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개봉 작품 중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식으로 수입된 영화 중에 홈 무비로는 손색없는 영화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세이프> 속의 아저씨와 소녀 제이슨 스타뎀과 캐서린 챈

<세이프> 속의 아저씨와 소녀 제이슨 스타뎀과 캐서린 챈 ⓒ (주)누리픽쳐스


<킬 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우리에겐 <리멤버 타이탄>으로 유명한 '보아즈 야킨'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세이프>는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액션 영화이다.

전직 경찰 출신 격투기 선수 '루크 라이트'(제이슨 스타뎀)는 러시아 마피아들에게 아내가 살해된 뒤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삶의 의욕을 잃은 채 1년간 노숙을 하며 폐인처럼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러시아 마피아들에게 쫓기는 한 동양 소녀 '메이'(캐서린 챈)를 목격하고 그들로부터 아이를 구하게 된다.

중국에서 온 12살 소녀 '메이'는 한번 본 모든 걸 기억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로 중국 삼합회에 붙들려 암호를 외워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메이가 3천만 달러가 든 금고의 암호를 알고 있었고, 삼합회와 러시아 마피아들은 메이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인다. 루크는 메이를 구하기 위해 폐인 생활을 청산하고 뉴욕의 갱단들과 일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 (주)누리픽쳐스


<세이프>는 장르노의 <레옹>에서 시작해 원빈의 <아저씨>, 덴젤 워싱턴의 <맨온 파이어>와 <더 이퀄라이저> 같은 아저씨+소녀 조합의 액션영화로 한국에 수입 당시 미국판 <아저씨>라는 평을 받았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한 남자가 아내를 잃고 폐인 같은 생활을 하다가 범죄조직의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는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악당들을 처치하는 맥락이 정말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세이프>는 앞서 나열한 영화들과 달리 주인공 '아저씨'의 행동에 감정 이입하기가 다소 어렵다. 기존 '아저씨+소녀' 조합의 영화들이 전반부에 아저씨와 소녀 간 유대감을 키우고 '대체 부녀 관계'를 형성하며, (<레옹>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상황을 마련해 둔다. 그렇지만 <세이프> 속 루크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내를 살해한 마피아 갱단에 충분히 복수할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을 벌주기 위한 차원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것부터 공감하기 어려운데, 정작 사랑하는 아내의 복수는 하지 않더니 우연히 마주친 소녀를 위해 목숨 걸고 갱단들에 맞서 싸운다는 설정에는 더욱 공감이 어려워진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초반 설정을 넘기면 속도감 있는 편집 속에서 제이슨 스타뎀의 현란하고 파괴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세이프>는 머리를 비우고 볼만한 킬링타임용 액션 무비로는 큰 무리가 없다.

영화는 제작비 3천만 달러가 투여되어 북미에서 2012년 4월에 개봉, $17,142,080를 벌어들였고, 전세계 $40,346,186(박스오피스모조)의 극장수입을 거두며 흥행에는 참패했다. 국내에는 원래 2012년 9월 27일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개봉하지 못했고,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와 DVD만 출시됐다. 나름 중국 삼합회와 중국계 소녀 '캐서린 챈'이 출연했지만, 중국에서도 개봉하질 못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아저씨 + 소녀'조합의 액션영화를 좋아하거나 제이슨 스타뎀의 팬이라면 추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이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