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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근혜 대통령(자료사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근혜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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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다시피, 지난 2004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는 '노무현 탄핵'에 앞장섰다. 지난 8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추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라며 사과했지만, 얼마나 많은 야당 지지자들이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그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에 나선다. 추 대표가 먼저 청와대에 회담을 제안했고, 14일 오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으며 내일 (회담을) 진행하기로 하고 시간을 조율 중이다"라고 화답했다.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것은 국민들이리라. 지난 12일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광화문과 서울시내 곳곳, 아니 전국 방방곡곡에 운집해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그 국민들 말이다. 전격적인 추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 제안을, 청와대가 "덥석" 물었다고 보면 맞다. 우려와 반대의 한탄들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보지 말고 국민을 보세요"

야3당 대표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국 수습책 논의를 위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야3당 대표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국 수습책 논의를 위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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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통령 퇴진' 수순의 해법이 복잡하고 쉽지 않다고 한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정치적 셈법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한다면 국민들이 호락호락 놔둘 상황이 아니다.

추미애 대표가 이러한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였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양자회담 소식이 전해진 14일 오전, 다수의 정치인, 정치평론가, 언론인들 역시 SNS와 성명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나섰다. 

"비행기 속에서 이륙 직전 봤습니다. 추미애-박근혜 회동 엉뚱합니다. 역풍 부를 겁니다. 즉각 취소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청와대를 보지 말고 국민을 보십시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민주당은 제1야당입니다. 지금이 일상적 시기라면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담,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께 최후통첩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때에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은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에 혼란만 줄 뿐입니다.

게다가 토요일 집회 이전까지 민주당의 공식 수습방안은 2선 후퇴-거국내각이었습니다. 권한은 줄이되 임기는 지켜주는 '대통령 동거 내각'안이었습니다. 이 방안은 백만 촛불에 타버려 재가 됐습니다. 이번 사태 과정에서 민주당은 오락가락 행보로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하야를 하야라고 부르지도 못하며 정국혼란을 부추겼습니다.

국민은 대통령 임기를 보장하는 어떤 수습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금 민주당의 수습책이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민주당에 수습권한 위임한 적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야권 균열 우려만 키우는 단독회담 반대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그런데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비상시국에 대한 야권 단일안 마련, 특검, 그리고 어쩌면 탄핵까지 야권공조가 절실한 때에 이렇게 다른 야당들 뒤통수 치면서 신의 저버리는 행동하는 것 아니다. 그래서 회담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이런 구태 정치는 추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제까지 눈치만 보다가 막바지가 되는 것 같으니까 숟가락 들고 제일 먼저 밥상으로 달려드는 모습,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아... 정말 정 떨어진다. 우리가 당신들 밥상 차려주려고 거리에서 촛불 들었던 것 아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추미애 대표가 갑자기 박통과 영수회담을 한다니 몇 년 전의 쓰린 기억이 나네요. 2009년 12월 말, 노동계가 그렇게도 반대하던 노동법 개정안을 한나라당과 손잡고 문 걸어 잠그고 통과시켰죠. 상임위원장이라는 게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 자리구나 문득 깨달았던. 지금까지 MBC노조는 그 법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습니다.

추 대표가 승부를 거는 것을 지금 국민이 원하나요? 야권과 공조해서 '질서 있는' 협상을 하시기 바랍니다. 추 대표 똥고집 다시 보고싶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더민주도 치명상을 입습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 영화 <자백> 감독)

"저울질말고 위대한 시민들과 함께 자기를 던져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2일 오후 청계천 무교동네거리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규탄 당원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고심하는 추미애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2일 오후 청계천 무교동네거리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규탄 당원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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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추미애 대표는 100만 촛불 민심을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하겠다고 했다. '민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걸 이리도 성급하게 더민주 홀로 전할 필요는 없다. 100만이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통'인 박 대통령이 추미애 대표의 말이라고 제대로 들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국민의 뜻을 받들겠단다. 추 대표가 14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이러하다.   

"100만 촛불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하겠습니다. 그동안 당내 많은 의원님들뿐만 아니라 어제 가진 긴급 중진연석회의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셔서 추진했습니다. 절대로 민심보다 권력이 앞설 수는 없습니다.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반면 대선주자이자 '박근혜 하야'를 가장 앞서서 외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1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가진 박원순 시장은 100만 촛불의 민심을 확인했다며 "무엇보다 지금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즉각적인 사임 이 뜻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이번 촛불집회에서 나온 구호 중의 하나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 대통령은 하야 이외에 어떤 행위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계속 열심히 하겠다는 동문서답을 지금하고 있는 거죠. 특히 정부가 오늘 도쿄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을 한다고 합니다. 정말 이것은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것입니다.

이건 박근혜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할머니들 뜻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합의를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강제징병, 징용 피해자나 독도 영유권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은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지금 한일군사보호협정이라는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힘을 실어주는 겁니다. 국민을 이렇게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이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절차를 중단해야 합니다."

동문서답도 모자라 잠적하기 일쑤다. 청와대 내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액션을 취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된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식물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퇴진과 하야 요구는 이제 국민적 염원으로 굳혀졌다. 심지어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통한 '탄핵'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박 시장에 이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그중 한 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비상시국회의에서 우리의 뜻을 모아 내린 결론이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과 대통령의 지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결정인 것 같아요.

(중략)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야당마저도 꺼내기 주저하는 탄핵이라는 말이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 엄중한 사안에 대해서 새누리당 구성원들이 얼마나 처참한 마음인지를 잘 알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200명을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이대로 가면 결국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당내에서 탄핵에 대한 목소리는 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거죠."

소설가 황석영은 지난 12일 광화문광장에서 직접 촛불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14일 <중앙일보>에  '100만 함성,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는 제목의 집회 참가기를 기고했다. 추미애 대표에게 이 글을 꼭 읽으라고 권해 드린다. 박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꼭. 국민들은 지금 '정치'보다 '민의'를 제대로 읽어낼 참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하는 것들, 내가 할까, 쟤가 할까, 눈치 보고 재고 저울질하고 폼 잡지 말고 저 거리의 위대한 시민들과 함께 자기를 던져라."


태그:#추미애, #박근혜, #영수회담, #탄핵,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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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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