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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인터뷰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은 죄만큼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인터뷰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은 죄만큼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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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단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할 말도 별로 없었고, 또 서로 말이 필요 없는 밤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아래 문재인)는 그의 2013년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날 밤의 집안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누군가는 '친노라서 졌다'고 했고, 누군가는 '(안철수에게) 양보하지 않아서 졌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불안해서 졌다'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공략하기 쉽지 않은 부산에서 그가 어렵게 얻어낸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것을 대선 패배와 연결짓는 이도 있었다.

선거에서 이긴 이유를 대기는 쉽지 않아도 진 이유는 수십, 수백 가지 댈 수 있는 곳이 정치판이다. 정치에서 승패의 명암은 확연히 갈린다.

지난 5년은 그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문재인은 16일 5년 만에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 나와 1시간 30분 동안 ▲ 사드 배치 ▲ 일자리 정책 ▲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 ▲ 재벌 개혁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 '친문 패권주의' 논란 ▲ 야권연대 ▲ 개헌 ▲ 세종시 이전 등의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것을 감안해도 그의 공약 발표 속도는 야권의 다른 주자들에 비해 무척 빠른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그는 '대선 재수생'이다. 집권 후 만들 세상의 청사진을 밝히는 것이 그에게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국정원 해외정보 수집 집중,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등등의 얘기도 모두 5년 전 대선 때 내놓은 공약들이다. 박하게 얘기하면 '재탕 공약'이다. 국회의원 4년과 제1야당 대표 1년의 세월은 5년 전 이루려던 꿈을 더욱 정교화·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구상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막힘이 없었다.

"사람이 건축을 하지만 건축물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대통령 집무실의 정부청사 이전과 청와대 개방' 관련해서는 "지금의 청와대를 개조해서 대통령과 참모들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게 더 낫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의 입에서 "참여정부 때도 그런 모색을 했지만, 청와대 리모델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대통령과 비서진의 소통은 강화되겠지만 국민들로부터 격리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이 건축을 하지만 건축물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예를 들며 "남북 간 대치 상태라고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데, 외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남대문 시장에서 소주 한잔하는 대통령' 얘기도 했다. TV드라마 '송곳'은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인상적인 대사를 남겼다. 그의 약속대로라면, 지난 10년간 권력이 보여준 권위주의의 그림자도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겠다.

미국 사드의 국내 배치 문제는 인터뷰에서 가장 오랫동안 캐물었던 이슈다.

그는 13일 뉴시스 인터뷰에서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16일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요구라면 무조건 오케이(OK)하는 문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요구도 우리 국익에 맞지 않는다면 노(NO)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반대'와 '사드 찬성' 사이에서 성주를 찾지 않은 이유

전자가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 힘든 국제정치의 현실적 조건에 힘을 실었다면, 후자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13일의 인터뷰 발언만 놓고 보면, 사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이 후퇴했다고 해석될 수 있지만 문재인의 입장이 처음부터 사드 배치에 있어서 찬성·반대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이다. "최종결정권을 차기 정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말만 덧붙였을 뿐 그의 입장은 사드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구했던 작년 7월 13일 이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문재인이 작년 여름 내내 '사드 반대' 집회가 계속됐던 경북 성주를 찾지 않은 것도 예민한 외교 사안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그가 속한 민주당 지도부도 매우 흡사한 입장을 취해왔다).

앞으로도 문재인은 사드를 반대하는 왼쪽(정의당·시민단체 등)과 찬성하는 오른쪽(새누리당·바른정당) 사이에서 "차기정부에서 정하자"는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한 입장이 뭔지 알 수 없다. 우유부단한 입장을 계속 취하면 제2, 제3의 최순실이 또 나온다"(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는 식의 공격도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스캔들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처벌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무거운 반시장범죄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끔 법 개정과 대통령 사면권의 제한도 필요하다.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은 전문경영인 제도의 도입 정도로 재벌 개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재명 등 보다 선명한 주자들은 '재벌해체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공약이 경쟁자들의 그것보다 얼마만큼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인지를 경선 과정에서 설명하고 '사이다'를 찾는 지지층을 돌려세우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문재인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간담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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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한 말은 아니지만, 문재인은 17일 나온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문재인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진지하지만 재미없는 사람. 그렇게 볼 것 같다"고 답했다. 솔직한 답변이다.

실제로 기자는 많은 20, 30대로부터 "문재인은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30대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대선주자이기도 하다('재미있는 정치인'을 묻는 여론조사가 없을 정도로 정치 현실이 척박한 것은 사실이다). 정치인이 위트와 유머를 겸비하면 좋겠지만, '양념'이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5년 전에 비해 그가 달라진 점도 분명해 보인다. 2012년 7월 24일 문재인은 7명의 경선주자들과 함께 대선후보 예비경선 토론회를 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를 찾았다.

당시 기자의 눈에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스킨십이 좋았던 후보는 손학규였고, 가장 수줍음을 타는 후보가 문재인이었다. 5년이 지난 후 문재인은 회사 곳곳을 둘러보며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사진을 함께 찍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나야말로 가장 준비가 된 후보'라고 자기를 세일즈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직업 정치인으로 바뀌는 과정의 하나라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

"문재인에게 답답함 느낀다"는 동료 의원들

그에 대한 지적은 '다른 곳'에서 나온다. 인터뷰에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시간 없어서 접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손학규, 김두관, 안철수, 박영선, 박지원, 김종인, 박원순... 5년 남짓 정치활동 과정에서 문재인과 불화를 빚고 길을 달리한 정치인들이다. 손바닥도 맞부딪쳐서 소리가 나는 법이지만, 스스로 돌아볼 측면은 없을까?"

문재인이 '친문 패권주의'에 대해 "제가 당대표하면서 패권을 휘둘렀습니까? 오히려 너무 흔들려서 딱하게 보지 않았냐"고 답하는 것을 보고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친문 패권주의가 악의적인 프레임"이라는 그의 주장에 상당부분 동의하는 편이다. 다만, 그와 일하거나 대화해 본 많은 정치인들이 "문재인에게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것은 문재인도 한 번쯤 곱씹어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문재인과 정치적 이해 관계가 다른, 이른바 '비문재인 의원들'만은 아니기에 첨언한다.


태그:#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친문패권주의, #준비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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