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와대 경찰 고위간부가 작성한 업무노트. 그 속에는 인사청탁의 정황과 경찰 공무원시험 개입 정황마저 나온다. 전산조작을 했을 가능성마저 불거지고 있다. 전경찰 간부출신인 표창원 의원은 사실일 경우 사상초유의 인사범죄라고 규정했다.

전 청와대 경찰 고위간부가 작성한 업무노트. 그 속에는 인사청탁의 정황과 경찰 공무원시험 개입 정황마저 나온다. 전산조작을 했을 가능성마저 불거지고 있다. 전경찰 간부출신인 표창원 의원은 사실일 경우 사상초유의 인사범죄라고 규정했다. ⓒ SBS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를 보고 나니 화가 나는 것을 넘어 허탈함마저 느껴졌다. 우리가 믿었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믿었던 입시와 학사 관리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부정 등으로 여지없이 비리로 얼룩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국민의 공복을 뽑는 공무원 시험인 경찰시험마저 그 공정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가능성마저 불거지고 있다. 7일 <그알> '엘리트의 민낯-우병우 전 수석과 청와대 비밀 노트'편 후반부에 나온 전 청와대 경호실 고위간부의 노트가 이러한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우병우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던 그때, 청와대 경호실 고위간부와 같이 근무했던 제보자가 고위간부가 사용했던 업무 노트를 촬영했다. 촬영된 11장의 노트에는 경찰조직의 인사와 관련된 이름과 단어가 나왔고, 심지어는 국정농단의 주범 중 한 명인 최순실의 이름까지 명기되어 있었다.

 노트에는 인사청탁의 내용이 나온다. 또, 국정농단의 주범중 한명인 최순실의 이름이 버젓이 명기되어 있다. 최순실은 정권초기 원리원칙대로 검문을 했던 것을 문제삼아 당시 청와대 경호책임자를 경질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노트에는 인사청탁의 내용이 나온다. 또, 국정농단의 주범중 한명인 최순실의 이름이 버젓이 명기되어 있다. 최순실은 정권초기 원리원칙대로 검문을 했던 것을 문제삼아 당시 청와대 경호책임자를 경질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 SBS


노트에 나오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비선 실세를 모른다는 게이트 연루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청와대 내부에서 비선 실세의 존재를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만한 정황들이 나왔다. 노트에는 경찰의 정기인사와 특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 문구들이 등장한다. <그알>이 노트에 적힌 대로 인사가 이루어졌는지 검색하자, 노트 속 청탁의 인물 인사와 실제 근무지가 상당수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러한 인사는 서울, 충남, 제주 등 전국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정말 충격적이다.

노트의 주인은 청와대 경호실 고위간부로,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대상인 동시에 민정수석실의 사정과 감찰을 받는 3급 이상의 고위직이었다. <그알>은 노트에 나온 대로 청와대 내 인사 농단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트의 주인인 현직 경찰 고위간부를 직접 만났다.

 전 청와대 경찰 고위간부(현 경찰 고위 간부)가 작성한 업무노트에는 인사청탁을 한 고위관리들(현직 국회의원 포함)의 명단이 나온다. 경찰 인사농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 청와대 경찰 고위간부(현 경찰 고위 간부)가 작성한 업무노트에는 인사청탁을 한 고위관리들(현직 국회의원 포함)의 명단이 나온다. 경찰 인사농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SBS


고위간부는 자신이 노트 주인임을 실토했다. 그러면서 "추천을 받은 좋은 인재들을 참고로 적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알> 취재팀은 고위간부를 향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청탁"이라고 지적했다.

고위간부에게 추천한 사람 중에는 경찰 고위직, 경호실 관계자 심지어 현역 국회의원까지 있었다. 더 심각한 내용은 청와대를 경호하는 '101경비단'과 대통령을 경호하는 '22 경찰경호대'에 관한 메모였다. <그알>은 '22 경찰경호대' 출신이 일반 경찰보다 특진에서 100배나 유리한 것을 자료를 통해 확인한다. 승진인사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101경비단과 22 경호대에 고위인사가 누군가를 추천했다는 것이 노트를 통해 확인된다. 노트에 적힌 101경비단과 22 경호대 관련, 추천받은 8명 중 실제 인사와 6명이나 일치했다.

 노트에 적힌 8명의 인사 승진 명단 중 6명이 실제 인사가 되었음이 드러난다. 특히 22경찰경호대는 승진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노트에 적힌 8명의 인사 승진 명단 중 6명이 실제 인사가 되었음이 드러난다. 특히 22경찰경호대는 승진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 SBS


노트를 작성한 청와대 고위간부는 우병우의 아들에게 꽃보직을 보장했다는 서울지방경찰청 고위간부의 후임으로 영전한다. 또, 그는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이틀 전 야당의 반대를 무릎 쓰고 단행한 경찰 고위직 인사 때도 다시 한번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서울경찰청측은 우병우의 아들이 코너링이 좋아 운전병으로 뽑았다는 정말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우병우 아들 꽃보직 의혹이 더 짙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서울경찰청측은 우병우의 아들이 코너링이 좋아 운전병으로 뽑았다는 정말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우병우 아들 꽃보직 의혹이 더 짙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SBS


노트에는 전산조작까지 의심할 만한 의미심장한 숫자들까지 적혀 있었다. 경호실 업무와는 관련 없는 경찰공채 관련 수험번호부터 면접이나 체력시험 등 시험일정을 파악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심지어 공채시험의 점수조작까지 의심되는 내용도 발견된다. 또한, 노트에는 일부 의경의 선발과 배치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의심이 드는 내용도 나온다.

방송이 나가자 경시모(경찰공무원 시험생들의 모임) 등 공무원 준비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분노를 쏟아냈다. 해당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공채까지 건드린 줄은 몰랐다"며 "돈 있고 빽있으면 다 되는 세상"이라며 "시험준비를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한탄마저 나왔다. <그알> 방송에 나온 해당 노트를 작성한 경찰 고위간부를 찾기 위해 누리꾼들이 자체수사에 나섰고, 해당 간부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찾기까지 했다.

 7일 <그알>이 방송되고 올라온 경시모의 글들.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점수조작 의혹의 글도 올라왔다.

7일 <그알>이 방송되고 올라온 경시모의 글들.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점수조작 의혹의 글도 올라왔다. ⓒ 경시모


 7일 <그알> 청와대 비밀노트편이 방송되자 네티즌 수사대는 해당 노트를 작성한 경찰 고위간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트의 주인이 경찰청 소속의 박아무개 국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7일 <그알> 청와대 비밀노트편이 방송되자 네티즌 수사대는 해당 노트를 작성한 경찰 고위간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트의 주인이 경찰청 소속의 박아무개 국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 SBS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드러나는 현실에서, 경찰의 인사 농단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공정성이 높다는 믿음이 높았던 경찰공무원 시험마저도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과연 경찰공무원 시험만 조작이 있었는지 아니면 광범위하게 공무원 시험 전체에 걸쳐 조작이 있었는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경찰도, 검찰도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특검이지만, 특검의 수사는 현재도 버거울 정도로 그 범위가 광대하다. 특검의 수사가 있어야겠지만 여력이 별로 없으면, 국회는 이에 대해 별도의 특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rkeldj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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