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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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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인하시키기 위한 선거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인 우상호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선거연령을 18세로 인하하겠다"라면서 "18세 인하를 반대하는 정당은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소식을 듣고, 잠시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선은 기뻤다.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요구를 외면해오던 정치권이, 국민의 외침이 일군 '광장 민주주의'만큼은 직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었으니까. 애석하게도 완전한 기쁨은 아니었다. 단순히 '선거연령'이 인하될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지속된 기쁨을 누리기에는, 아직도 얻지 못한 권리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투표권은 주권자인 나를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대리자'를 택할 권리다. 입법부를 구성하고, 행정부의 수장을 뽑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다. 지역구 내지는 전국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잘 해보겠다'며 나선 후보자들 중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또는 노선과 가장 부합하는 이를 고르는 것이다. 간접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적극적 권리로서, 민주정치의 성패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권리다. 하지만 '유권자임에도 선거에 출마할 권리를 갖지 못한 자들' 또한 있으니, 바로 만 25세 이하 유권자들이다.

그렇다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의 피선거권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지난해 4월 13일 총선 당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3일 총선 당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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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피선거권 제한 연령은 '만 25세'다. 국내에서 피선거권 규정이 처음으로 명시된 것은 5·10총선을 위해 제정된 '미군정법령 제175호'다. 법령에 의하면, 국회의원의 경우 친일 부역 등 결격요건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선거일 기준 만 25세 이상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1950년 4월, <국회의원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선거일 현재 만 25세 이상인 자'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것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피선거권 관련 법령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가 구습적인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헌법재판소는 피선거권 연령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아래의 이유를 들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 교육과정 등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선출직공무원에 대한 납세 및 병역의무 이행 기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 등을 고려하면 피선거권 행사연령을 만 2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합리적이며, 입법형성권 한계 내에 있어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을 위한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8.5미터 대형 ‘희망촛불’ 점등식과 함께 세월호참사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304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을 위한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8.5미터 대형 ‘희망촛불’ 점등식과 함께 세월호참사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304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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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란 무엇인가. 만 25세가 넘었다고 해서 그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확언할 수 있나. 폭언과 비하로 얼룩진 회의장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우리로서는 '그렇다'고 쉽게 답할 수 없다. 다른 국가의 입법례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국가가 선거권과 같이 피선거권 제한 연령을 설정하고 있다. 대한민국보다 선거권 연령이 높은 국가는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피선거권 연령은 낮춰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

뿐만 아니라 만 18세 청소년은 노동에 따른 납세의 의무를 지며, 법률혼 역시 가능하다. 주민등록 또한 돼 있으며, 남성의 경우 병역의 의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과연 이들이 '만 25세' 이상 국민에 비해 의무와 권리 면에 있어 '부족'하다 할 수 있나.

청소년 참정권을 실현시키는 데 있어 지금만한 적기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선거권 연령 인하만이 아니라, 피선거권을 포함한 청소년 참정권 전반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와 행동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공무담임권'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권리로서 행사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선거절차를 구체적으로 형성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연령이라는 비청소년 기준의 자의적 요건을 넘어, 청소년 역시 정치적 주체로서, 유권자의 지지를 토대로 의사당에 입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외친다. 청소년애게 '의사당을' 허하라.


태그:#청소년 참정권, #청소년 투표권, #청소년, #투표권, #피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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