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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산시설을 설명하고 있는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와인생산시설을 설명하고 있는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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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꼬또 와이너리 ②에서 이어집니다

김지원 대표는 일찍부터 와인생산설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가 주요 와인생산국의 와인생산설비에 관심을 갖고 견학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였다. 왜?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쌀과 물도 중요하지만 밥솥도 무척 중요하죠. 어떤 밥솥으로 밥을 짓느냐에 따라 밥맛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생산시설이라야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2004년부터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의 와인생산국으로 와인생산설비 견학을 다녔어요. 사비를 들여 나갔으니 저를 아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그랬어요. 돈이 없어 외국에 갈 때마다 대출을 받았거든요."

보는 만큼 지식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건 당연했다. 이런 결과로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이태리 와인설비제작 회사에 주문, 제작한 스테인리스 재질 와인 탱크를 사용해 와인을 발효, 숙성하고 있다. 이 탱크에는 자동온도조절기가 부착돼 있어 자동으로 탱크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 회사의 장점은 주문서대로 모형을 먼저 만들어 와인을 발효시켜 성능을 확인한다는 것이죠. 와인이 제대로 발효되어야 탱크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주문 제작이 완료돼 입고되는데 기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안심할 수 있죠."

2000년에 처음 와이너리 공장을 설립했을 때 와인을 제작했던 와인탱크는 온도조절이 불가능해 그가 원하는 와인을 생산하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가 원하는 와인을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가 와인생산설비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이유다.

이태리에 직접 주문, 제작한 와인 발효, 저장탱크.
 이태리에 직접 주문, 제작한 와인 발효, 저장탱크.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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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와이너리 10개보다 소규모 와이너리 100개가 더 중요"

2010년부터 정부가 소규모 농가형 와이너리 육성정책을 추진하면서 주요 포도산지인 영동과 영천을 중심으로 와이너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정욱 소믈리에는 와인제조면허를 내지 않은 아주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까지 포함하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는 300개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와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와인생산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 대표는 "대기업 와이너리가 10개 있는 것보다는 소규모 와이너리 100개가 있는 게 한국와인산업 발전에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소규모 와이너리들이 늘어야 한국와인의 대중성이 확산되고, 각 지역마다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와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특색 있는 한국와인이 생산되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한국와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한국와인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광명동굴 덕분이다. 광명동굴에 한국와인동굴이 조성돼 한국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를 놓고 김 대표는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표현했다.

와인 자동병입기.
 와인 자동병입기.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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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산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판매다. 아무리 좋은 와인을 생산하면 무엇 하나. 팔려야 다시 와인을 생산할 동력을 얻는데, 판매할 장소가 없는 게 한국와인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이나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한국와인 전문판매장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광명동굴에 한국와인이 입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와인생산자들은 광명동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팔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점을 거부한 와이너리들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국와인 판매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광명동굴에서 팔린 한국와인은 2015년에는 3만3천여 병이고, 2016년에는 4만3천여 병이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와인이 한 자리에 모여 이렇게 많이 팔린 전례가 없었다. 전국의 와이너리들은 광명동굴을 주목하게 됐다. 그러면서 광명동굴은 '한국와인의 메카'로 불리게 됐다.

김 대표는 광명동굴의 의미와 역할을 한국와인 판매에만 한정짓지 않는다.

"광명동굴에서 한국와인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명동굴이 와인생산자들의 화합의 장이 되고, 만남의 장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요구하지 않았는데 광명시가 자발적으로 한국와인동굴을 만들어 한국와인을 홍보해주고 알려주고 있으니 고맙지요. 광명동굴 덕분에 소비자들이 어떤 와인을 원하는지, 어떤 와인이 잘 팔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생산자들이 단합할 수 있는 기회도 주었죠."

와인생산자들은 광명동굴을 매개로 자신이 만드는 와인이 '한국와인'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서로 힘을 모아야 한국와인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와인생산협회장인 김 대표는 2017년에는 와인생산협회와 함께 한국와인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한국와인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와인은 미래가 아주 밝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와인이 다 성장을 하는 추세인데 한국와인이라고 못할 게 없죠. 양조기술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와인생산 환경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또 와인양조기술은 계속 좋아져 좋은 와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환경이나 소비심리가 해외와 견주어 부족한 게 없으니 한국와인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광명 한국와인동굴을 찾은 김지원 대표
 광명 한국와인동굴을 찾은 김지원 대표
ⓒ 윤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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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 김 대표와 같은 와인 1세대의 대를 이어 2세대들이 와인산업에 뛰어들어야한다고 최정욱 소믈리에는 강조한다. 우리나라 와이너리에서도 이런 추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최 소믈리에는  전국의 와이너리 가운데 15곳 정도가 2세대가 와인사업을 물려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1세대에서 2세대로 대를 이어나갈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김 대표의 아들 김한식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아버지와 함께 와인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는 외국의 유명한 많은 와이너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를 이어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

"사업을 하면 1세대가 성공을 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였어요. 일본은 2세대부터 와인산업이 뜨기 시작했어요. 1세대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와인을 시작했다면 2세대는 1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어받아 많이 알기 때문이죠. 일본의 2세대들은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일본와인의 세계화를 시킬 수 있었던 거죠.

우리가 할 일이 없어서 와인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2세대들을 해외에 보내 좋은 양조기술을 습득하게 해야 좋은 와인을 만들지, 아무것도 안 하면 발전하지 못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국와인이 발전합니다."

김지원 회장의 소신이다. 그래서 김 회장도 한식씨를 외국에 보내 와인공부를 하게 할 계획이란다. 


태그:#한국와인, #김지원, #그랑꼬또, #최정욱, #광명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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