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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나가 게를 보면서 게 구멍도 관찰해 보고 갈매기와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바닷물에 물수제비를 만들어 깔깔거리며 즐거워하고 바다의 여러 면을 관찰하면서 자연 속에서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아이들이 참 신기합니다."

남해 상주중학교 한정숙 교사(국어)가 학생 시모음집의 편집후기에서 한 말이다. 상주중학교는 최근 전교생이 쓴 시를 한데 모아 <솔바람 은빛바다에서 꿈을 이야기하다>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인 이 학교는 남해 상주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다. 교실에 있으면 파도 소리가 들릴 정도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바닷가에 나가기도 한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2016년 한 해 동안 전교생이 쓴 시를 묶어 책으올 펴냈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2016년 한 해 동안 전교생이 쓴 시를 묶어 책으올 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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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본 바다풍경은 어떨까. 김동영 학생(1년)은 "저 멀리 화물선은 며칠 동안 움직이지도 않는다 마치 시체처럼"이라 했고, 김예은 학생(1년)은 "파도가 친다. 태형이의 뱃살처럼 파도가 출렁, 출렁거린다"거나 "간호사가 주사 맞기 전 엉덩이 때리는 것처럼 파도가 찰싹, 찰싹거린다"고 했다.

최지원 학생(2년)은 "곱디고운 은모래 푸른 바다/다정한 배,/그 너머로 보이는 엄마 같은 풍성한 산/눈앞에 보이는 바다/그 바다에 떠 있는 푸른색 부표에/갈매기 가족 산책 나왔데"라 읊었다.

학생들은 바다에서 '게'를 관찰하며 시를 썼다. 안솔재 학생(1년)은 "게는 준우 엉덩이처럼 탱탱하고 포근한 곳에 있다"고, 이수현 학생(1년)은 "게 구멍 주위에는 모래 똥이 잔뜩 널려 있다/참 신기하다/저 작은 게들이 뱉어낸 이물질이"라 했다.

권보영 학생(2년)은 "간질거리는 게들의 향연/소풍 나온 아이 게 한 마리/손바닥 위에 올리니/가을 바다가/내 손에 들어 온다"고, 최성민 학생(2년)은 "모래 바닥에 흩어져 버린 게들은/동시에 게 구멍 속으로 숨어 버리네"라 했다.

재미나는 표현들이 많다. 김민서 학생(1년)은 "비"라는 제목에 "아침부터 밖에 비가 온다/밥 먹고 이 닦고/등교해도 비는 계속 온다/오늘 체육 들었는데…/못하겠지, 안에서 영화 보자고 할까?/비오는 날에는 이런 재미가 또 있지/비오는 소리도 좋고/영화를 봐서 좋고/그래서 비는 좋다"라 했다.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것 같다. 바닷가 아이들의 상상력은 바닷물처럼 풍부하다. 낙엽을 보고 '동심파괴'라 하기도 한다.

배주원 학생(1년)은 "낙엽 동심"이란 시에서 "낙엽을 밟았다 바스락은커녕/퍽퍽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이것은 동심 파괴다//낙엽이 밝힌다. 낭만은커녕/밝히는 낙엽이 불쌍하다/이것은 동심 파괴다"고 했다.

임태형 학생(1년)은 시 "가을 낙엽"에서 "바삭바삭 감자칩처럼 바삭한 가을 낙엽/…/과자처럼 바삭 튀김처럼 바삭/…"이라 했다.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고/집으로 가던 길//우연히 마주한 강아지 두 마리/그 강아지들도 서로 싸웠는지/등 돌린 채 앉아 있는 모습에/너무 웃겨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네//책상에 앉아/우연히 눈에 들어온 연필과 지우개/둘이 항상 붙어 있는 모습 보니/내 친구 생각나/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네//우야!/내일은 꼭 친구와 화해를 해야겠네/'미안해 친구야'"(3년 최지환의 "친구" 전문).

남해 상주중학교는 상주해수욕장과 바로 붙어 있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상주해수욕장과 바로 붙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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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생들은 소설을 읽고 시로 표현해 놓기도 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그 느낌이나 줄거리를 시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학생들는 <반지의 제왕>(JRR 톨킨)이나 <공작 나방>(헤르만 헤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셀버스타인), <아홉살 인생>(위기철),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등을 읽고 한 페이지의 시로 느낌을 압축하는 '대단한 실력'을 보였다.

여태전 교장은 인사말에서 "자신을 드러내기에 주저하지 않는 아이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시 한 편에 담아내는 아이들의 재치를 보면서 눈부신 봄꽃 같은 미소를, 오디처럼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며 "학교가 즐겁고 친구가 있어 행복하고 은빛 바다와 나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어 행복한 학교, 우리가 꿈꾸는 학교에서 행복을 빌어본다"고 했다.

한정숙 교사는 편집후기에서 "은모래 해변을 끼고 있는 이 아름다운 공간이 먼 훗날 그냥 스쳐 지나간 시절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잘 갈무리하게 해준 공간이라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늘도 은빛바다를 보면서 꿈을 이야기하며 행복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상주중학교는 지난 한 해 동안 학교의 다양한 소식을 담은 소식지 <솔바람 바다학교>도 이번에 같이 펴냈다.


태그:#남해 상주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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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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