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팀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외국인 투수의 성공 여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발 만을 고집하는 팀은 많진 않았다. 외인 타자나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든 불펜 투수를 영입하는 팀도 있었다.

하지만 2009년 KIA가 로페즈와 구톰슨의 외인 선발 듀오를 앞세워 우승을 따낸 뒤로 외국인 선수 구성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타 구단들도 KIA가 했던것처럼 극적인 우승을 꿈꾸며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 트렌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외국인 선수 규정으로는 포지션 중복없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해 1경기 당 2명까지만 내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10개 구단 모두 2명의 선발투수와 1명의 야수를 선발한다. 어떤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갈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9년째 이어진 한화의 부진은 외국인 선발 투수 영입 실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는 투수를 주로 영입하는 트렌드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외국인 영입에 있어서 장점이 있는 팀이었다. 최장수 용병 제이 데이비스를 비롯해 크루즈, 최근의 로사리오까지 외국인 거포를 영입하며 다이너마이트 타선 구성에 일조했었다.

 2010년, 류현진과 짝을 이룰 투수로 한화가 야심차게 영입했던 호세 카페얀.  영입 당시 기대와는 달리 13경기 0승 11패 ERA 9.15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기고 방출되고 말았다.

2010년, 류현진과 짝을 이룰 투수로 한화가 야심차게 영입했던 호세 카페얀. 영입 당시 기대와는 달리 13경기 0승 11패 ERA 9.15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기고 방출되고 말았다. ⓒ 한화 이글스


하지만 투수 영입에 있어선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0년 이후 한화 역시 트렌드에 발 맞춰 외국인 투수 영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010년 이후로 한화 외국인 투수중 규정이닝을 채우고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선발로 10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2015년 미치 탈보트(10승 11패 ERA 4.72)가 유일했다. 상당한 기복을 보인 탈보트가 10승을 달성하는 데에는 한화 타선의 도움과 늘어난 경기 수가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많았다.

믿을만한 외국인 선발 투수 영입에 실패한  한화는 팀 리빌딩과 맞물려 줄곧 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팀 사정 상 확실하게 승리를 책임져야 할 외국인 선발마저 제 몫을 하지 못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간 '외인 선발투수 잔혹사'에 시달리던 한화에게도 '특급 선발'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투수가 있었다. 바로 2015시즌 유먼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에스밀 로저스가 그 주인공이다. 2015년시즌 도중 영입된 로저스는 정확히 10경기에 출전해 말그대로 클래스가 다른 피칭을 선보였다.

 2015시즌 후반기 압도적인 피칭으로 '지저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던 에스밀 로저스

2015시즌 후반기 압도적인 피칭으로 '지저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던 에스밀 로저스 ⓒ 한화 이글스


로저스는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을 앞세워 10경기 75.2이닝이라는 경이로운 이닝소화력을 보였다. 평균 구속 150km의 속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하며 타고투저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에 한화는 로저스와 19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로저스와 함께라면 충분히 가을 무대를 꿈꿔볼 만했다.

하지만 한화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로저스의 팔꿈치가 문제였다. 팔꿈치 통증으로 5월 8일에야 모습을 드러낸 로저스는 2015시즌에 미치지 못하는 피칭을 보이다가 부상 재발로 결국 팀을 떠났다. 로저스가 끊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외인 투수 잔혹사'는 결국 한해 더 연장되고 말았다.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오간도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오간도 ⓒ 한화 이글스


하지만 2017년 한화는 그 지리한 잔혹사를 끊어낼 준비를 마쳤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특급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를 영입을 발표한 것이다. 총액 180만 달러의 계약규모가 보여주듯 한화는 오간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오간도는 MLB 통산 283경기에서 503.1이닝을 소화하며 3.47의 우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뛰어난 투수다. 특히 오간도는 지난 해에도 MLB에서 36경기 32이닝동안 3.9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 오간도의 메이저리그 주요 기록

 오간도 MLB 통산 성적((기록 출처: milb.com)  )

오간도 MLB 통산 성적((기록 출처: milb.com) )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해 중반 이후 성적이 급락했고 마이너리그에서조차 부진했다는 점이다. 또 어깨 수술을 받은 2013년 이후 지난 3년 간은 불펜 투수로만 나섰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최근 수 년 간 전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한화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 발도 들이지 않았다. 대신 잔류가 불투명하던 로사리오와의 재계약을 성사시켰고 특급 오간도 영입에 성공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의 영입이 지연되고 있지만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화는 오간도에게 1선발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13승을 기록한 오간도는 2015시즌 후반기를 강타한 로저스의 위력, 어쩌면 그 이상을 보여줄 수도 있는 실력과 경력을 가진 선수다.

다가오는 2017시즌, '특급 용병' 오간도가 한화의 '외인 투수 잔혹사'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까? 최근 현장과 프런트 간 불협화음으로 여러모로 어수선한 한화지만, 오간도가 부상없이 기대만큼 성적을 올려준다면 포스트시즌 경쟁에 나설 동력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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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 계민호/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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