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회초 2사 한국 손아섭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2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회초 2사 한국 손아섭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이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기분좋은 2연승을 내달렸다. 대표팀은 2월 25일과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 평가전에서 1차전 6-1, 2차전 7-6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평가전 2연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역시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은 1차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다. WBC 대표팀이 고척돔에서 쏘아올린 첫 홈런이었다. 이어 2차전에서는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손아섭의 활약은 특히 2차전에서 빛을 발했다. 경기 초반 대표팀은 쿠바에 꽤 고전했다. 양현종은 3이닝 동안 54구를 던지며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흔들렸다. 타선은 쿠바 선발 블라디미르 바노스에게 막혀 4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한국은 5회초에야 첫 득점을 올렸다. 손아섭이 좌중간 안타로 출루하여 이용규의 우중간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추격에 불을 지폈다.

쿠바가 6회말 1점을 추가하며 점수를 1대 3으로 벌린 상황에서 한국은 7회 반격에 나선 손아섭이 또다시 물꼬를 틔웠다. 대표팀은 손아섭의 좌중간 2루타를 시작으로 이용규-박석민의 적시타와 민병헌의 희생플라이, 여기에 쿠바의 실책까지 더해지며 침묵하던 타선이 폭발하면서 단숨에 6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손아섭은 2사 만루 찬스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서 2타점 적시타까지 때려내며 승기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KBO리그 144경기에 전경기 출장하며 타율 3할2푼3리(575타수 186안타) 16홈런 81타점 118득점 42도루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는 28인 명단에 처음부터 포함되지는 못했다. 같은 외야수 포지션에 쟁쟁한 선수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메이저리거 야수들이 모두 불참하며 손아섭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왔다. 손아섭은 김현수(볼티모어)의 대체선수로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에게 '땜빵'이라는 모양새는 자존심이 상할수도 있었지만 손아섭은 개의치않게 대표팀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아섭은 대표팀에서도 일단 대타 자원으로 분류됐다. 좌익수에 최형우, 중견수에 이용규, 우익수에 민병헌이 가장 유력한 주전 예상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유력한 톱타자 후보인 이용규가 팔꿈치 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4번타자인 최형우도 타격감각을 찾는 데 애를 먹으며 손아섭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손아섭은 국내 팬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인 평가전에서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상대로 이틀 동안 10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의 완벽한 활약을 펼치며 주연 본능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손아섭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할수 있는 자원이다. 방망이와 주루능력을 두루 갖춰 이용규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톱타자로도 활용할수 있다. 최형우가 외야 자원 중 가장 수비력이 떨어지는 데다 최근 평가전에서 11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다. 최형우를 대타로 돌리고 손아섭을 좌익수나 중견수로 기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워는 다소 약해지겠지만 기동력과 작전수행능력에서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손아섭은 지난 프리미어12 당시에도 부동의 주전은 아니었지만 경기 후반 대타 자원으로 투입되어 한일전 '도쿄대첩' 당시 한국의 극적인 9회 역전극에 한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대체선수로도 발탁된 손아섭이 김현수나 추신수 등 메이저리거들의 공백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준다면 김인식호로서는 어느때보다 외야진 운용에 활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표팀은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대체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한편으로 숙제도 남겼다. 철저하게 변화구 위주의 경기운영을 펼친 쿠바 선발을 바노스 상대로 경기 중반까지 고전한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한국은 2013년 WBC에서도 네덜란드에 0-5로 영봉패당한 것이 1라운드 탈락의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는데, 당시 상대 좌완 디호마르 마르크벌 역시 철저한 기교 위주의 피칭으로 한국 타선을 4이닝 2안타로 틀어막은 바 있다. 한국은 중심타선을 책임지는 이대호와 최형우의 타격감각이 빨리 올라와야만 한다.

투수들에게는 제구력을 빨리 가다듬는 게 관건이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장원준은 꾸준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2차전 선발 양현종은 초구에 거의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며 볼카운트가 자주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불펜진에서 장시환과 원종현이 잇달이 실점을 내주며 중반의 타선폭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어렵게 끌고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대표팀이 28일 같은 장소에서 호주와 세 번째 평가전에서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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