리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신체적, 지적, 정의적, 문화예술적 영역에 걸쳐 종합적인 평가를 하려면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교사에게 맡겨야 하고, 평가는 수업과 별개가 아니라 교수-학습 과정의 일부이므로 평가권 역시 교사에게 속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김용택 교육칼럼니스트는 "일제고사는 교육이 아니고 폭력"이라고 말 한 뒤, "경쟁을 통한 효율성 운운하고 있지만 먼저 시행했던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현재의 이런 형태의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은 알파고 시대를 향해 가는데 유독 학교는 아날로그 방식의 교육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평가 목적이 실종된 평가를 고집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의 학습 고통은 물론 학습 결손을 초래하는 일제고사는 더 이상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며 더 나아가 "인간을 쇠고기 등급을 매기듯이 나누는 수학능력고사는 자격고사제로 바꾸어 학교를 교육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점검하는 진단평가일 뿐 학교 간 줄세우기나 학생 낙인찍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일제고사, #대구,경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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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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