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세균 국회의장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 박 대통령 배웅하는 정세균 의장 정세균 국회의장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지명을 철회할 뜻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국회에서 만나,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큰 책무라 생각해 이렇게 의장을 만나러 왔다"면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그를) 총리로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내부적으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데 어려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국회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불통' 개각 논란이 벌어진 지 엿새 만에 야권의 요구대로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야권에서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당장,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가 '동교동계'에서 새 총리 후보를 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직후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새 국무총리 후보를 '동교동계'에서 찾고 있다"고 폭로했다. (관련 기사 : 박지원 "대통령, 김병준 말고 '동교동계 새 총리' 찾아")

그는 이날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은 철회되는 것 같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저와 가까운 동교동계 한 인사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아, 제가 그 인사를 총리로 추천하면 여당도 제안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라고도 부연했다.

야당의 요구대로, 국회와 협의해 총리 후보자를 새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밀실에서 후보를 물색해 야합으로 총리를 지명하는 '꼼수'를 부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주장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이날 새 총리 후보를 물색해놓고 '국회의 추천'을 부탁하는 요식행위를 한 셈이다.

야당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 놓고도 '거짓말'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 로비에서 퇴진 촉구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정의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 로비에서 퇴진 촉구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정의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더욱이 청와대가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두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형국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국회 방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과의 면담이며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추후 성사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야당에도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전히 협조요청을 하고 있고 조율하는 중"이라고 밝힌 지 1시간 30분여 만의 일이다.

이 같은 혼선에 대해 '청와대의 헛발질' 탓이라는 평도 나온다. 당장, 박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이나 정기국회 시정연설 등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 정치적 이유로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후 내내 '불통' 논란에 휩싸였고 특히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렇게 허비돼서는 안 될 카드였다. 어떤 의제를 논의하게 되더라도 국회의장은 물론, 야당 대표들과도 함께 만나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꼬였다.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소식은 청와대가 아닌 야당을 통해서 먼저 알려졌다. 앞서 사전 조율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었다. 이에 대해 정연국 대변인은 "평소 상황과 달라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조심스럽지만 지켜봐 달라"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세균 의장 측의 설명은 달랐다. 국회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세균 의장은 당초 먼저 여야 영수회담을 하고 난 뒤에 세컨드(2차 면담)로 국회의장을 만나는 것이 어떠냐고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역제안"을 했지만, "청와대 쪽이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후 야당 대표들에게 양해를 미리 구한 뒤 면담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즉, 청와대는 영수회담보다 국회의장을 만나는 절차를 더 중요시했음에도 마치 야당 대표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권혁기 국회의장실 부대변인은 이후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어제 청와대에서 회동을 제안해올 때 여야 대표 등 야당 대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정 대변인이 오늘 야당도 조율 중에 있다고 했는데 의장실과는 얘기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 운운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했다.
▲ 추미애 대표, 대선주자들과 조찬회동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야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의장님만 만난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면담 불가 입장을 밝혔다. 또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과의 면담 여부를 조율 중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3부 요인으로 만나 뵙고 의장님을 통해 민심을 똑바로 청취하면 된다"라면서 "영수회담을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 일방통행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여의도 식당에서 민주당 대권주자 비상조찬 모임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소통을 통해 당신의 현재 태도를 바꿀 생각을 안 하고 일방적으로 와서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들을 만나겠다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대통령이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한다면 향후 일정에 대해 조건 없이 야당 지지자들께 향후 국정 일정 대해 상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태그:#박근혜, #정세균, #국회_방문, #최순실, #국무총리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