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영화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한동안 한국영화 흐름 선봉에 서있는 각종 직설적 오락 영화들, 검사, 경찰, 정치인, 언론인 등 권력의 한 자락에 기댄 이들을 비틀거나 조망한 이런 작품들 사이에서 말이다. 장르의 퓨전 내지 익숙한 캐릭터와 설정의 세련된 조합 역시 일종의 유행이라면 유행이다.

언급한 기준으로 보면 <조작된 도시>는 분명 신선함에 방점을 찍은 데다가 '액션' 장르로 분류해놓기 명쾌한 작품이다. 그만큼 선이 굵고 특징이 분명하다. 몇몇 중저예산 영화를 제외하곤 최근 찾기 힘들었던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관객 입장에선 숨통이 트이고 갈증이 풀릴 요소가 있는 영화로 소개하기 충분하다.

박광현 감독의 귀환, 그리고 주연 지창욱      

그 주축에 박광현 감독과 배우 지창욱이 있었다. 박광현 감독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무려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관객 앞에 자주 서진 못했지만 평단에선 그를 일종의 보편적 감성을 새롭게 비틀 줄 아는 감성의 소유자로 인식해왔다. 순수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영화인으로 그의 색깔이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곤 했다.

일단 보자. 지난 1월 3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 된 <조작된 도시>는 그런 면에서 일단 영화 팬들에게 소구할 만하다. 게다가 드라마와 CF로 일찌감치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지창욱이 전면에 섰다. 탄탄한 연기력의 심은경과 안재홍, 그리고 김상호, 오정세가 각각 조력자와 악역을 맡아 이야기를 함께 끌어간다. 이 정도의 진영이면 훌륭하다.

편부모 가정에서 백수로 세월을 보내는 권유(지창욱 분)는 '대장'이다. PC방에서 즐기는 전투 게임 속 별명이기도 하다. 팀을 이뤄 적을 제거하고 맡은 임무를 척척 수행해 내는 그는 가상세계의 왕이자, 현실의 벽에서 마냥 도피하고픈 철부지라는 두 정체성을 오고간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해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죄수의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조작된 도시>는 누명을 쓴 백수, 하지만 게임 영웅인 권유의 두 정체성 사이 간극을 동력 삼아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캐릭터의 운용 면에서 영화는 게임 속 구조를 그대로 차용한다. 실명이 아닌 별명에 기댄 몇몇의 게이머들이 실제로 권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이들은 백수거나 3D업 종사자, 정체가 불분명한 지방대 교수 등 이 사회 주류들에게 가려진 주변인들이다. 쉽게 말해 사회부적응자다. "기성 세대가 만든 틀에 적합하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의기소침해지는 젊은 세대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분명한 주제의식을 통쾌한 액션으로 변주해 펼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캐릭터 운용 면에선 새롭지 않다. 이 모든 위기를 벗어나고 주인공의 억울함을 벗기기 위해 기능적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심은경이 맡은 여울은 '히키코모리'지만 컴퓨터에 능한 인물이고, 데몰리션 역의 안재홍은 영화 특수효과 팀 스태프로서 갖고 있는 능력을 각종 사건에서 그럴싸하게 펼쳐 보이는 식이다. 마치 부족한 다섯이 뭉쳐 거악을 물리치는 일본 전대물 <바이오맨> 속 그들처럼 말이다. 선한 진영 속 캐릭터들은 비록 사회에선 비주류지만 그 누구보다 선한 의지와 양심을 지닌 이 사회의 희망을 대표하는 셈이다.

액션의 설정 

 영화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영화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조작된 도시>가 새로운 지점은 디테일에 있다. 액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체이싱이 제한된 지하 주차장 공간에서 꽤 박진감 있게 벌어진다든지, 전투 게임의 구조를 그대로 현실에 차용해 대칭 구조를 이루게 한다는 점 등이다. 게다가 카체이싱의 주체가 복잡한 국내 도로 사정에 최적화 한 경차다. 일종의 경차 액션의 신기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설정이 특징이다. 이는 지금껏 한국 액션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지점이다.

하지만 그 외의 지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게임과 현실의 대비 속에서 실제 위기에 봉착한 인물들의 모습마저 판타지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 액션과 인물설정의 개연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를 테면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들이 총기와 폭발물 사용이 상당히 자유롭다. 현실 기반의 액션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이토록 각종 화기를 수월하게 공수하는 악당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주인공 캐릭터들 또한 마찬가지다. 명민한 두뇌를 통해 재기발랄한 도구를 만들고 위기를 헤쳐 가는 과정 자체는 박진감 넘치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원되는 경찰, 특수요원, 언론인 등 주변 요소들은 그 수준이 하향평준화 됐다. 주요 캐릭터들이 버프(Buff, 게임 속에서 능력치가 상승하는 현상)하는 동안 현실에 기반을 둔 실제 요소를 오히려 너프(Nerf) 시킨 셈이다. 정의와 불의가 대결하는 주 무대마저 일종의 게임 판이 된다. 이들의 추격전을 위해 언론사는 너무도 쉽게 스튜디오가 뚫리고, 여러 건물의 철통 보안은 무용지물처럼 묘사된다.

액션 영화의 참고서 격인 <본> 시리즈 등이 어떻게 장애 요소를 배치했고, 이용했는지를 떠올려보면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조작된 도시>가 이런 영화들과 선을 그으며 출발한 '참신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관객에 따라서 이런 설정은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긴장감을 다소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이긴 하다. 아울러 전작에서 물씬 풍겼던 박광현 감독만의 섬세한 터치가 화려한 화면에 가려져 있다는 것 또한 기대했던 영화팬들 입장에선 좀 서운할 수 있겠다.

웰컴 투 '조작된 도시'   배우 안재홍, 지창욱, 심은경과 박광현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조작된 도시>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디. <조작된 도시>는 게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백수인 권유(지창욱 분)가 누군가에 의해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뒤 게임 멤버인 여울(심은경 분), 데몰리션(안재홍 분)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범죄 액션 작품이다. 2월 개봉 예정.

▲ 웰컴 투 '조작된 도시' 영화 <조작된 도시> 제작보고회 당시 주역들 모습. 왼쪽부터 배우 안재홍, 지창욱, 심은경과 박광현 감독. ⓒ 이정민



한 줄 평 : 영화의 진정성과 선의를 가린 화려함 
평점 : ★★☆(2.5/5)

영화 <조작된 도시> 관련 정보
연출 : 박광현 감독
출연 :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오정세, 김상호
제공 및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제작 : 티에스컴퍼니
상영시간 : 126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7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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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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