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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저희 정부는 솔직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핵(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에서 대통령이 했던 대사다. 원전 사고가 왜 재앙인지,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정부와 국민이 할 일을 정리해 놓은 책이 나왔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겸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이 <판도라, 핵 발전의 몰락>을 펴냈다. '탈핵 강연'을 해오고 있는 박 대표가 85쪽에 걸쳐 정리한 '탈핵 안내서'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가 책 <판도라, 핵발전의 몰락>을 펴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가 책 <판도라, 핵발전의 몰락>을 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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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원전 밀집도가 높다며 걱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벌써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1기는 가동 승인을 기다리며, 4기는 건설 중에 있다"며 "원전 주변에 수백만의 주민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이 밀집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판도라 영화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나라는 끝장"이라며 "영화에서는 재앙이 발생하여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를 보호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현실에서 재앙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각종 질병에 오염된 국토, 오염된 음식물로 야기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책에는 '핵발전소란 무엇인가'부터 '우리나라 핵발전소 현황', '방사능의 무서운 이야기', '히바쿠샤'(피폭자), '핵발전소 사고 사례', '핵발전소는 안전한가', '핵발전은 정말 싼가', '방사능 식품'에다 '대안은 무엇인가'와 '재생에너지'까지 대안을 제시해 놓았다.

박 대표는 "인간이 만든 가장 나쁜 것이 바로 핵발전소다"며 "핵발전소라는 것은 핵폭탄의 다른 이름이다. 한꺼번에 핵을 분열시키면 핵폭탄, 조금씩 폭발시키면 핵발전소가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석탄의 1/300만 양으로 같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참으로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방사능이라는 물질을 배출하여 생명을 해친다는 데 있다. 이 방사능이라는 물질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으며 몸에 쐬어도 통증조차 없다. 그래서 소리 없는 죽음의 빛이라고 한다."

방사능의 무서운 이야기

핵발전은 사양산업이라는 것. 박 대표는 "영국, 미국, 옛 소련, 일본까지 대형사고를 당하면서 핵발전의 안전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안전비용의 증가로 경제성까지 없음이 확인되자 유럽 등 선진국들은 핵발전을 포기하고 있다"며 "그래서 핵발전산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핵발전소 운영회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고 했다.

우리나라 원전은 고리 7기, 월성(경주) 6기, 울진 6기, 영광 6기가 가동 중이고, 울진에 신한울 3,4호기가 건설 중이며, 신고리 4호기는 곧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이미 승인을 마친 상태이고, 영덕에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방사능의 무서운 이야기는 많다. 서울 공릉동에 있었던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이 실수로 방사선 차단막을 내리지 않고 근무하다 며칠만에 사망한 이야기도 있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방사능에 피폭된 이야기도 있다. 박 대표는 "참 황당하기만 하다"며 "얼마나 우리가 방사능에 무지한가를 보여준다"고 했다.

피폭자를 일본말로 '히바쿠샤'라 하는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와 후쿠시마 사고 뒤 수백만 명의 히바쿠샤가 생겼다. 히바쿠샤는 결혼을 기피하고,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으며 암발병률이 높다. 박 대표는 "일본에서 수백만의 히바쿠샤가 숨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책에는 미국 스리마일(1979년 3월 28일), 소련 체르노빌(1986년 4월 26일), 일본 후쿠시마(2011년 3월 11일) 원전사고가 소개되어 있다. 후쿠시마 사례에서 박 대표는 "애완동물을 두고 대피해야 했고, 아이들이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아졌으며, 야쿠자가 노숙자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 뒤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독일이 원전 포기를 선택했고, 프랑스는 핵발전 비중을 79%에서 50%로 줄였다.

박 대표는 "우리 정부는 항상 우리 원전이 일본과 달라서 안전하다고, 수백명의 기술자들이 매달려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일본정부 역시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9.0 대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똑 같은 주장을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고리1호기 지금이 위험'하고, '월성 1호기는 부실 백화점'이라 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그는 '주민의견 수렴 절차 미반영'과 '다수호기 위험성 무시', '인구 밀집지역 건설 제한규정 위반', '활성단층 위에 건설' 등을 언급했다.

"전기 40% 절약하면 핵발전소 없앨 수 있어"

"핵발전은 싼가?"라는 질문을 던진 박 대표는 "원전 발전단가에는 사고시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다. 사고 피해금액이 천문학적이라 보험회사가 감당할 수 없다"며 "보통 금액이 클 경우 여러 보험회사가 공동 부담하거나 재보험을 들어 위험을 분산시킨다. 그러나 원전사고는 그렇게도 할 수 없을 만큼 피해금액이 크다"고 했다.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전기 절약이다. 박종권 대표는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독일의 3배다. 독일이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인데 전기를 더 적게 쓴다"며 "독일 수준으로 전기를 절약하면 우리는 40% 전기를 절약할 수 있고, 그러면 핵발전소를 모두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전기요금을 내려서까지 전기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2030년이 되면 독일보다 2배를 쓰겠다는 것"이라며 "전기 소비가 늘면 발전소를 더 지어 대기업은 돈을 벌어서 좋고 한국전력공사나 발전회사들은 전기 많이 팔아 돈 벌고, 그러나 환경은 더 나빠지고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관료들이다"고 했다.

또 그는 '가스 발전업자가 가동이 줄어 부도 날 지경'이고, '독일은 집안에서 내복과 스웨터 입고' 지내며, '호주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소비 15%를 줄였다'고 했다.

박 대표는 '원전 없애면 한 달 전기요금 8000원 오른다'고, '우리나라 건축물 에너지 소비가 독일의 6배'이며, '낭비 많은 우리나라는 절약할 여지가 아주 많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를 제시했다. 박 대표는 '태양광 발전만으로 닷새동안 비행'할 수 있으며, '영국은 태양광 발전이 석탄발전량을 앞질렀다'고, '풍력발전은 이미 석탄보다 싸다'고, '조선업을 풍력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세계적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전 사업장 전력소비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권 대표는 "핵발전소는 이미 사양 산업이 되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비용이 너무 비싸다. 독일에서는 핵발전소의 사고 보험료를 계산하니 kwh당 1불이 나왔다. 천원이다"며 "현재 우리나라 핵발전소 단가는 kwh당 63원이라 한다. 독일식으로 보험료를 계산하면 1063원이 된다. 가스 발전보다도 8배가 비싸다. 도저히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 했다.

'방사능 식품'은 어떤 게 있을까. 박 대표는 '일본산 수산물이 1년에 4만톤 수입'하고, '일본 맥주 수입국은 한국이 1위'이며, '염장 꽁치는 일본산 수입 100%'라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핵발전소, 지금은 값싸게 전기를 제공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태그:#박종권, #탈핵,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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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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