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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의 외침과 청와대

자그마치 100만 명이었다. 1만도 아니고 10만도 아니고 무려 100만. 지난 11월 12일 토요일 광화문, 시청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의 숫자는 옛날 <삼국지>에서만 보던 바로 그 100만이었다.

100만?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행정자치부 자료를 찾아본다. 그랬더니 2016년 1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시군 중 1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곳은 162개 시·군 중 서울(995만), 부산(350만), 인천(294만), 대구(248만), 대전(151만), 광주(147만), 수원(119만), 울산(117만), 창원(106만), 고양(103만) 10곳에 불과했다. 요컨대 고양시민 전체가 길거리에 나온 것이다.

경찰 추산은 26만 명이라고? 정부는 이를 통해 촛불집회 규모를 깎아내리려고 하지만, 그것 역시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26만 명은 162개 시군 중 42위인 경주 인구 25만 명보다도 많은 인파다. 제주도 전체 인구가 63만 명, 강원도 전체 인구가 154만 명이라고 하니 그 자리에 모인 인파가 얼마나 많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100만 명이 단 하나의 구호를 외쳤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6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을 들고 을지로, 종로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흐르는 분노의 촛불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6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을 들고 을지로, 종로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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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저 멀리 경남 산청 목욕탕에서 마주친 촌로마저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결코 자신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 최순실의 이야기만 듣는 대통령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내려가야지 않겠냐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국민들의 염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오로지 마이 웨이(My way)를 외치고 있다. 장대비가 내리니 잠시 피할 뿐, 이 또한 지나 갈 것이라는 '주술'을 스스로에게 걸으며 떨어져버린 지지율이 다시금 반등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늘 그래왔고, 그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야? 최근 김종필 전 총재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박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이 시위해도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최순실이 이야기하지 않는 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는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스스로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기에 현 상황을 변화시키는 그 어떤 대책도 대통령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 이 역시 쉽지 않다. 많은 국민들은 국회가 지금 당장이라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공화국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탄핵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새누리당 내 이탈표가 나와야 하며, 극우 보수에 가까운 헌재 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을 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정부는 얼마든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무슨일이든 할 것이고, 이는 언제든지 국민들의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하야도, 탄핵도 만만치 않은 답답한 정국.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 친박 위원들이 이제 다시 정국수습을 논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대놓고 자신의 사과를 뒤집어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감히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자기의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무엇을 해야 할까? 촛불시위가 대통령에게 더 이상 효과가 없으니 시위를 접고 가만히 뉴스나 보며 검찰의 수사 발표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촛불은 계속 켜져야 한다 

답답한 국민들. 그러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 촛불을 켜야 한다. 다만 그 촛불은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야 한다.

최근 12일 촛불집회 이후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야 조금 더 버티고 임기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다음 선거가 남아있으니 민심의 풍향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주 그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5%에 계속 머물고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음을 목도했다.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대통령에게는 유리할지 몰라도 자신들에게는 결코 득이 되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탄핵'이란 단어가 나올 수밖에.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불안해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몰아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촛불집회만으로 할 수 없다. 현재 '박근혜 게이트'로 드러나고 있는 모든 의혹들을 빠짐없이 그리고 악랄하게 추적해야 한다. 어쨌든 새누리당 전체가 박근혜 정부 탄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상 모든 부정부패는 반드시 그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나경원 권성동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전략포럼 주최로 열린 비상시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비상시국 토론 참석한 김무성-나경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나경원 권성동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전략포럼 주최로 열린 비상시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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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청와대와 뇌물을 주고받으며 재미를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재벌들에게도 해당된다. 예컨대 삼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최씨 일가를 통해 많은 이권을 챙겨왔었다. 국정원보다도 뛰어나다는 정보력으로 이미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국민들은 바로 이 사실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회사의 이미지 훼손과 그로 인한 소비자의 외면인 바, 우리는 촛불을 그들을 향해 들어야 한다. 불매운동을 하든, 온갖 풍자를 하든 우리의 시야 속에 그들이 가려지지 않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신화로 그려왔던 보수언론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작금의 사태는 차기 보수정권을 세우기 위해 박근혜의 2선 퇴진을 요구해왔던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인식하고, 현재 드러나고 있는 온갖 부정부패와 보수언론들의 끈들을 정조준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작태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눈감아 왔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직접적으로 끌어낼 수 없어도 새누리당, 재벌, 보수언론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누그러들지 않는다면 결국 탄핵은 야당이 아니라 그들이 앞장서서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사회의 적폐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적당한 선에서의 꼬리자르기이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 때까지 버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픈 곳을 찔러라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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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저마다의 할 일을 해야 한다. 최순실 없이는 현실파악이 불가능한 대통령이 100만 촛불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가 아파했던 곳을 좀 더 파고 들어가 스스로 하야를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짐작하건데 청와대가 가장 민감해 하는 사항은 결국 대통령과 사이비 종교를 포함한 최태민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그리고 프로포폴, 시술 등으로 이어지는 세월호 7시간이다. 청와대는 '잠이 보약'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굳이 '보약'을 '최고'로 수정하면서 과민한 반응을 보였고, 청와대에서 절대 굿을 하지 않았다며 의혹들을 서둘러 해명했다.

이는 결국 현재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지점을 찔려하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40년 동안 얽혀있던 최태민 목사의 소위 영세교와 통일교 등으로 이어지는 온갖 사실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세월호 7시간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된 사항은 끊임없이 공론의 장에서 의심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정보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무슨 큰 힘이 있겠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현재 사회에서 정보의 유통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국정원까지 동원해서 댓글을 달았던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입소문이 정권의 생명에 치명적임을 의미한다. 결국 국가운영의 동력은 신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쨌든 지금은 그 모든 유언비어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은가. 이는 세월호 7시간을 다루는 이번 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 늦어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혼란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한편으로 기회다. 대통령이 버티면 버틸수록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이 사회의 온갖 적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 시국은 비정상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지도 모른다. 다만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계속해서 작금의 사태를 주시해야 한다.

2014년 7월 18일 대한민국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의 적폐도 완전히 뿌리를 뽑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태그:#박근혜,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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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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