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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0알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물품을 싣고 줄지어 복귀하고 있다.
▲ 줄지어 개성공단 철수하는 화물차량 지난해 2월 10알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물품을 싣고 줄지어 복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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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25일 만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개성공단 생산액을 5500억 원 규모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10배인 5조5000억 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발표는 개성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원·부재료비가 빠진 임가공비만 계산한 거다. 개성에서 재료를 구매하는 게 아니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보통 제품가격은 원·부재료비와 제조과정의 임가공비를 합산해 산출하는 건데 개성은 재료비가 빠지니 이런 착시가 생긴다.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5500억 원에 10을 곱해야 한다." (정기섭 위원장)
  
예를 들어 개성에서 코트를 생산하는데 한 벌당 제조비용이 20달러 정도이니 국내로 통관할 때는 20달러(약 2만3000원)로 계산되지만, 시장에서는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공단폐쇄 이후 한국경제의 국내총생산 규모에 비해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경제적 타격을 축소하기 위해서인지 이런 '통계적 착시'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은 베트남이나 동남아에 비해 물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뿐 아니라 자재조달 측면에서도 관련 업종이 분포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었다.
  
신발을 예로 들면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 경우 현지에서 자재를 조달하게 되지만 개성에서 만든다면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 실제로 개성공단 폐쇄로 의류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의류 원단업체들이 많은 대구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국내 원단산업은 국제경쟁에서 뒤처져 있긴 하지만 개성에서 의류를 제조할 경우 물류 상의 이점을 살려 해외 제품과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기업인들도 여전히 개성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때가 좋았다'고. 물류비 인건비도 훨씬 저렴한 데다 2013년 공단이 중단됐다 재개된 이후로는 북한 근로자들이 의욕이 넘쳐 생산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제야 일할 맛 난다'는 기업인들이 많았는데 아쉽게 됐다." (정기섭 위원장)
  
종합하자면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는 5조5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경제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그것도 1단계 100만 평의 40%만 채워진 상태에서 창출된 경제가치다.
  
만약 남북이 애초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이 3단계 800만 평 규모로 순조롭게 확대됐다면 어땠을까. 단순계산해 생산 규모가 20배로 확대되면 110조 원이니 국내총생산(1504조 원·2016년 기준)의 7%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했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뼈아픈 실책... '사면초가' 한국 경제
  
개성공단 폐쇄는 의류, 봉제, 신발 등 중소·사양 산업의 활로를 막았을 뿐 아니라 벼랑에 몰린 한국경제가 연착륙할 기회를 날려버린 뼈아픈 실책이었다.
  
한국경제는 사면초가 상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상치 않은 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당장 롯데그룹이 중국 선양에 3조 원을 들여 짓고 있는 테마파크 롯데월드 공사가 중국당국에 의해 중단됐다.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지만, 한국은 지배구조가 낙후된 재벌·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기업생태계 탓에 이런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한국경제를 '연못에 두 마리 고래가 들어있는 형국'이라고 비유한다. 삼성과 현대라는 두 마리 고래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연못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 한편으론 혁신과 창의력만 있으면 기업을 일굴 수 있는 창업환경도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경제협력은 우리 경제가 연착륙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숨 고르기'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대로 북한지역인 강원도 안변에 조선(造船)단지가 조성됐더라면 조선업이 지금 같은 위기를 겪지 않았을 수 있다.
  
최근 북한의 시장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양에 돈이 돌고, 일반 주민들의 구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개성에서 생산된 제품을 북한에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벼랑 끝 한국경제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북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덧붙이는 글 | 서의동님은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입니다.



태그:#통일, #개성공단, #중국, #북한,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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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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