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선발 투수 4인방의 계약 소식이 이어졌지만, kt는 이들 중 어느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다. (사진 편집: 케이비리포트)

'대어급' 선발 투수 4인방의 계약 소식이 이어졌지만, kt는 이들 중 어느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다. (사진 편집: 케이비리포트) ⓒ KIA 타이거즈/SK 와이번스/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잔류를 선언한 뒤 구단과 긴 협상을 이어가던 양현종이 결국 KIA와 재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1년 22억 5000만원(계약금 7억 5000만원/연봉 15억원). 김광현(SK 재계약, 4년 85억원), 우규민(삼성 이적, 4년 65억원), 차우찬(LG 이적, 4년 95억원)에 이어 양현종까지 계약을 완료하면서, FA 시장에 나온 선발 투수들은 전원 계약이 마무리됐다.

이번 FA 시장에는 유독 뛰어난 선발 투수들이 많았다. '좌완 트로이카'의 일원으로 불리는 양현종과 김광현부터 선발 투수로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좌완 차우찬, 꾸준하게 제 몫을 해낸 우규민까지 어느 팀이라도 군침을 흘릴만한 '대어급' 선발 투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리그에서 가장 선발 투수가 급한 팀으로 꼽히는 kt 위즈는 우규민 정도를 빼면 이들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일 김준교 전임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의 여파로 보이지만 다른 팀들이 마지막 남은 대어급 선발 FA인 양현종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을 때, kt는 '황재균에 집중하겠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물론 황재균은 뛰어난 타자다. 지난 시즌 타율 0.290에 26홈런 97타점으로 거포의 가능성을 드러냈고, 올 시즌에는 타율 0.335에 27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완성형 타자로 성장했다. 2012시즌부터 4년 연속 전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금강불괴'의 면모를 보인 바 있기에 부상 등 혹시 모를 위험성도 적은 편. 당연히 어느 팀이라도 탐낼 법한 타자다.

또한 kt가 새롭게 영입한 김진욱 감독 역시 구단에 '거포 3루수를 잡아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김진욱 감독이 취임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요청했던 부분이기에, kt로서는 황재균의 영입에 힘을 쏟는 것이 당연하다.

 2016시즌 kt 위즈 토종 선발투수들의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시즌 kt 위즈 토종 선발투수들의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kt가 이번 FA 시장의 선발 투수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내비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kt의 타선은 약한 편이지만, 적어도 중심을 잡아줄 만한 타자들이 존재한다.

2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낸 2루수 박경수가 버티고 있으며, 잦은 부상 속에서도 14홈런 64타점을 기록한 유한준과 10홈런 72타점을 기록한 이진영도 존재한다. 새롭게 데려온 외국인타자 조니 모넬 역시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해줄 만한 선수다.

반면 선발진에는 마땅한 구심축이 없다. kt는 지난 2년 간 토종 선발 투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지만, 이들 중 누구도 팀 선발진을 이끌어줄만한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정대현, 엄상백, 정성곤 등은 극심한 기복으로 다른 팀이라면 '5선발 후보' 정도의 성적에 그쳤다. 그나마 올시즌에는 주권이 한 차례 무사사구 완봉승을 해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 역시 팀의 구심축으로 내세우기에는 개선할 부분이 많다.

 2015-2016시즌 kt 위즈 외국인 투수들의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5-2016시즌 kt 위즈 외국인 투수들의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결국 kt에서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선수는 외국인 투수 뿐이라는 이야기인데, 최근 2년간 kt 외국인 투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역시 그리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해커, 찰리, 스튜어트 등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을 연이어 영입했던 NC와는 달리, kt는 2년 내내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해왔다. 외국인 투수들을 믿고 FA 선발 투수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내년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들 중에는 올해와 같은 '대어급' 선발 투수가 없다. 선발로 활용 가능한 자원은 안영명과 김진우 정도뿐. FA를 통해 팀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선발 투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올해 뿐이었다.

kt가 정말 강팀으로 자리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올해 FA 선발 투수들에게 적극적 접근했어야 했다. 협상 끝에 계약에 실패했다면 몰라도, 제대로 된 협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현재 kt가 노리고 있는 황재균은 국내 잔류보다는 MLB 진출에 뜻을 두고 있다. 황재균이 MLB에 진출한다면, 선발 투수 영입을 뒤로 하고 황재균 영입에 '올인'을 선언한 kt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처지다. kt는 2년 연속 최하위를 하고도 외국인 선수 가용 인원만 줄어든 채 2017시즌을 맞게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위기에 봉착했다.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 히어로즈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신으로 평가받는 조태룡 강원 FC 대표.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 히어로즈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신으로 평가받는 조태룡 강원 FC 대표. ⓒ 강원 FC


최근 K리그 클래식 승격 직후 '폭풍 영입'을 이어가며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강원 FC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과거 넥센 히어로즈의 단장을 역임했던 조태룡 대표.

그는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도민 구단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팀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가 주장한 다음 시즌 강원 FC의 목표는 '잔류'가 아닌 'ACL(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다.

하지만 kt 위즈는 어떤가. 과연 kt가 그들의 다음 시즌 목표를 '포스트시즌 진출'이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을까? 창단 후 구단 사장이 세 번이나 바뀌고 그들이 교체될 때마다 모든 것이 멈춰서서 현재 구조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승격 직후 야심을 불태우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선수단의 의지와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는 강원 FC, 그리고 창단 이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뚜렷한 투자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 kt 위즈. 양 팀의 다음 시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과정'에 있어서는 kt의 완패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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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계민호 기자 / 감수 및 정리: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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