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에 가을야구 열기보다 더 뜨거운 감독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10개 구단의 감독 중 벌써 4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5강 진출에 실패한 구단 중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세 감독은 모두 옷을 벗었다. 최하위 kt 위즈는 조범현 감독과 결별하고 김진욱 해설위원을 신임 감독으로 영입했으며, 9위 삼성 역시 류중일 감독을 기술자문으로 물러나게 하고 김한수 타격코치를 신임감독으로 내정했다. 6위 SK는 아직 후임 감독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김용희 감독과는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조범현 감독은 신생구단 kt의 초대 감독을 맡아 고군분투했지만 2년 연속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피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 부임 이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4년 연속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삼성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열었지만 공교롭게도 계약 마지막해인 올해는 9위로 추락하며 팀 역대 최악의 순위를 기록하는 수모도 맛봤다.

김용희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와일드카드로 2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지만, 올해는 9월초 4위를 달리다가 9연패를 당하며 7위까지 추락한 게 뼈아팠다. 꾸준히 4강 이상의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2년간 성적이나 용병술이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넥센을 정규시즌 3위로 이끈 염경엽 감독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염 감독은 LG와의 준PO에서 패배하며 탈락한 후 기자회견에서 미리 준비된 낭독문을 발표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과의 계약기간이 아직 1년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사령탑들이 남긴 공과나 교체의 당위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범현이나 류중일 감독의 경우, 올 시즌 비록 좋지못한 성적을 올렸지만 감독들에 대해서는 동정론도 적지 않았다. kt의 경우 이미 창단 초기부터 구단의 투자 의지와 전력보강의 효율성에 대하여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장성우-김상현-오정복 등이 줄줄이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선수단 관리에 오점을 남겼다. 단순히 조범현 감독만의 책임으롣 돌리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kt 구단은 조 감독과 시즌 중반 구두로 재계약에 합의하고도 약속을 뒤집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서 잡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류중일의 고민 삼성 류중일 감독이 지난 7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삼성 투수 안지만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스 감독. ⓒ 연합뉴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 주축 선수들의 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앓았고,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와 박석민-나바로의 이적, 모기업의 투자 위축 등으로 악재가 겹치며 전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류중일 감독이 실제로 개입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았다.

당초 류 감독도 삼성과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구단이 체질 개선과 새 판짜기를 명분으로 끝내 변화를 선택하며 류감독은 선수-코치 시절부터 30여 년간 지켜온 푸른 유니폼을 벗게 됐다. 삼성과 kt는 감독과 함께 단장도 교체하며 인적 쇄신을 통한 새 판짜기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미 시즌 중반부터 이장석 대표와의 불화설이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고 있었다. 몇 년간 선수 영입과 이적 등 팀 운영 방향에서 현장과 프런트의 생각이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염 감독이 넥센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팀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염 감독은 사퇴를 발표하면서 타 구단 이적설은 부정하고 당분한 휴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5강 탈락팀 중에서 아직까지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조원우 롯데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의 운명에 쏠린다. 류중일-조범현-김용희 감독이 모두 계약만료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물러난 것에 비하여, 조원우-김성근 감독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이들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경질밖에 없는데 이는 모기업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두 팀 모두 막대한 투자에도 성과가 빈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8위에 그친 롯데는 초보 사령탑인 조원우 감독의 리더십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 감독을 경질하기에는 지난해 이종운 감독에 이어 또 다시 1년 만에 감독교체가 자신들의 실수임을 고백하는 꼴이 되어 모양새가 다소 부담스럽다.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1대 3 역전을 허용한 6회초, 한화의 수비를 지켜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 연합뉴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수백 억에 걸친 엄청난 투자로 올 시즌 팀 총연봉 1위에 올랐지만 올해 9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초라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선수 혹사 논란과 독선적인 야구관을 둘러싼 각종 설화로 비판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직 한화와의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아있다. 팬들 사이에서 김성근 감독의 사퇴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여론이 험악해졌지만, 한화 구단은 전통적으로 감독들의 계약기간을 지켜준 경우가 많다. 

시즌 종료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유임이 확정된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조범현-류중일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이 불과 하루 사이에라도 상황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상위권 팀에 감독들이라고 해서 입지가 마냥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NC 김경문 감독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을 NC를 올해 정규리그 2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증명했지만 시즌 내내 이태양의 승부조작,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사건 등으로 팀 안팎에서 논란이 벌어지며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정규시즌 성적에 비하여 포스트시즌에서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김 감독으로서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거두는 성적표도 변수다. 김 감독의 NC는 21일부터 LG를 상대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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