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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문화원 3층 특별전시관에서 12월 9일-15일까지 '엄마 미안해' 글과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은 사람들, 엄마에게 미안한 사람들, 엄마의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한 번쯤 관람하면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청양문화원 3층 특별전시관에서 12월 9일-15일까지 '엄마 미안해' 글과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은 사람들, 엄마에게 미안한 사람들, 엄마의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한 번쯤 관람하면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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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에 세상을 떠난 엄마가 그립다.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계실 때 이 말을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엄마, 사랑합니다"는 말을 하니 눈을 감고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그래,  나도 니 사랑한데이." 그러시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이 글을 적으면서 그 때의 순간을 회상하니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건강을 되찾고 오래 오래 사셔야 된다고 그랬는데,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셨으니... '인명은 재천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가 보다.

착하고 정이 많았던 어머니는 지금 세상에 생존해 계시지 않는다. 살아 계실 때 어머니 모시고 외식을 자주 하지 못했던 것,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한 것 등 후회스러운 일들이 계속 떠올라 가슴이 슬프다.

지난 11일 볼 일이 있어 충남 청양군에 갔다가 '엄마 미안해-글과 사진전' 포스터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바로 발걸음을 청양문화원으로 돌렸다.   

나를 키워주시고 사랑해 주시던 어머니는 자연으로, 흙으로 돌아가신다.
▲ 어머니의 육신 나를 키워주시고 사랑해 주시던 어머니는 자연으로, 흙으로 돌아가신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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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소복과 최일화 시인의 '육신'을 보는 순간 발걸음은 얼어 붙었고, 눈은 고정되었고, 마음은 흙속에 묻힌 어머니를 떠올렸다.

최근 어머니를 떠나 보낸 자식이 읽기엔, 속이 너무 아프고 아리다. 어머니의 따뜻하던 손, 웃는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육신이 썩어 흙이 되고, 바람이 되고, 물이 될 것을 생각하니 가슴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육신 - 최일화

어머니의 육신은
이제 다 썩었을 거야

내가 먹고 자란 어머니의 젓
그 젓무덤도
이제 다 썩어서 흙이 되었을 거야

사시사철 밥상 차려주던 어머니의 손
이제 다 썩어서
아무런 흔적도 없을 거야

어머니의 육신은
이제 다 썩어서
바람이 되고 물이 되었을 거야
저 강산 저 들판햇살이 되었을 거야

어머니 살아계실 적에 잘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 미안하고, 후회스럽고, 죄스럽다. 있을 때 잘해드려야 되는데...
▲ 엄마 미안해 어머니 살아계실 적에 잘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 미안하고, 후회스럽고, 죄스럽다. 있을 때 잘해드려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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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생각하면 언제나 미안함이 가득하다.
▲ 엄마 속썩여서 미안해 엄마를 생각하면 언제나 미안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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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미안함 투성이다. 하고 싶은 일 한다고 밖으로만 돌아다니고,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다. 또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따뜻한 위로의 말도 자주 하지 못했고, 사랑한다는 말도 평소에 하지 못했고, 용돈 자주 드리지 못했고, 어머니 손을 잡고 자주 산책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들이 많이 후회스럽다.

엄마도 꿈이 있었을 텐데...
▲ 엄마의 꿈 엄마도 꿈이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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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꿈은 자식꽃으로 피어난다.
▲ 어머니의 꿈 어머니의 꿈은 자식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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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꿈이 있었다. 고향에서 마을사람들 불러 놓고 크게 잔치를 벌이고 싶어 하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하신 채 돌아가셨다. 엄마는 장구도 잘 치시고 노래도 아주 구수하게 잘 하셨다. 마을에서 놀이가 벌어지면 으레 동네 어르신들은 어머니에게 장구를 맡기셨고, 어머니는 신나는 장단과 구수한 노랫가락으로 마을분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였다. 아마 민요나 판소리를 제대로 배웠으면 한가락 하셨을 것이다.  

오늘은 왠지 어머니가 해주시는 정다운 밥이 그립습니다.
▲ 엄마밥 오늘은 왠지 어머니가 해주시는 정다운 밥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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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은 다 맛있었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라면이 너무 맛있어 "엄마가 해주는 라면맛이 최고에요"라고 하면 어머니도 기분이 좋아 활짝 웃으시곤 하셨다. 살짝 데친 생김치 맛이 아주 일품이었고, 김치와 라면, 밥을 섞어 끓여 주신 '국시기'도 최고였다. 고등어 조림은 맛이 좋아 삼촌들이 집에 오시면 자주 찾는 단골메뉴였다. 오늘따라 어머니 손맛이 많이 그립다.

어머니는 힘들 때도 기분이 좋으실 때도 항상 자식을 챙기고 사랑하셨다.
▲ 엄마의 사랑 어머니는 힘들 때도 기분이 좋으실 때도 항상 자식을 챙기고 사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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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아버지께서 돈을 좀 벌었지만, 장남이라 부양할 가족들이 많았고 그런 상황 때문에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싸주시는 도시락 반찬은 거의 김치 위주였다. 매일 비슷한 반찬이니 나도 이게 싫었다. 그래서 점심 때 도시락 뚜껑과 젓가락을 들고 교실을 한바퀴 돌면서 친구들 반찬을 조금씩 얻어 먹기도 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도 나에게 좋은 반찬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고, 많이 한스러웠다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가 늙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가실 줄 알았다.
▲ 엄마도 늙는다 나는 어머니가 늙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가실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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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 엄마도 아프다 엄마는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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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고 언제나 정정하게 사실 것 같던 어머니도 나이가 드니 얼굴에 주름이 한가득이었다.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비 오기 전에는 신경통으로 고생하셨다. 매일 먹어야 되는 약이 손바닥에 한가득이었다. 병원 가자고 그러면 괜찮다고 다음에 가자고 그러셨다. 아파도 참고 견디는 게 습관이 되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안타까워 병원 가지 않는다고 가끔 화를 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께 많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전시실은 총 6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 전시실 모습 전시실은 총 6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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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은 엄마..그리고 소녀, 2막은 엄마.. 우리 엄마 , 3막은 엄마..미안해
▲ 전시실 모습 1막은 엄마..그리고 소녀, 2막은 엄마.. 우리 엄마 , 3막은 엄마..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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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엄마는 괜찮아.., 5막은 영상실, 6막은 엄마에게 드리는 편지작성
▲ 전시실 내부 4막 엄마는 괜찮아.., 5막은 영상실, 6막은 엄마에게 드리는 편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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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멀리 계시는 어머니가 그리워 질 때, 평소에 어머니께 잘 해 드리지 못한 것들이 많아 미안해 질 때, 병석에 누워 계시는 엄마가 안타까울 때, 자식들이 애를 먹일 때, 그냥 어머니를 불러 보고 싶을 때, 전시관을 찾아보자. 어머니의 존재가 뭔지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충남포토협회 청양회원인 정철호씨는 평생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6년 전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나신 이후 정철호씨는 어머니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였고,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으로 일본에 함께 여행을 갔다 왔다. 어릴 적에 농땡이 치고, 어머니를 애 먹이고, 어머니께 화를 내기도 했는데 그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이번 전시회를 보고 다들 어머니께 잘 하는 효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 전시기획자 정철호씨 충남포토협회 청양회원인 정철호씨는 평생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6년 전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나신 이후 정철호씨는 어머니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였고,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으로 일본에 함께 여행을 갔다 왔다. 어릴 적에 농땡이 치고, 어머니를 애 먹이고, 어머니께 화를 내기도 했는데 그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이번 전시회를 보고 다들 어머니께 잘 하는 효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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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전시관을 돌아보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고, 소품을 보고 어머니가 생각난다는 사람들도 있고, 시를 읽고 한없는 감상에 젖어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정철호씨는 태어나 지금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를 많이 속썩였는데, 살다 보니, 나이가 들어 보니 지난날 어머니께 잘 못한 일들이 많이 후회스럽다고 한다. 어머니께 참회하는 마음으로 '엄마 미안해-글과 사진전'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태그:#엄마 미안해, #충남포토클럽, #청양문화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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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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