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이 엔딩까지 단 2회 남았다. 지난 석 달 우리를 울리고 웃기고 설레게 만들었던 이화신(조정석 분)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기자 이화신의 모습을 요모조모를 살펴봤다.

답변은 방송 3사, 종편, 보도전문채널 현직 기자 5인이 도와줬다. 요즘 같은 시국에 '드라마나 보고 있는 기자들'이라는 비난은 쏟아내지 말아 주시길. 바쁜 일정 탓에 <질투의 화신>을 본 이들이 하나도 없어 구구절절 줄거리와 상황을 설명해줬어야 했으니 말이다.

드라마는 끝나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만 같은 멋진 기자 이화신. 하지만 실제 방송기자들은 말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SBS <질투의 화신> 캡처. 조정석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조정석 분)은 SBC 10년차 기자로 7시 뉴스 앵커다. 방콕 특파원을 다녀와 메인 뉴스인 9시 뉴스 앵커에 도전했지만, 헬기 유턴건으로 탈락해 7시 뉴스 앵커가 됐다. ⓒ SBS


드라마 속 이화신은 10년 차 SBC 기자다. 방콕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9시 뉴스> 앵커 오디션에 도전한다. 가장 강력한 앵커 후보였지만, 돌고래 취재차 헬기를 타고 부산으로 떠나던 중, 표나리(공효진 분)의 면접 지각을 막기 위해, 헬기를 돌린다. 결과는 정직 처분. <9시 뉴스> 앵커 오디션에서 탈락했음은 물론이다.

6년 차 A: 10년 차에 특파원을 이미 다녀왔다고? 딱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특파원은 15년 차 이상 기자들이 간다. 메인 뉴스 앵커도 비슷한 연차 기자 중 선후배 따지고, 회사 기여도, 인지도, 진행능력 등을 따져 오디션을 한다. 보통은 회사에 온몸을 바친 사람들이 되지. 2006년 입사라면... 김영란법 없었을 때 어디 대기업 지원받아 연수 한 번 갔으려나? 경제부 가서 뺑뺑이 돌고 있든지, 사건팀이라면 시경캡이나 바이스 정도. (극 중 이화신은 회사에 '찍힌' 기자 역할이라고 설명하자) 찍혔으면 그냥 평기자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겠네. 찍힌 기자가 메인 앵커되는 건 '판타지'에 가깝다.

5년 차 B: 회사마다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 앵커 면접 때는 기수 범위나 연차 제한을 둔다. (*드라마에도 보도국장 오종환(권해효 분)이 앵커 오디션 기수 범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연차가 중요한 이유는, 앵커는 그저 기사를 읽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 뉴스는 블록화돼 있기 때문에, 앵커는 앞뒤 뉴스를 멘트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건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여러 출입처를 돌면서 각종 현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거다. 특히 메인 뉴스 앵커는 편집회의에도 참석하는데, 그건 편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 연차가 낮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화신의 헬기 유턴, 진짜 불가능한 건

 SBS <질투의 화신> 캡처

표나리(공효진 분)를 싣고 SBC 옥상에 착륙한 헬기. 사랑하는 여자의 면접 지각을 막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하는 남자를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느낀 이들도 많겠지만, 진짜 비현실적인 설정은 따로 있다. ⓒ SBS


부산으로 가던 헬기가 회사로 돌아온 건 얼마나 큰 잘못인걸까?

5년 차 C: 기장님이랑 친하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근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방송국으로 헬기 온 적은 한 번도 없다. 방송3사 모두 마찬가지. 보통 김포공항에서 이착륙하고, 서울 상공에 진입하려면 지역 전체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 맘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게 아니다.

이화신이 취재하러 갈 때, 오디오 카메라 등 취재팀원들이 커피도 미리 사놨다가 쥐여주는 등 이화신을 모시듯 데리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펜 기자와 사진기자 사이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풍경. 방송기자는 어떤지?

5년 차 D: 역시나 있을 수 없는 일. 커피는 오히려 취재기자가 사놔야 한다. 잘 찍어달라고 부탁하며 사드리는 맛난 점심이 그날 취재 영상의 퀄리티를 결정한다. 카메라 틀어지면 그날 취재는 끝이라고 봐야지. 기분 좋으시면 다큐급으로 신경 써주기도 한다.

5년 차 C: 영상 기자와 취재 기자가 따로 다니는 경우도 많다. 취재 기자 없이 영상 기자만 가서 인터뷰 따는 경우도 있고. 20년 차 넘은 선배들 경우엔 기사 미리 써두고, 아이템 인터뷰이 섭외만 해두고 현장 직접 안 가는 취재 기자들도 있긴 하다. 어딜 가나 구악은 있는 거니까.

4년 차 E: 촬영 기자와 취재기자는 돈독해야 한다. 친하면 친한 만큼 신경 써주고, 틀어져서 찍히면 진짜 피곤해지거든.

방송기자 이화신... 제 점수는요?

 SBS <질투의 화신> 캡처

방송기자 이화신. 그의 리포팅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 SBS


그럼 기자 이화신의 방송 리포팅 실력은 어느 정도 될까? (고층 빌딩 외벽에 매달려 리포팅하는 이화신의 영상을 보여줬다.)

5년차 D: 영상 하나로 평가하긴 그렇지만, 난 별로. 현장감은 있지만 건들건들하다. 겉멋이 너무 들었다.

4년 차 E: 완전 까불까불. 실제 현장에서 저렇게 리포팅하면 촬영 선배한테 혼나지 않을까? 리포팅은 대체로 무난하지만, 말투에 '쪼'(버릇)가 있다. 실제 기자가 저렇게 오버하면서 리포팅하면 진정성 없어 보일 거다.

6년 차 A: 그래도 재밌네. 저런 리포팅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조정석이 원래 멋진 척하는 캐릭터인가? 그렇다면 캐릭터에 맞춰 잘한 것 같다.

20회 방송에서는 선거 방송을 진행하던 표나리가 CG팀 실수를 캐치하지 못해 방송사고를 내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만 봐선 CG팀의 실수가 더 큰 것 같은데, 드라마는 표나리만 탓하더라.

5년 차 B: 스크립트나 CG에 오류가 있더라도 노련한 기자나 아나운서라면 잡아냈겠지. 하지만 선거방송 같은 특보는 실시간으로 내용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기자와 데스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기자와 데스크가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에게도 화살이 날아가긴 하겠지만.

4년 차 E : 주로 만만한 게 진행 아닌가? 진행이 책임까지 지지는 않겠지만, '욕받이' 되는 경우는 많다.

이화신의 절절한 고백, 실제라면 징계감

 SBS <질투의 화신> 캡처

표나리(공효진 분)는 물론 시청자들의 눈물까지 쏙 뺀 이화신(조정석 분)의 유방암 보도 장면. ⓒ SBS


3일 방송된 22회에는 뉴스를 통해 유방암 환자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이화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모든 건 자신을 대신해 유방암 환자라는 소문에 휩싸인 표나리를 위한 것. 담담한 뉴스톤으로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해 보도한 뒤, 자신 역시 유방암 환자이며 연인(표나리) 덕분에 일찍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년 차 B: 지상파 뉴스는 공공재다. 그 공간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중징계 대상. 절대 불가능하다. 물론 앵커의 브리핑이나 클로징 멘트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순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언론인으로서 공적 영역에 대한 의견 피력 정도여야 한다. <질투의 화신>을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이 얘기만 들어선 <피노키오>보다 더 SF적이다.

6년 차 A: 온종일 뉴스를 내보내는 보도전문채널에서도 앵커가 자기 이야기 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뉴스 시간이 제한된 지상파 뉴스라면 더 엄격하겠지. 하지만 나는 자기 이야기 하는 앵커 자체를 문제로 보진 않는다. 남자 유방암 뉴스를 내보낸 뒤 "저도 얼마 전 유방암 판정을 받고 치료 중입니다"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다만 구구절절하게 '연인의 도움~'식으로 사연을 늘어놓는 건 안 될 일. 하지만 뭐, 드라마는 결국 드라마니까. 

질투의 화신 이화신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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