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결혼 하셨나요?""네, 아이도 키우고 있어요""그렇군요. 일단 면접 한번 보러 오세요."아르바이트 면접이 있었다. 먼저 전업주부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느슨한 외모를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눈썹부터 깔끔하게 다듬었다. 산뜻한 색으로 머리 염색도 했다. 파마를 할 시간까진 없어서 머리는 예쁘게 묶고 가기로 했다. 면접 결과는 통과. 바로 '내일'부터 일하기로 했다.
내가 주말 동안 일하게 된 곳은 동네의 작은 북카페다. 나는 그리도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다. 아이를 낳기 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하하호호 웃던 곳, 가끔은 혼자 가서 책 펴놓고 끄적끄적 공부하던 곳, 문득 귀에 꽂힌 배경음악에 가만히 감동하던 곳, 바로 그 카페가 그리웠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를 데리고는 마음 놓고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주말에만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기로 하고 용돈 벌이도 할 겸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북카페 일은 생각보다는 지루하다. 손님은 언제 들어오는지, 퇴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시계만 보고 있다. 가끔 사장님이 벌컥 들어오거나 엄청난 수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위기의 순간만 빼고 말이다. 지루한 듯 바쁘게 움직이는 이 리듬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낯설어서 더 짜릿하다. 물론 삶의 어떤 유익한 부분이나 재미있는 요소들이 꼭 바깥일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집안일과 고된 육아에 지쳐있던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룰루랄라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남편이 쓰러져 있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에 온종일 아이 밥 해주고 밥 치우고, 빨래 널고 빨래 개는 하루. 그 와중에 쏟아지는 사소한 고민들까지, 그의 콜록콜록거리는 기침소리에 다 들어있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뭉클한 마음으로 아이를 쳐다봤다. 눈이 더 땡글땡글해졌다. 눈을 땡글땡글하게 뜨는 것은 아빠의 습관이다. 이 녀석, 그새 아빠를 더 닮아있다.
남편은 이번 주에도 내 아르바이트 간식 가방을 열심히 싸준다. 배곯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며 봉지에 바나나를 넣고 있다. 오늘은 당신의 육아도 더 수월하겠지? 한 사람이 지나치게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면 분노가 일기 마련이다. 집안일, 육아, 바깥일, 그리고 각자의 마음 건강까지, 우리는 서로서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