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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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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변 50층 아파트 건립 계획이 무더기로 제동이 걸리면서, 한강변 층고 제한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조합을 중심으로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여전히 제한을 두겠다는 서울시 방침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특히 이미 강남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서울시의 제한 규정에 맞춰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자칫 층고 제한을 완화할 경우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도 있다.

서울시는 9일 오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 높이관리기준 및 경관관리방안'을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 기준을 재차 확인했다.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현재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계획이 없고, 35층 가이드라인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원칙을 바꿔 제한을 완화한다면, 다른 단지들과 형평성 논란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1월 서울 서초 반포주공1단지와 송파 잠실 미성, 크로바, 진주 등 4개 아파트 단지가 서울시의 35층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 입주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도 35층 가이드라인을 준용한 단지다.

서초 반포주공 1단지 조합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의 35층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건축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규제를 완화한다면, 굳이 35층에 맞출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재건축 계획을 다시 세워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35층 층고 제한을 완화한다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는 "도시 관리 차원에서 높이 관리에 대한 지속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왜곡된 주장으로 운영 중인 기준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개별단지가 아닌 도시 차원 중장기적 관점에서 하는 만큼 일관성 있게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5층 아파트 높이 규제 풀어달라'... 진짜 속내는?

서울시가 35층 가이드라인 원칙론을 강조함에 따라 현재 강남 은마 아파트와 잠실 주공 5단지가 구상하는 50층짜리 아파트 건립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 이하로 규정한 압구정지구단위계획도 층고 제한 완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사실 그동안 한강변 아파트 층고 완화에 대한 목소리는 강남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 은마 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 커졌다. 지난해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된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다수 주민들도 50층 아파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면, 35층 높이의 아파트만 늘어서면서 오히려 한강 스카이라인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최고 층수가 아닌 평균 높이를 35층 이하로 적용해야 고른 스카이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파트 층수 규제 완화는 '사업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층고 완화를 하게 되면, 용적률을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최고 층수 프리미엄 등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다는 속내다. '한강변 고층아파트'로 누릴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 가치도 크다.

그런데 최고층수를 35층 이하로 할 것이 아니라 평균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부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조봉희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최고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면, 35층 높이의 아파트만 일률적으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조망권을 해친다"면서 "서울시가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승범 한양대 교수도 "한강변 아파트 층수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통경축(개방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역세권이나 주거지 등 주변 환경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높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35층 가이드라인 규제 완화 가능성 적어

하지만 서울시가 이날 35층 가이드라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층고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한강변 아파트 최고 층수 35층 이하 제한' 규정은 서울시 도시계획 최상위규정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명시돼 있다.

만약 서울시가 이 계획을 변경하려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하고, 시 도시계획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도시계획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게다가 도시계획 승인 변경을 하더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조합들이 사업 진행을 늦추거나, 재건축 계획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미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강남 지역의 상당수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

서울시는 또 층수 규제가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는 주장도 과도한 가정이라고 못박았다. 아파트의 모든 층수를 35층으로 짓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일반 주거지역에서 허용 가능한 용적률이 300%이고, 건폐율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의 평균 층수는 15층 수준에 맞춰진다.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하고, 다양한 층수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카이라인 훼손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한남3구역도 주어진 개발밀도(2종, 3종, 준주거)를 충족하면서 자연지형에 순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건축디자인 및 스카이라인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서명국 인천대 교수는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층수 제한을 없애면, 한강이라는 공공 경관을 사유화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면서 "서울시가 현재 내세운 기본 원칙을 지키는게 행정적 안정성과 공공재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한강 아파트, #35층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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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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