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그룹 측이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실소유주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를 지원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를 내린 구체적 정황이 포착된 것. 이 지시를 내린 날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한 날이었다.

특검팀은 또 삼성 합병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해 29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문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 시절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핵심은, 박 대통령 지시로 국민연금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했으며, 그 대신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 모녀에게 수백억 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검이 이날 문 전 장관의 자백을 끌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박 대통령의 지시를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까지 밝혀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이 뇌물죄의 공범이 된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번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물론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 뇌물 의혹 겨냥... 삼성 '이재용 겨냥' 본격 수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본인 승계 문제를 위해 사용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본인 승계 문제를 위해 사용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특검팀에 따르면, 안종범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를 한 지난해 7월 25일 자신의 업무 수첩에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특검팀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지원을 지시했다'는 문형표 전 장관의 자백을 끌어낸 데 이어,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영재센터를 도우라는 지시를 내린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혀낸 것이다. 청와대, 최순실, 삼성그룹, 보건복지부, 연금공단 등을 잇는 뇌물수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전체적인 비리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서 삼성그룹 수뇌부도 특검팀의 조사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검팀은 29일 오후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의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는 데 김재열 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최순실씨의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을 지원한 것도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의 뇌물제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적힌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근거로,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에 대한 대가성 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삼성그룹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해 7월 17일 주주총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찬성에 힘입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숙원 사업이던 두 회사의 합병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했다. 따라서 특검팀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이 손해를 무릅쓰고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찬성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다.

특히 특검팀은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을 위해 청와대와 삼성그룹 수뇌부 간에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 등 '직거래' 정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7일 안 전 수석을 처음 소환했을 때도 그의 업무수첩 사본 자료를 제시하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영재센터 지원 지시를 실제로 받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재열 사장에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줄소환과 그룹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검팀의 모든 수사력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뇌물·삼성·김기춘·세월호7시간·블랙리스트... 박 대통령 압박하는 특검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진행중인 박영수 특검이 29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박영수 특검 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진행중인 박영수 특검이 29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30일로 공식 수사 개시 열흘째를 맞는 특검팀은 수사 속도도 속도지만, 수사망도 상당히 촘촘하게 형성하고 있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정부 산하 기관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 자택까지 압수수색하고, 새벽에 전직 장관을 체포해 조사하는 등 빠르고 치밀하게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선 특검팀은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모철민(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주프랑스 한국대사를 소환해 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조사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또한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아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이들 의료진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도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했던 조여옥 대위를 출국금지하고 29일 재소환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 대위는 세월호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태반·백옥·감초 주사를 처방한 적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씨의 입학·학사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연구실과 관련 교수 주거지, 대한승마협회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특검은 독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지명수배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하는 등 귀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씨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 압박은 국정 농단 사건에서 박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태그:#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제3자 뇌물죄, #최순실 게이트, #김기춘
댓글2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